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만들어 가는 춤의 장, 케이팝 커버댄스 경연대회

지난 11월 마지막 일요일(24일),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의 한 댄스 스튜디오는 케이팝 커버댄스 경연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대회는 어린이, 초보, 프로 댄서까지 3개 부문으로 구분됐으며, 각 부문에는 20여 개 팀이 참가했다.

커버댄스란 '대신하다, 리메이크하다'라는 의미의 '커버(cover)'라는 단어에서 비롯돼 특정 가수의 노래를 부르거나 퍼모먼스에 해당하는 댄스를 모방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곳 아스타나에서는 2010년 중반부터 한국문화원에서 케이팝 노래 강좌를 개설했으며, 이후 케이팝 댄스 강좌를 추가 개설해 지속적으로 운영해오고 있다. 한국문화원에서 '케이팝 축제'라는 이름으로 케이팝 대회를 처음 개최했는데, 그 당시 현지 일반인들에게 케이팝 대회는 한국문화원이라는 정부 기관에서 여는 행사라고 인식됐을 뿐이다. 그러나 현재는 도시 내 사설 댄스 스튜디오에서 개설한 케이팝 댄스 강좌가 늘고 있으며, 주체적으로 케이팝 커버댄스 경연대회를 여는 수준에 이르렀다.

< 참가자들의 공연 - 출처: 통신원 촬영 >

전에 케이팝 댄스를 추는 주체는 10대 후반의 청소년에서 20대 초반 대학생들이 주를 이루었다. 이들은 케이팝을 좋아하는 팬이기 때문에 그들의 춤을 모방하는 즐거운 취미 활동으로 케이팝 커버댄스를 즐기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예닐곱 살의 초등학생부터 케이팝 댄스를 출 정도로 그 연령이 낮아지고, 관심 또한 많아졌다. 

이날 대회를 개최한 디사(di-sa) 스튜디오는 클래식 재즈댄스, 힙합 등 일반 댄스 강좌를 운영하는 곳인데, 최근에야 케이팝 커버댄스 강좌를 시작했다. 어린이부터 청소년까지 케이팝 커버댄스에 관심이 많아지는 것을 보고 경연대회를 열었다고 했다. 이날 대회에는 아스타나 내 초보, 프로 댄서들이 대거 참가했다. 프로 댄서 우승팀에게는 10만 텡게(약 28만 원), 초보 댄서 우승팀에게는 5만 텡게(약 14만 원), 어린이 댄서 우승팀에게는 2만 5천 텡게(약 7만 원)의 상금이 주어졌다.

< 어린이 참가자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초보 댄서팀을 출전시킨 지도 교사 잔나 씨(TIBA 스튜디오 운영자)에게 대회에 참가한 소감을 물었다. 잔나 씨는 "학생들이 그동안 연습했던 춤을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렇게 대회가 있어 기쁜 마음으로 참가했어요. 학생들이 긴장한 탓에 작은 실수를 하기는 했지만 그들이 지금까지 갈고닦은 실력을 무대 위에서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 자체가 너무 좋아요."라고 전했다. 이날 잔나 씨의 팀은 6위라는 결과를 얻으며 상금을 받지는 못했지만, 학생들은 무대에서 자신들의 퍼포먼스를 끝까지 마친 것에 대해 기뻐하며 대회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초보 댄서 부문에 참가한 대학생 아미라 씨(19세)는 "학교에서 댄스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대회에는 처음 참가해요. 무대가 따로 있지 않아 바닥이 미끄러워 실수를 했어요. 잘하지 못한 것 같아 속상해요. 그래도 친구들이랑 좋은 추억을 쌓았으니 괜찮아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 공연 중인 참가 팀을 둘러싼 관객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번 케이팝 커버댄스 경연대회는 일반 스튜디오에서 주최한 것치고는 참가 인원도 상당하고, 관심과 인기도 꽤 높았다. 각 팀에 평균 6~7명의 댄서들이 있고, 이를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까지 있어 대회장을 오가는 인원도 상당했다. 다만 모든 사람이 잘 볼 수 있는 넓은 공연 무대가 마련되지 않았고, 참가자들이 대기할 수 있는 공간과 관람 공간이 분리되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 그래도 이번 대회가 의미하는 바는 카자흐스탄에서 케이팝에 대한 열기가 뜨겁고, 이제는 팬심을 넘어 놀거리와 볼거리가 있는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초보 댄서 부문 참가자의 주를 이루는 10대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재능을 이렇게 보여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데에서 큰 만족감과 성취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

통신원 정보

성명 : 배현숙[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카자흐스탄/아스타나 통신원]
약력 : 카자흐스탄 정부 초청 장학생 석사과정 아스타나 한인회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