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을 원작으로 한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누리면서 이른바 웹툰 드라마 전성시대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에 방영된 이제훈 주연의 <모범택시>가 최고 시청률 21%를 보이며 올해 미니시리즈 기록을 경신했다. 시청률 조사회사인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모범택시>의 최종화 시청률은 무려 25.6%을 기록했다. 마의 시청률 20% 고지를 가뿐히 돌파하며 2023년 최고의 드라마로 등극했다. 다음으로는 5월 12일에 공개된 김우빈, 송승헌, 강유석, 이솜 주연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택배기사>가 공개 이틀 만에 넷플릭스 전체 3위, 비영어권 1위를 차지하며 웹툰 원작 드라마로서의 존재감을 지속적으로 드러냈다. 통신원이 주목하는 것은 한국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한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튀르키예에서는 OTT, 그리고 오프라인 서점으로 이어지며 시너지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는 온라인에서 빠르고 편리하게 읽던 웹툰. 그런데 이제는 직접 서점을 찾아 인쇄된 만화책을 찾는 독자도 늘고 있다. 사실 튀르키예에서는 오랫동안 만화는 건전하지 못하고 폭력적이며, 체제에 반대하는 저급 예술로 금기시됐다. 1990년대 이후에는 이슬람주의와 세속주의 세력 간의 정권 다툼으로 인해 예술가들의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면서 만화가 역사 속에서 거의 사라져 버렸다. 튀르키예에서 만화가 그간의 침묵의 시기를 깨고 다시 태동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이후부터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10년 전이다. 영웅을 소재로 한 TV 프로그램이나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만화로 보급되자 만화에 대한 튀르키예 대중들의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현지에서 만화책 시장 규모가 본격적으로 확장되기 시작한 것도 2010년대 중반이다. 튀르키예에서 가장 많은 만화 서적을 출판하는 네 개 출판사(Yapi Kredi, JBC, Cizgi Dusler, Arkadace)가 세계 최대 규모의 만화책 출판사인 미국의 DC 코믹스(DC Comics)와 계약을 맺으면서부터였다.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진화함에 따라 대중들이 즐기는 문화 콘텐츠를 전달하는 매체 역시 크게 달라지고 있다. 과거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면 만화라는 장르는 만화책이나 TV를 통해서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휴대폰으로도 볼 수 있는 웹툰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런데 어떤 연유로 튀르키예에서는 오프라인 서점에 가서 만화책을 찾는 이들이 함께 증가하고 있는 것일까? 통신원은 이에 대한 상황을 직접 알아보고자 대형 오프라인 서점 두 곳을 찾아가 봤다.
< 대형 오프라인 서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K-웹툰 원작 만화책 - 출처: 통신원 촬영 >
통신원은 현지에서의 한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틈틈이 서점을 찾고 있는데 한 달 전보다 한국 만화책이 현저하게 많아진 것이 금방 눈에 띄었다. 『전지적 짝사랑 시점(1, 2)』, 『김비서가 왜 그럴까(1~6 완결)』, 『황제의 외동딸(1, 2, 3)』, 『신의 탑』, 『여신강림』, 『튜토리얼 탑의 고인물』, 『어느 날 공주가 되어 버렸다』 등 많은 만화책이 시리즈로 진열돼 있다. 모두 일반 만화책이 아니라,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만화책으로 출간된 것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마침 해당 만화책을 살펴보고 있던 현지 독자들이 있어 궁금했던 몇 가지 질문을 건넸다. 처음에 한국 만화책을 어떻게 접하게 됐나요? 한국 만화책을 처음 접하게 된 건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면서부터였습니다. 제가 재미있게 보는 한국 드라마의 원작이 웹툰이라는 사실을 알고, 드라마를 다 시청하고 나서도 웹툰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을 통해 봤던 웹툰 작품을 다시 만화책으로도 볼 수 있어 꾸준하게 찾고 있는 편입니다. 어떤 경로를 통해 한국 웹툰을 접하고 있나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요? 처음에는 포털 사이트 네이버를 통해 구독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더 쉽고 빠르게 보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해당 앱에서 튀르키예 언어를 지원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2023년 네이버 웹툰 연재작 기준, 영어, 중국어, 일본어, 태국어, 인도네시아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가 지원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어로 웹툰을 읽고 있습니다.
