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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이슈] 시청각산업 강화 위해 스트리밍 규제에 박차 가하는 브라질 문화부

2025-04-09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영화 <계엄령의 기억(I'm Still Here)>이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에 이어 브라질 영화 최초로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 영화상을 수상했다. 다섯 번의 아카데미 도전 끝에 거머쥔 쾌거였다. 꿈이 실현되는 걸 지켜본 사람들은 기쁜 마음으로 수상을 축하했다. 브라질 룰라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브라질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며 모든 제작진에게 축하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 브라질 외교부와 문화부도 "오스카 수상은 브라질 영화의 우수성을 입증하며 국제 무대에서 브라질 영화의 위상을 높여 주었다."라고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더불어 "(영화는) 또한 기억과 반성의 도구로서 문화의 필수적 역할을 강조하고 브라질 사회의 양보할 수 없는 가치인 인권과 민주주의 수호와 증진의 중요성을 보여주었다."라며 영화가 증명한 문화산업과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계엄령의 기억(I'm Still Here)>은 2024년 9월 개봉 후 지금까지 장기 상영 중이다. 연초 골든글로브 수상 후 국내 관객 수가 112% 증가했고 이번 오스카 발표 후에도 주간 89% 증가라는 기염을 보였다. 덕분에 2024년 10%대였던 브라질 내 영화 관객 비율이 2025년 2월에는 33%까지 올랐다. 브라질 영화계에 날아온 낭보는 <계엄령의 기억(I'm Still Here)>뿐만이 아니다. 가브리엘 마스카로 감독의 <더 블루 트레일(O Último Azul)>이 지난달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했고, 올해 5월에 열릴 제78회 칸영화제 필름마켓의 2025년 공식 명예 국가로 브라질이 선정됐다. 브라질-프랑스 수교 200주년을 기념하고 브라질 시청각산업의 역동성, 다양성, 창의성을 통해 글로벌 영향력을 촉진하고 국제 협력에 대한 오랜 헌신을 치하하기 위함이다. 축하의 밤을 통해 많은 영화인들이 브라질 문화에 빠져들 것으로 보고 있다.


2023년 룰라 정부 출범으로 재정비돼 돌아온 문화부는 창조 경제를 강조하고 문화 장려 정책을 펼쳐왔다. 문화부와 국립영화진흥기구는 2024년 600개 이상의 제작사에 26억 헤알(약 7,452억 원)을 투자했고 덕분에 앞으로 예정된 브라질 국내 제작 드라마, 영화 등이 약 1,100편에 이른다. 문화부 장관 마가레치 매네지스는 2024년부터 소외 지방을 우선으로 상영관 수를 늘리겠다고 했는데 현재 브라질은 3,517개 영화관을 보유해 역대 최대다.
 

문화계 인사들은 <계엄령의 기억(I'm Still Here)>이 전 세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지금이야말로 스트리밍 서비스 규제를 논할 적기라고 말한다. 스트리밍 규제는 업계 전문가들이 현 정부에게 꾸준히 요구해온 사항으로 줄어든 극장 관객,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국내 미디어 시장을 살리기 위한 자구책으로 여겨진다. 꾸준히 논의됐던 주제지만 시원하게 결론짓지 못하고 결국 해를 넘기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문화부 시청각 국장 조엘마 곤자가는 꾸준히 브라질 시청각산업을 강화하고 자국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넷플릭스, 아마존프라임비디오, 디즈니플러스 등 거대 자본 해외 플랫폼에서 질식되지 않도록 국산 작품의 입지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월 열린 첫 공청회에서 모든 스트리밍 서비스에 같은 규제를 적용할 것, 자국 영화산업 발전을 위한 기여금 의무 지불, 기업 정보 투명성, 자국 콘텐츠 할당량 적용, 국산 제작물 저작권 및 재산권 보호를 규제 기본 사항으로 내세웠다. 조엘마 곤자가 국장은 관련 법안이 올해는 반드시 승인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청각산업은 연간 GDP의 약 245억 헤알을 창출하고 간접 영향까지 더하면 경제적 효과는 558억 헤알이라 한다. 매년 77억 헤알 세수 효과와 65만 개 일자리를 창출한다."면서 해당 규제가 브라질 경제에 미칠 효과도 강조했다.
 

그러나 어떤 결론이 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콘텐츠 플랫폼과 유통사마다 관점과 비즈니스 모델이 다른데 모두에 적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합의를 과연 도출할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 의무 투자와 쿼터제로 나온 작품들이 소비자 기호나 질적 기준에 부합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 그리고 공정 경쟁을 위해 일부 플랫폼에 재정적 부담을 씌우는 것이 과연 공정한가에 대한 의문도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에 드디어 대형 스트리밍 플랫폼들도 맞대응하기 위해 움직였다. 12일 디즈니플러스, HBO맥스, 넷플릭스, 아마존프라임비디오, 글로보플레이는 브라질 콘텐츠 업계의 변화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스트리마(Strima)' 단합 조직을 선언했다. 스트리밍 규제뿐만 아니라 불법 복제 등 전반적인 국가의 시청각 분야의 발전과 환경 조성에 정부와 적극 소통하고 논의할 시기이므로 대변인 역할을 할 협회를 창설했다고 한다. 규제 입법화를 두고 팽팽하게 맞선 문화계와 정부, 그리고 스트리밍 기업들이 어떤 식으로 합의를 이끌어낼지, 과연 올해 안으로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 (좌)스트리밍 규제를 원하는 문화부, (우)OTT 플랫폼들의 '스트리마(Strima)' 단합 조직 선언 - 출처: 'Poder360' >

