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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 연말 헝가리 극장가 뜨겁게 달궈

2024-01-19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지난 12월 11일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 작품상(드라마 부문), 감독상, 각본상, 여우주연상(드라마 부문), 외국어 영화상 5개 부문에 이름을 올린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Celine Song) 감독이 연출한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가 연말 헝가리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또한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제13회 헝가리 모지넷 필름 데이즈(Mozinet Film Days)가 선정한 최종 5위 작품에 이름을 올렸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2024년 1월 11일 헝가리 공식 개봉 전 2023년 12월 14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푸시킨 극장을 시작으로 데브레첸, 페치 등 총 14개 도시에서 특별 시사회를 가졌다. 모지넷 필름 데이즈는 헝가리 공식 개봉 전 특별 시사회를 통해 현지 영화 애호가들의 투표로 선정된 다섯 편의 영화를 관람객에게 소개하는 행사다. 올해는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 외에도 2023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쥐스틴 트리에(Justine Triet) 감독의 <추락의 해부(Anatomy of a Fall)>, 올리비에르 나카체(Olivier Nakache)와 에릭 톨레다노(Éric Toledano) 공동 감독의 <어 디피컬트 이어(A Difficult Year)>, 안나힌츠(Anna Hints) 감독의 <여성 전용 한증막(Smoke Sauna Sisterhood)>, 몰리 매닝 워커(Molly Manning Walker) 감독의 <하우 투 해브 섹스(How to Have a Sex)>가 선정됐다.

어린 시절 캐나다로 이민을 간 노라(그레타 리)과 단짝 친구였던 해성(유태오)이 서로를 잊지 못하고 20년 만에 뉴욕에서 재회하는 로맨틱한 이야기를 담은 <패스트 라이브즈>의 헝가리 내 인기는 예견했던 바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지난 9월 제16회 헝가리 한국영화제 포커스 부문에 소개되면서 이미 큰 화제를 모았다. 아쉽게 영화제를 놓쳤던 관객들이 발 빠르게 이번 12월 특별 시사회를 찾으며 그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 제13회 모지넷 필름 데이즈(Mozinet Film Days) 최종 5위 선정작 - 출처: 'Mozinet' >

헝가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영화 장르가 로맨스와 코미디인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이는 주말이면 가족 혹은 친구들과 함께 극장을 찾아 영화를 관람하는 것을 여가 문화로 권장하던 사회주의 시절의 문화 정책에 기인한다. 당시 헝가리에서는 범죄, 스릴러 장르는 정치적으로 왜곡돼 해석될 수 있다는 이유로 거의 제작되지 않았다. 반면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담는 로맨스 장르와 슬랩스틱(slapstick)을 중심으로 하는 코미디 장르의 영화가 다수 제작 및 공급됐다.

부다페스트 외트뵈시로란드대학(Eötvös Loránd University)의 동아시아 영화 이론 전문 교수 테레제 빈체(Teréz Vince)는 <패스트 라이브즈>의 시사회를 보고 "헝가리인이라면 누구라도 좋아할 로맨스 영화로 국제적인 로맨스 정서를 갖추고 있다."며 "한국문화에 대해 알지 못해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연말연시 로맨스 영화를 선호하는 헝가리인들에게 안성맞춤이다."라고 언급했다. 한편 《index(인덱스)》의 스팬거 다비드(Spenger Dávid) 기자는 "<패스트 라이브즈>는 같은 과거를 가지고 있지만 서로 다른 공간과 시간 속에 존재하게 된 두 주인공의 플라토닉 사랑 이야기"라며 "서울과 뉴욕, 두 도시의 풍경이 자연스럽게 교차하며 시공간을 넘나드는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라고 평했다. 이어 "특히 한국계 미국인 주인공 노라가 서구에서 이방인으로 겪는 정체성 위기(identity crisis)를 해성과의 재회 즉 '전생'과 '인연'이라는 한국 정서를 통해 풀어나간 것이 매우 흥미롭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타이타닉>과 <라라랜드>를 잇는 완성도 높은 로맨스 작품"이라며 <패스트 라이브즈>를 강력하게 추천하고 평점 10점 만점을 부여했다.

최근 코리안 디아스포라(Korean Diaspora)의 정체성을 이야기하는 작품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20년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 2022년 한국계 미국인 이민진 작가의 소설 『파친코』를 원작으로 한 애플TV(Apple TV+)의 <파친코>에 이어 2023년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에 이르기까지. 해당 작품들은 모두 코리안 디아스포라가 갖는 정체성에 관해 이야기한다. 특히 <패스트 라이브즈>는 이민을 온 주인공 '노라(나영)'가 한국에서 온 '해성'을 재회하며 한국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집요하게 탐구하는 작품이다.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정체성을 불교적 교리에서 기인한 '전생'과 '인연'으로 디코딩하며 신선한 플롯을 제공함과 동시에 어린 시절 짝사랑을 찾아가는 보편적인 로맨스를 다룬 <패스트 라이브즈>. 1월 헝가리 공식 개봉 성공과 더불어 골든글로브 시상도 기대해 본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모지넷(Mozinet) 홈페이지, https://mozinet.hu/filmnapok/
- 《index》 (2023. 9. 7). Százas zsepi nélkül senki ne üljön neki ennek az újromantikus filmnek!, https://index.hu/kultur/cinematrix/2023/09/07/elozo-eletek-teve-apple-streaming-film-romantikus-celine-song-korea-oneletrajzi-kritika/

	

통신원 정보

성명 : 유희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헝가리/부다페스트 통신원]
약력 : 전) 한양대학교 강사, 대안공간 루프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