< 튀르키예 한류 팬이 구독하고 있는 네이버 웹툰을 보여주고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앱을 통해 웹툰을 쉽게 접할 수 있을 텐데, 굳이 서점에서 만화책을 찾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맞습니다. 웹툰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쉽고 빠르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서점까지 와서 K-웹툰 만화책을 찾는 이유는 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전반적으로 다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보며 케이팝을 듣게 됐고, 또 자연스럽게 K-웹툰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알게 됐습니다. 지금은 서점을 직접 방문해 K-웹툰을 만화책으로도 즐겨 찾게 됐습니다. K-웹툰 만화책과 일본의 만화가 다른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K-웹툰을 원작으로 한 만화책을 접하기 전에는 일본의 만화책을 봤습니다. 튀르키예에는 K-웹툰 만화책보다 일본 만화책이 더 먼저 들어왔습니다. 당연히 일본 만화도 K-웹툰 만화책처럼 책으로 서점에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K-웹툰 만화책이 일본 만화책보다 색이 많고 그림도 더 예쁩니다. 남녀 간의 사랑, 외모 때문에 일어나는 에피소드 등 또래 친구들이 실제로 경험하는 일들을 훨씬 더 다양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K-웹툰을 원작으로 한 만화책이 출간되면 소장용으로 구입하고 있습니다. K-웹툰을 원작으로 한 만화책을 구매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현지 서점 몇 곳에서 직접 들어보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가 있었다. 색감과 그림, 탄탄한 스토리까지 K-웹툰 만화책이 가진 강점들을 보며 앞으로 더 넓어질 입지가 기대된다. 하지만 서점에서 한 K-웹툰 만화책 애독자가 남긴 다음 문장에 아쉬움이 떠나지 않았다. "현지에서 K-웹툰 만화책은 한국어에서 영어, 다시 영어에서 튀르키예어로 번역해 보는 것입니다. 한국어가 곧바로 튀르키예어로 번역돼 출간되면 좋겠습니다. 그럼 K-웹툰 만화책에서만 느낄 수 있는 한국문화, 한국인의 정서 및 유머도 훨씬 더 가까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튀르키예에는 한국어문학과가 있는 국립대학교만 이스탄불대학교, 앙카라대학교, 에르지예스대학교 세 곳이 있고 각 대학교에는 한국어 전문 번역 동아리가 있다. 이스탄불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같은 경우에는 전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힐 정도다. 한국인 원어민 교수진들로만 구성돼 있으며, 이미 학과 모든 과정을 마치고 여러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젊은 튀르키예 인재도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인의 정서를 이해하고 튀르키예어로 번역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충분할 뿐만 아니라 가용 가능한 인재들이 이미 현지에 대기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어를 거쳐 현지어로 번역되는 과정은 더 아쉽게 느껴진다. 한때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렸던 일본 만화를 넘어 이제는 K-웹툰이 만화책으로도 출간되며 전 세계 한류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웹툰은 '웹(web)'과 '카툰(cartoon)'을 합성한 단어로 인터넷에서 연재하는 만화라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은 웹툰을 원작으로 드라마가 제작되고 드라마가 다시 인쇄된 만화책으로도 출간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종이책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인쇄물을 찾게 됐고, 전달하는 매체만 달라졌다는 단순한 의미는 분명히 아닐 것이다. 통신원이 한 서점에서 만났던 한류 팬처럼 K-웹툰을 소재로 한 만화책을 찾는 이들은 단순히 만화책만 찾는 이들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이들은 이미 다양한 한국 콘텐츠를 경험한 대중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현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조금 더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참고자료- 《매일경제》 (2023. 4. 16). 모범책시2’ 유종의 미…25.6% 올해 미니 최고 시청률, https://www.mk.co.kr/star/hot-issues/view/2023/04/292611/
성명 : 임병인[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튀르키예/이스탄불 통신원] 약력 : 현) YTN Wold 리포터 전) 해외문화홍보원 대한민국 바로 알림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