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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를 자국의 콘텐츠로! 브라질 최초 케이팝 드라마 〈옷장 너머로〉

2023-09-15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2022년 6월, 통신원은 브라질에서 한류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가 제작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다. HBO Max Brasil의 <옷장 너머로(Além do Guarda-Roupa)>는 브라질 최초의 한국 드라마라는 점을 내세워 양국을 넘나드는 시놉시스와 아이돌의 출연으로 제작 당시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지난 7월 20일 HBO 맥스(HBO Max)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Amazon Prime Video)에서 방영을 시작해 공개 첫 주 브라질 HBO 맥스 TV 프로그램 부문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보였다. <옷장 너머로>는 10회를 끝으로 시즌을 마무리 지었다.
공개 첫 주 브라질 HBO 맥스 TV 프로그램 부문 1위를 차지한 옷장 너머로(My Magic Closet) 출처 FlixPatrol

<공개 첫 주 브라질 HBO 맥스 TV 프로그램 부문 1위를 차지한 '옷장 너머로(My Magic Closet)' - 출처: FlixPatrol>


기본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한국인 아버지와 브라질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17세 까로(Carol)는 멋진 발레리나가 되기를 꿈꾸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까로는 자신을 돌봐준 이모의 케이팝 테마 카페의 일을 돕느라 꿈을 쫓기는커녕 바쁜 일상에 치여 살고 있다. 한국계라는 이유로 관심도 없는 케이팝과 연관 짓는 주변 때문에 까로에게 한류는 그저 부담스럽고 지긋지긋한 요소이다. 지친 하루를 보낸 어느 날, 까로의 옷장에서 인기 아이돌 그룹 ACT의 리더 경민이 나타난다. <옷장 너머로>는 상파울루와 서울 숙소를 연결하는 마법의 통로가 된 옷장을 통해 만난 양국의 소년, 소녀가 고민을 헤쳐가며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려냈다.

여느 청소년 드라마답게 우정, 사랑, 꿈, 가족, 갈등이라는 소재를 가벼운 판타지 양식에 앙증맞게 모아 담았다. 좋아하는 연예인 덕질을 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상상해 볼 법한 판타지를 귀엽게 그려냈다. 눈과 귀가 즐거운 하이틴물로 케이팝에 관심 없는 어린 시청자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우려됐던 양국 배우의 언어장벽은 극 중에서는 마법이라는 설정으로, 현실에서는 더빙으로 쉽게 해결됐다.

한국 드라마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됐다고 한 만큼 작정하고 담아낸 한류의 요소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일단 오프닝부터 브라질 제목 옆에 한국어 제목이 함께 나온다.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흘러나오는 OST도 한국어 음악이다. 오프닝 곡 <눈치 게임>과 극 중 인기 아이돌 ACT의 대표곡인 Vroom의 중독성 있는 멜로디는 케이팝 팬들에게 익숙하게 다가간 것으로 보인다. 이뿐만 아니라 드라마 홍보에도 ACT의 안무 연습 영상, 뮤직비디오 등 케이팝이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극 중 까로가 일하는 케이팝 테마 카페는 브라질의 한인타운이라 불리는 봉헤찌로(Bom Retiro)에 위치한다. 해당 카페는 인기 아이돌의 굿즈와 전신 등신대로 꾸며져 있고 직원은 아이돌의 공식 캐릭터 의상을 입고 일한다. 케이팝 팬들이라면 이런 굿즈 설정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극 중 아이돌 ACT의 열렬한 팬인 까로의 단짝 친구 나야라는 현지 케이팝 팬을 대표하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SNS 속 다양한 정보에 민감하고 온라인에서 팬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팬이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정품 대신 짝퉁 굿즈에 만족하는 브라질의 한류 팬들을 대변한다. 제작사 'Coração da Selva'는 케이팝 팬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도록 하나의 유형에 치우지 않도록 나야의 캐릭터 묘사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였다.
 

