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에 '케이시스터즈(Ksisters)' 상륙… 제품을 넘어 방식을 수출하는 K-뷰티의 진화 K-뷰티가 새로운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에서 생산된 화장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단계를 넘어 이제는 유럽 현지 창업자들이 K-뷰티의 철학과 성공 방식을 벤치마킹해 직접 브랜드를 만들고 유통하는 시대가 열렸다. 독일의 '예쁘다(Yepoda)', 핀란드의 '화랑품(Hwarang)'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리고 지난 6월 이 새로운 흐름을 증명하는 K-뷰티 전문점 '케이시스터즈'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상륙하며 현지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부다페스트 최대 쇼핑몰 웨스트엔드(Westend)에 문을 연 '케이시스터즈'는 한국 기업이 아닌 K-뷰티에 매료된 슬로바키아 자매가 설립한 회사다. 이들은 이미 헝가리에서 성공적인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며 탄탄한 팬덤을 구축해왔다. 이 같은 기반을 바탕으로 지난 6월 헝가리 최초의 K-뷰티 전문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평일 오후에 찾은 매장은 K-뷰티를 직접 체험하려는 현지인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이는 제품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을 오랫동안 기다려 온 온라인 충성 고객들의 발길이 매장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 부다페스트 최대 쇼핑몰 웨스트엔드(Westend)에 문을 연 '케이시스터즈'- 출처: 통신원 촬영 >
한국 화장품이 유럽산 제품에 비해 가격대가 높은 편인데 현지 반응이 어떤지 현장에서 만난 직원 한나(Hanna) 씨에게 물었다. 이에 그는 "헝가리 고객들은 한국인의 유리알 같은 피부(glass skin)를 위해서라면 고가의 제품에도 과감히 투자합니다.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단연 성분(ingredient)이죠. 유기농인지, 좋은 원료를 썼는지를 매우 꼼꼼하게 따집니다."라고 답했다. 베스트셀러를 묻는 질문에 그는 주저 없이 메디큐브(MEDICUBE)의 '딥 비타C 캡슐 크림'과 '콜라겐 젤크림'을 꼽았다. 주목할 점은 화장품을 넘어선 미용 기기의 인기였다. 스킨케어 제품의 유효 성분 흡수를 돕고 탄력을 개선하는 홈케어 뷰티 디바이스인 '에이지알 부스터 프로'는 약 50만 원에 달하는 고가임에도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헝가리 소비자들의 과감한 투자 성향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었다. 성공의 핵심, '제품'이 아닌 '방식'을 판매하다 '케이시스터즈'의 성공은 단순히 좋은 제품을 가져다 놓는 데 있지 않았다. 이들은 영국 K-뷰티 플랫폼 '퓨어서울(pureseoul)'의 성공 전략처럼 단순한 유통을 넘어 한국식 뷰티 문법과 철학 자체를 판매하고 있었다. 매장 직원들은 거의 일대일로 고객의 피부 타입을 진단하고 그에 맞는 제품 라인을 추천하는 전문적인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유럽 소비자들이 K-뷰티에 대해 가졌던 가장 큰 장벽, 즉 '수많은 제품을 어떻게, 어떤 순서로 사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정보 부족을 정확히 파고든 전략이다. 부다페스트 엘테(ELTE)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직원으로 채용된 페트라(Petra) 씨는 "이곳은 단순히 상품을 파는 곳이 아니라 우수한 한국 화장품을 유럽에 알리며 '시스터후드(sisterhood)'라는 연대감을 형성하는 커뮤니티"라고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의 말처럼 '케이시스터즈'의 성공 전략은 오프라인 매장 개점 이전부터 시작됐다. 이들은 틱톡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K-뷰티 사용법과 철학을 공유하며 이미 헝가리 내에서 강력한 온라인 팬덤을 구축했다. 직원들은 고객에게 단순한 판매원이 아닌 K-뷰티 문화를 먼저 경험하고 그 가치를 알려주는 문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 (좌)직원 페트라 씨가 소개한 '시스터후드', (우)직원 한나 씨가 소개한 '에이지알 부스터 프로' - 출처: 통신원 촬영 >
K-뷰티, '방식'을 수출하는 산업으로 진화하다 물론 현지인이 주도하는 K-뷰티의 확산은 뷰티 철학의 왜곡 가능성이나 품질 관리의 어려움과 같은 새로운 과제를 안겨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현지인의 시선으로 제품을 큐레이션하고 그들의 언어로 소통하며 문화적 장벽을 허무는 이들의 방식은 K-뷰티가 진정한 세계인의 화장대로 나아가는 가장 효과적인 길임을 증명하고 있다. K-뷰티의 진정한 확장은 어쩌면 이제 한국 밖에서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성명 : 유희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헝가리/부다페스트 통신원] 약력 : 『한국 영화 속 주변부 여성과 미시 권력』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