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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내 한국 만화의 위상

2024-02-08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벨기에 아이들은 초등학교에서 글을 배우기 시작하면 부모와 가족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만화책을 선물받는다. 벨기에 북쪽으로 네덜란드어권인 플레미쉬(Flemish)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만화책은 『수스커 엔 위스커(Suske en Wiske)』로 조부모 세대부터 내려져 오고 있으며, 아이들 생일 선물로 인기가 많다. 아이들이 기본적으로 이 만화책을 10권 이상 소유하고 있을 정도로 해당 만화책을 모으는 것은 유행이다. 1945년 처음 등장한 이 만화책 시리즈는 현재 400편 이상이며 여전히 새로운 에피소드가 출간되고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일본 만화 '망가'라는 단어를 알게 된다. 벨기에 문구점에서는 일본 만화를 따라 그리는 방법을 소개한 책자를 판매하고 있는데 '망가'나 '가와이' 등이 일본어와 영어 알파벳으로 책 표지에 적혀 있다. 일반 문구점에서 일본 만화책을 판매하지는 않지만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눈이 커다란 여자 주인공 만화 그림을 '망가'라고 부르며 직접 따라 그린다.

< 주벨기에한국문화원 만화 교류 특별전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또한 벨기에의 스머프 만화 영화는 여전히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머프와 땡땡의 종주국 벨기에에서 한국 만화의 위상은 어떨까? 지난 몇 년간 주벨기에유럽연합한국문화원의 꾸준한 노력으로 벨기에 사람들은 한국 만화와 웹툰을 접할 수 있었으며, 이와 함께 한국 만화에 대한 현지인들의 관심도와 호감도도 상승했다. 2021년 하반기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1년간 브뤼셀에 위치한 벨기에 만화박물관(Belgisch Stripmuseum)에서 '한국 만화의 위상: 만화, 웹툰(Manhwa & Webtoon, de vlucht van het Koreaanse stripverhaal)' 전시가 개최됐으며, 2023년에는 9월부터 12월까지 한국문화원에서 한-EU 수교 60주년 기념 '만화 교류 특별전'이 열려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한국문화원 안내원은 "전시 기간 동안 하루에 10명에서 30명 정도가 꾸준히 방문했다. 만화책이 비치돼 있어 만화책을 보는데 시간을 할애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또한 만화책 구입에 대한 문의도 있었다."며 구체적인 성과를 밝혔다.

< 브뤼셀 국제만화축제에 등장한 한국 만화 캐릭터 둘리 - 출처: 통신원 촬영 >

무엇보다 2023년 9월 브뤼셀 대형 전시 및 공연장 투어 앤 택시스(Tour & Taxis)에서 열린 '브뤼셀 세계 국제만화축제'에서 한국 만화의 위상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브뤼셀시관광청이 주관한 이 행사에는 10여 개국이 참여해 자국의 다양한 만화를 소개했고, 한국은 김용관, 이빈소연, 엄유진, 실키 만화 작가 4인을 초청해 한국문화원 부스에 작품을 전시했다. 3일 동안 열린 해당 축제에서 한국 작가들은 다양한 워크숍을 통해 현지 만화 팬들과 소통하는 기회를 가졌으며, 한국 만화 정서가 유럽 만화 팬들에게도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 '펀자이씨툰'의 엄유진 작가 - 출처: 통신원 촬영 >

엄유진 작가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정성스럽게 그림 사인을 하는 게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시간이 들지만 벨기에에서 한국 만화 팬들을 직접 만날 수 있어 기쁜 마음이 더 크다."고 답했다. 엄유진 작가는 이와 별도로 '소책자 만들기' 워크숍을 통해 참가자들이 만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경험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아버지와 함께 행사장을 찾은 마오(Mao, 15세) 씨는 "원래 만화를 좋아해 만화책을 수집하고 있다. 한국 만화에 대해서는 잘 몰랐는데 이번 축제를 통해 한국 만화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면서 실키 작가에게 받은 그림 사인을 보여주며 "마음에 든다."고 환하게 웃었다. 『김치 바게트(Kimchi Baguette)』의 실키 작가는 프랑스에 거주하면서 한국인으로서 겪은 선입견과 편견 등을 담은 작품의 내용과 표현 방식 등을 소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좌)그림 사인을 해주고 있는 실키 작가, (우)실키 작가 만화책을 들고 즐거워하는 마오 씨 - 출처: 통신원 촬영 (좌)그림 사인을 해주고 있는 실키 작가, (우)실키 작가 만화책을 들고 즐거워하는 마오 씨 - 출처: 통신원 촬영

< (좌)그림 사인을 해주고 있는 실키 작가, (우)실키 작가 만화책을 들고 즐거워하는 마오 씨 - 출처: 통신원 촬영 >

주벨기에유럽연합 유정현 대사는 축제를 방문해 한국 만화와 웹툰 콘텐츠의 벨기에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른 장르의 대중적 인기도에 비해 한국 만화는 벨기에에서 마니아에 국한돼 있는 실정이지만 앞으로 K-만화, K-웹툰 콘텐츠가 현지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충분한 가능성이 보인다. 만화 그리는 방법 저자로 유명한 미국 작가 크로스토퍼 하트(Christopher Hart)의 네덜란드어 번역본 『망가 만화 스타일(Manga manhwa stijl)』은 루벤 대학교 도서관에 비치돼 있는데, 도서관 측은 이 도서를 '한국 만화 그리는 방법(hoe teken je Koreaanse strips)'이라고 부연 설명하고 있다. 비록 '망가'라는 일본어가 더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벨기에에서 한국문화의 영향력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 K-만화, K-웹툰의 유럽 진출로 '만화'라는 한국어가 보편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통신원 정보

성명 : 고소영[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벨기에/겐트 통신원]
약력 : 겐트대학원 African Languages and Cultures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