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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이슈] 류승완 감독의 〈밀수〉, 로카르노에서 빛을 발하다

2023-09-06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스위스에서 개최되는 크고 작은 영화제 중 가장 사랑을 받는 영화제는 바로 스위스 남부 이탈리아권 티치노 지역 로카르노에서 펼쳐지는 국제영화제이다. 올해로 76회를 맞이한 로카르노 국제영화제는 지난 8월 2일부터 12일까지 개최됐다. 한여름밤의 호숫가를 낀 낭만 속에서 피아짜 광장의 커다란 야외 스크린이 빛을 발하자 8,000여 명에 달하는 관람객들이 숨죽이며 영화를 감상했다. 사실 지역적 특성의 이유로 유럽 영화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매년 한두 편의 굵직굵직한 한국 영화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김기덕, 홍상수, 송강호, 봉준호, 김지훈 등 한국 영화계에서 빠질 수 없는 거장들이 꾸준히 초청되고 있다.

제76회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 관객들과 함께한 류승완 감독과 강혜정 프로듀서 - 출처: 로카르노국제영화제/Ti-Press 제공

<제76회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 관객들과 함께한 류승완 감독과 강혜정 프로듀서 - 출처: 로카르노국제영화제/Ti-Press 제공>


지난 7월 26일 개봉해 장기 흥행으로 이어지고 있는 류승완 감독의 영화 <밀수>가 올해 피아짜 그란데(PiazzaGrande) 섹션에 초대돼, 2년 전 김지훈 감독의 영화 <싱크홀>이 소개돼 많은 호응을 받았던 피아짜 광장에서 또 한 번 한국 영화의 위력을 보여주었다. 류승완 감독과 강혜정 프로듀서는 영화제에 참여해 현지 관객들을 만났다. 작품을 하게 된 계기와 함께 수중 촬영의 어려움도 설명했으며, 1970년 당시 한국 사회의 통제된 모습, 하대됐던 여성들의 지위 등 시대적 배경도 들려주었다.

또한 기자간담회에서는 시작부터 해녀에 관한 질문들이 오갔다. 한국에서 1800년대부터 존재했던 '해녀'라는 직업은 외국인들에게 생소하기에 해녀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를 궁금해하는 모습이었다. "1970년대 시대적 배경과 함께 의상, 음악 등 주변 설정을 잘 구현했다."며 관련한 애로사항을 묻는 질문과 함께 여성들의 연대를 주제로 삼은 이유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수중 촬영 기법과 배우 및 스태프들의 노력과 활약에 대한 답변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류승완 감독이 조감독으로 시작해 현재의 위치까지 이르는 배경을 묻는 질문이 있었는데, 영화를 공부하며 감독의 꿈을 꾸던 당시 류승완 감독과 봉준호 감독은 제과제빵 자격증까지 논하며 어려웠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모두를 웃음 짓게 했다. 마지막으로 류승완 감독은 "코로나19 이후 한국 영화산업의 시대적 변화를 느낀다."며 "젊은 관객들이 넷플릭스, 유튜브 등에 대한 경험이 많아 두 시간 남짓한 상영 시간을 너무 길게 느낀다."며 아쉬운 마음과 함께 "시네마란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영화제를 통해 답을 찾는다."라며 현지 관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제76회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피아짜 그란데 섹션에 초대된 영화 '밀수' - 출처: 로카르노국제영화제/Ti-Press 제공

<제76회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피아짜 그란데 섹션에 초대된 영화 '밀수' - 출처: 로카르노국제영화제/Ti-Press 제공>


스위스 영화평론가 막스 보르그(MaxBorg) 씨는 류승완 감독을 영화제에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류승완 감독은 2021년 영화 <모가디슈>를 통해 1991년 전쟁으로 폐허가 된 소말리아의 모가디슈에서 남북한 대사관이 협력을 통해 탈출한 실화를 담은 내용을 유머스러우면서도 액션과 스릴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대규모의 영화를 선보이면서 한국 영화의 자질을 전 세계에 증명했다. 2년 후 또 다른 장르인 범죄 영화 <밀수>를 통해 1970년 한국 사회에 공공연했던 해양 밀수 이야기를 재구성해 작품에 담았다. 전작이 쫓고 쫓김이 전부였다면 이번 영화는 익사 위험과 액션 장면, 삶과 죽음 등이 절묘한 유동성을 지니고 있다. 이 모든 요소들을 통해 긴장감이 유발된다. 남성 범죄 조직의 냉소적인 기회주의와 반대되는 여성들의 연대와 우정을 현대 감성과 효과적으로 통합해 1970년대에 대한 진정한 향수를 담아 그 시대로 우리를 인도하고 있다."

다음은 스위스 몇몇 영화제 심사위원이자 영화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테레사 베나(TeresaVena) 씨의 영화 <밀수>에 대한 평론이다. "류승완 감독은 <베를린>, <베테랑> 등 속도감 넘치는 스릴러와 액션 코미디의 거장이다.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잔혹함을 다룬 <군함도>,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발발을 다룬 <모가디슈> 등 역사적 소재에 대한 선호도는 이미 입증된 바 있다. 영화 <밀수>는 1970년대 사건에 허구적 이야기를 더해 당시의 한국 사회를 화려하고 고상하게 재구성했다. 여러 가지 우여곡절로 엮인 줄거리는 조금은 과장된 느낌을 주고 주인공 춘자의 역할은 모순적이면서도 유치하지만, 부패한 세관원을 연기하는 김종수 배우와 같은 실력파 배우의 역할이 눈에 띈다. 한국 사회에서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주제를 해녀를 소재로 다룬 점이 조금은 아쉽다."  

사진출처
- 로카르노국제영화제/Ti-Press 제공

참고자료
- Locarno Film Festival 홈페이지, https://www.locarnofestival.ch/festival/program/film.html?fid=fbd53b9a-1e85-4b46-8ecd-809fb714d481&eid=
- 《Locarno Film Festival》 (2023. 8. 11). «Milsu» Text von Max Borg, https://www.locarnofestival.ch/news/2023/08/11_08/milsu.html
- 《Cineman.ch》 (2023. 8. 13). Locarno 2023: «Milsu» («Smugglers»): Das Glück liegt auf dem Meeresboden, https://www.cineman.ch/article/locarno-2023-milsu-smugglers-das-gl%C3%BCck-liegt-auf-dem-meeresboden
 

통신원 정보

성명 : 박소영[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위스/프리부르 통신원]
약력 : 현) EBS 스위스 글로벌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