브라질 드라마 옷장 너머로 출처브라질 HBO MAX 인스타그램 계정(@hbomaxbr)

<브라질 드라마 '옷장 너머로' - 출처: 브라질 HBO MAX 인스타그램 계정(@hbomaxbr)>


또한 전형적인 하이틴 악당 역할인 학교 선배들은 굿즈 소비에 큰돈을 쓰고 K-뷰티에 열망하며 한국이라면 뭐든지 좋다는 환상을 가진 철없는 소녀 팬들로 등장한다. 이들은 "진짜 팬이라면 투자한다."는 지론을 내세우며 짝퉁을 구매한 또래들을 무시한다. 나이가 어리든 말든 여자 또래를 '언니(Unnie)'라고 부르는 장면은 한국문화에 호감은 있지만 깊이가 얕은 해외 팬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까로의 친구 디에고(Diego)는 케이팝에는 문외한이지만 태권도를 즐기는 브라질 소년이다. 디에고의 어머니는 한국 드라마의 특징을 꿰뚫고 있을 만큼 한국 드라마를 많이 시청한 캐릭터이다. "사랑에 빠진 순간 세상은 느리게 돌아가고, 키스는 기다렸다가 마지막에서야 나오는 것"이라는 디에고의 어머니가 설명한 한국 드라마의 특징은 공감과 웃음을 자아낸다. 위 설명은 <옷장 너머로>에도 적용된다. 이에 반해 까로의 이모에게 한류란 지금 당장 돈 되는 사업 수단일 뿐이다. 이와 같이 한국문화와 연관된 다수의 캐릭터 설정을 통해 브라질 내 한류에 대한 반응을 유형별로 살펴볼 수 있다. 현지 비평은 "한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등장하는 주요 장면 스틸컷이 한국 드라마의 특징을 더욱 풍부하게 전달한다."고 평했다.

브라질과 한국을 넘나드는 설정이지만 브라질 드라마인 만큼 배경은 철저히 상파울루이다. 중반에 이르면 <옷장 너머로>는 한류라는 소재로 브라질을 소개하는 전략을 선보인다. 옷장 너머로 간 아이돌은 상파울루의 명소, 경치, 음식, 음악과 춤을 즐기며 사람들과 어울린다. 한국 드라마가 한국문화를 전하는 것에 상당히 기여한 만큼, 시청자들에게 브라질에도 즐길 거리가 많고 자랑스러운 문화가 있음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극 중 한국적인 소품으로 등장하는 소보로빵, 유자차, 소주는 상파울루 한인타운의 대표 식품으로서 한인 사회를 대변한다. 여러 한국계 배우, 감독, 스태프가 참여한 만큼 한국과 브라질의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하는 브라질 내 한인사회를 존중하며 그 존재성을 부각시켰다.

HBO 맥스의 대본 콘텐츠 리더(Silvia Fu)는 《Revista KoreaIN(헤비스타코리아인)》과의 인터뷰에서 "<옷장 너머로>는 한류에 대한 브라질의 지속적인 관심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젊은 시리즈에 대한 구상이 합쳐져 결정된 투자였다."고 밝혔다. 또한 "<옷장 너머로>는 더욱 독창적인 콘텐츠를 향한 첫 번째 단계로, 여기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여전히 지속될 힘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최근 멕시코 디즈니플러스(Disney Plus)도 "케이팝 콘텐츠를 소재로 시리즈를 제작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한류 팬덤을 타깃으로 자국 콘텐츠를 생산하는 등 문화교류의 과정은 참으로 긍정적이다. 그러나 고정적인 이미지가 반복되면 금방 피로감이 느껴지는 것처럼, 한류가 반짝 수익을 위한 유행 아이템으로 소비되지 않도록 장기적인 시각에서 고민해 볼 필요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브라질 HBO MAX 인스타그램 계정(@hbomaxbr), https://www.instagram.com/hbomaxbr/
- 《Tecmasters》 (2023. 7. 21). [Crítica] Além do Guarda-Roupa mescla o melhor do Brasil com a Coreia, https://tecmasters.com.br/critica-alem-do-guarda-roupa-k-drama-hbo-max/
- 《GZH》 (2023. 8. 22). Como as séries coreanas conhecidas como doramas conquistaram o público brasileiro, https://gauchazh.clicrbs.com.br/cultura-e-lazer/tv/noticia/2023/08/como-as-series-coreanas-conhecidas-como-doramas-conquistaram-o-publico-brasileiro-clll33rdt0065016oavd51bdi.html
- 《Revista KoreaIN》 (2023. 7. 26). HBO Max revela porque decidiu criar a série coreano-brasileira “Além do Guarda-Roupa”, https://revistakoreain.com.br/2023/07/hbo-max-revela-porque-decidiu-criar-a-serie-coreano-brasileira-alem-do-guarda-roupa/

통신원 정보

성명 : 서효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브라질/리우데자네이루 통신원]
약력 : 전) 서울여자대학교 의류학과 졸업 현) 리우데자네이루 YÁZIGI TIJUCA 한국어 강사 재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