브라질 문화부가 올해 준비 중인 또 다른 프로젝트는 바로 공공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다. 정부 홈페이지와 연계돼 무료로 국내 영상 작품들을 시청할 수 있도록 하는 콘텐츠 플랫폼이다. 주된 목적은 브라질 영화의 접근성과 보급을 확대해 비판적이고 건설적인 관객 문화를 장려하고, 자국 콘텐츠의 가치를 높이고 보존해 폭넓은 제작 기반의 선순환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알라고아스 연방 대학(UFAL)의 사회 기술 우수 센터(Nees)과 협력 및 개발해 현재는 성능 보완 테스트 등이 진행 중이다. 스마트 TV, 애플리케이션 등 디지털 접근이 용이할 것으로 보이며 이미 400개 이상의 브라질 시청각 작품이 라이선스 작업 중이다. 국내 단편, 중편, 장편, 드라마,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예술 영화뿐만 아니라 국립역사예술유산연구소, 국립예술재단 등의 국가 유산 디지털 컬렉션도 서비스에 포함될 예정이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텔라 브라질(Tela Brasil)'이라는 이름으로 올해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후 휘청거린 문화산업을 살리기 위해 브라질 문화부는 여러 지원 정책을 쏟아냈다. 사상 최대치의 지원금에 관계자들을 환호했지만 어느덧 룰라 정부 3년 차에 접어든 지금은 불경기에 과도한 지원금이라는 비판, 세밀한 계획 없이 그저 예산만 퍼붓고 있다는 혹평, 지역별 지원금 차별, 느린 행정 처리 등의 쓴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낮은 급여, 전문 교육과 일자리 부족, 근무 환경 열악 등 실무 종사자들의 불만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예산이 허투루 쓰이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하고 청사진에 걸맞은 실현 가능한 전략을 세밀하게 검토해야 할 때다.

< 브라질 정부, 자국 영화 볼 수 있는 공공 스트리밍 서비스 '텔라 브라질' 하반기 출시 예정 - 출처: 'CNN Brasil' >

지난 2월 브라질 문화부는 청소년 문화지원 정책을 발표하며 최대 20만 헤알(약 5,700만 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세월 가장 문화 투자가 적었던 북부, 북동부, 중서부 지역의 15세부터 29세 소외 계층 청년들에게 우선권이 주어진다. 문화 사각지대를 없애 계층별 지역별 평등한 균형 발전을 이루고, 브라질의 풍부하고 다양한 고유문화 정체성을 강화해 국제 경쟁력을 키우며, 지속가능한 내수 경제 창출을 이끌겠다는 현 문화부의 목표에 부합하는 계획이다.
 

브라질은 문화를 사랑하고 꿈꾸는 세대들이 배우고 연마해 성장한 후 누구나 자기 몫을 당당히 해나갈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 영화 <계엄령의 기억(I'm Still Here)>의 성공은 많은 사람들을 고무시켰다. 젊은 세대는 브라질의 이름이 세계 무대에 오르는 것을 지켜보았으며 이는 앞으로 많은 이들에게 꿈과 영감을 심어줄 것이다. 이들의 앞날에 발판을 마련해 주기 위해 브라질 문화부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 경제적 현실의 난간들을 극복하고 목표를 실현해 나갈지 주목해 보아야 하겠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Poder360》 (2025. 3. 14). Cultura quer regulamentar serviço audiovisual por streaming, https://www.poder360.com.br/poder-cultura/cultura-quer-regulamentar-servico-audiovisual-por-streaming/
- 《CNN Brasil》 (2025. 3. 2). Streaming brasileiro com filmes nacionais se chamará “Tela Brasil”, https://www.cnnbrasil.com.br/politica/streaming-brasileiro-com-filmes-nacionais-se-chamara-tela-brasil/
- 《Agenciabrasil》 (2025. 3. 5). “Ainda estou aqui” ajudou a aumentar a audiência de filmes nacionais, https://agenciabrasil.ebc.com.br/radioagencia-nacional/cultura/audio/2025-03/ainda-estou-aqui-ajudou-aumentar-audiencia-de-filmes-nacionais
- 《gov.br》 (2025. 2. 11). MinC defende urgência na regulamentação do Vídeo Sob Demanda (VoD) em audiência pública no Congresso Nacional, https://www.gov.br/cultura/pt-br/assuntos/noticias/minc-defende-urgencia-na-regulamentacao-do-video-sob-demanda-vod-em-audiencia-publica-no-congresso-nacional
- 《Alnb》 (2025. 2. 8). Streaming gratuito do Governo Federal é desenvolvido com tecnologia alagoana, https://alnb.com.br/brasil/streaming-gratuito-do-governo-federal-e-desenvolvido-com-tecnologia-alagoana/
- 《Teletime》 (2025. 3. 12). Gigantes do streaming se unem em associação, https://teletime.com.br/12/03/2025/gigantes-do-streaming-se-unem-em-associacao/
- 《gov.br》 (2025. 2. 25). Governo Federal lança Rouanet da Juventude para impulsionar produção cultural de jovens, https://www.gov.br/secom/pt-br/assuntos/noticias/2025/02/governo-federal-lanca-rouanet-da-juventude-para-impulsionar-producao-cultural-de-jovens

통신원 정보

성명 : 서효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브라질/리우데자네이루 통신원]
약력 : 리우데자네이루 야지지 어학원(YÁZIGI TIJUCA) 한국어 강사, 오디오콥 더빙 번역 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