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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튀르키예의 사회적 갈등, 그 해법은?

2025-05-12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전 세계 관심사로 떠오른 동물권과 관련해 튀르키예에서는 동물 보호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추진으로 사람과 동물이 함께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급증하고 있는 유기 동물 개체 수와 그로 인한 사회적 문제에 직면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과제까지 해소해 가고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통신원은 튀르키예의 동물 보호법과 유기 동물 관리 시스템, 동물들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그리고 논란이 되고 있는 안락사 법안을 중점적으로 분석해 튀르키예의 동물권 현황을 조명하고자 한다. 

튀르키예의 동물 보호 법규 및 정책
튀르키예는 2004년 동물 보호법 개정을 통해 동물을 단순한 재산이 아닌 살아있는 존재로 규정하고 동물 학대 및 방치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해당 법안은 튀르키예 81개주 지방자치단체에 유기 동물 보호 의무를 명시하고 동물 학대 신고 건수를 증가시키는 것에 기여했다. 튀르키예 농림부는 전국 500여 개의 동물 보호소와 200여 개의 무료 동물 병원을 운영하며 유기 동물 보호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튀르키예 농림부에 따르면 위 법안 시행 후 동물 학대 신고 건수가 40% 증가했다. 

유기 동물 관리 시스템: 애플리케이션(VetBus, Semtpati)
정책적 성과는 행정적 실행력으로 이어졌다. 이동식 무료 동물병원버스(Vetbus) 서비스가 이스탄불주를 시작으로 부르사(Bursa), 발륵케시르(Balikesir), 마니사(Manisa), 콘야(Konya), 무을라(Mugla) 등 점차 더 많은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VetBus'로 불리는 이동식 동물병원버스는 길거리 동물들을 위한 단순한 진료를 넘어 중성화 수술, 백신 접종, 마이크로칩 삽입, 입양 매칭까지 일괄적으로 제공한다. 이스탄불시는 시청 소속 전담 수의사와 간호사, 운전기사로 하나의 팀을 구성해 이동식 동물병원버스를 운영하며 주 3회 39개 구와 동을 돌면서 유기 동물을 돌본다. 시민들에게 비용 및 거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이동식 버스에서 바로 백신을 접종하고 부상 경중에 따라 치료도 버스에서 바로 무료로 해 준다. 정부 정책이 큰 효과를 얻고 있는 데는 무엇보다 길거리 유기 동물 보호에 대한 시민들의 참여가 매우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공지된 일자에 맞춰 각자 돌보는 길거리 동물들을 데려와 적절한 조치를 받는다.
이스탄불주가 운영하고 있는 이동식 동물병원버스 'Vetbus

< 이스탄불주가 운영하고 있는 이동식 동물병원버스 'Vetbus' - 출처: 통신원 촬영 >

딜라라 베르크 이스탄불 동물관리청 소장은 병든 길거리 유기 동물들을 치료할 때면 더 각별하게 신경을 쓰는 것이 있다고 말한다. 치료가 중요하지만 길거리 동물들은 처음 포획된 장소를 가장 익숙해 하기 때문에 동물 보호센터에서 치료가 다 끝난 다음에는 반드시 처음 포획한 곳으로 다시 옮겨 와 풀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마이크로칩을 삽입해 길거리 동물의 건강 상태를 온라인에 업데이트해가면서 향후에도 동물들의 건강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보호센터에서 건강이 회복된 길거리 동물들은 애플리케이션 'Semtpati'를 통해 정보가 업로드되고 입양을 희망하는 시민들은 해당 앱에 올라온 유기 동물의 신상(사진, 종류, 나이, 성별, 건강상태)을 보고 바로 선택해 입양할 수 있다. 
이스탄불 동물관리청 소장, 딜라라 베르크

< 이스탄불 동물관리청 소장, 딜라라 베르크 - 출처: 통신원 촬영 >

그 과정에서 입양을 희망하는 시민은 유기 동물 보호센터 상담사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거주 환경(집 크기, 아파트 혹은 마당 있는 주택 등)에 맞는 유기 동물을 추천받는다. 만약 입양을 희망하는 사람의 거주 환경이 좁은 경우 몸집이 큰 대형견이 아닌 소형견을 연결해 주거나 고양이 입양을 권면한다. 활동량이 아주 많은 사냥개 견종은 입양 희망자가 정원이 있는 경우 추천을 해주면서 유기 동물 입양의 전 과정이 동물의 입장에서 안락하게 지낼 수 있도록 진행된다. 체틴 보스탄 수의사는 2024년 기준으로 동물병원버스(Vetbus)에서 예방 접종을 받은 동물은 3,463마리, 치료를 받은 동물은 347마리, 마이크로칩이 삽입된 동물은 2,250마리라고 설명했다. 정부 차원에서 동물권 보호와 복지를 이렇게 체계적으로 해 나가는 일에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매우 호의적이다.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톰빌리 고양이 동상

<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톰빌리 고양이 동상 - 출처: 통신원 촬영 >

통신원은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고양이 동상이 있다고 해서 호기심에 그곳도 다녀왔다. 일명 '비만 고양이 톰빌리' 동상이다. 톰빌리는 이스탄불 카드쿄이 동네에서 살던 길거리 고양이로 주민들의 사랑을 무척 많이 받았다. 주민들의 넉넉한 돌봄으로 비만 고양이가 된 톰빌리는 늘 같은 자리에서 사람처럼 앉아 지나가던 행인들을 맞았다. 그러던 중 지난 2016년 8월 1일에 신부전으로 시민들의 품을 떠났다. 동네 주민들은 톰빌리가 세상을 떠나고 난 다음에도 고양이를 그리워하며 카드쿄이 시청에 동상을 세워달라는 청원을 넣어 시 차원에서 동상까지 건립했다. 통신원은 톰빌리 동상을 촬영하고 있던 중 정말 우연의 일치로 화제의 톰빌리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업로드한 시민을 마주쳤다. 해당 시민은 "고양이가 그 같은 자세로 앉아 있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게재했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면서 그날을 회상했다. 

사회적 갈등으로 부상한 길거리 유기 동물 보호 정책
그러나 길거리 동물에 대한 정부 정책에 모든 시민들이 호의적인 것은 아니다. 2025년 현재 튀르키예의 길거리 동물의 개체 수는 400만 마리로 지난 2019년 100만에서 무려 4배가 증가했는데 개 공격으로 인한 교통사고와 사망자 수가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반감이 사회적 갈등으로까지 야기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길거리 동물에 치여 55명의 시민이 사망했고 5,000명 이상이 개 물림 사고로 부상을 입었다. 벌써 지난 한 해 동안만 해도 65명의 시민이 개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안락사 혹은 중성화 수술로 개체 수 조절
안전한 길거리 협회의 조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길거리 유기 동물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없다면 향후 5년 안에 6,000만 마리까지 증가해 인간 사회뿐만 아니라 동물 생태계까지 흔들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사태가 이 정도로 심각해지자 지금은 길거리 동물을 안락사 해야 한다는 여론과 생명을 죽이는 것은 안 된다면서 중성화 수술로 개체 수를 조절해야 한다는 여론이 양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와 같은 고민과 노력 끝에 인간과 동물이 함께 공존하는 더 나은 세상이 펼쳐지기를 기다려 본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통신원 정보

성명 : 임병인[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튀르키예/이스탄불 통신원]
약력 : YTN world 해외 리포터, 민주평통 남유럽협의회 튀르키예 지회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