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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에서 열린 〈오발탄〉 상영회

2024-02-21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지난 1월 25일(현지 시각) 맨해튼 중심에 위치한 대안문화공간 피플스 포럼(The People’s Forum)에서 1961년 한국 고전 영화 <오발탄> 상영회가 열렸다. 퇴근 시간 후인 18시 30분에 시작한 해당 상영회에는 약 스무 명 남짓한 관객들이 자리했다. 1시간 40여 분의 영화 상영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떠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 피플스 포럼에서 열린 '오발탄' 상영회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번 <오발탄> 상영회는 매주 목요일 피플스 포럼에서 운영하는 '폴 앤 에슬란다 로베슨 시네마(Paul andEslanda Robeson Cinema)' 영화 상영회의 일부로 기획됐다. '폴앤 에슬란다 로베슨 시네마'는 뉴욕 대중에게 무료 혹은 기부금 형식의 입장료로 실험적 예술과 영화를 소개하기 위해 기획된 정규 프로그램이다. 상영회 시작에 앞서 피플스 포럼 담당자 라이언 햄비(RyanHamby)는 "영화 <오발탄>은 한국 영화사에서 훌륭한 영화 중 하나로 늘 언급되는 작품이며, 한때 전후 사회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로 한국에서 금지됐던 영화다."라고 설명하며 상영회를 시작했다. 또한 라이언 햄비는 "영화 <오발탄>이 묘사하는 서울의 상황은 한국전쟁 직후"라고 설명하며 "당시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라고 덧붙였다. <오발탄>은 이범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국 전쟁 이후 서울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리며 당시 노동자 계급의 모습을 다양한 영상 표현법으로 담은 영화로, 피플스 포럼이 지향하는 커뮤니티에 20세기 말 평범한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성을 더했다. 피플스 포럼은 노동자 계급(working class)과 소외된 계층(marginalized communities)이 모여 공동체를 만들고 함께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간이며 다양한 교육,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대안문화공간 피플스 포럼의 전경 - 출처: 통신원 촬영 >

상영관에서 한국 영화를 관람할 때면 통신원은 한국인 관람객이 몇 명이나 있을까, 얼마나 다양한 관객이 이곳을 찾았을까 하는 궁금증과 호기심에 주변을 괜히 둘러보곤 한다. 이번 <오발탄> 상영관에 아시아인은 통신원과 함께한 일행 한 명뿐이었고, 다른 관객들은 다양한 인종과 연령대였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이제 자막을 읽는 것에 어려움이 없는 듯했다. 이번 상영회는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복원하고 대중에게 공개한 영상을 통해 진행됐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복원한 고전 영화들은 유튜브 채널 '한국고전영화(Korean Classic Film)'을 통해 무료로 공개돼 있는데, 구독자 수가 85.7만 명에 이른다. 특히 해당 채널은 다양한 언어로 구성된 자막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번 상영회에서도 영어 자막으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다.

뉴욕 현지에서 한국 영화를 관람하는 경험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예전처럼 몹시 어려운 경험도 아니다. 특히 최근 들어 다양한 문화 기관에서 한국 영화 무료 상영회 혹은 기획전과 상영회를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맨해튼에 위치한 필름 앳 링컨센터(Filmat Lincoln center)는 '한국 영화 황금기 1960년대 특별전(Korean Cinema’s Golden Decade: The 1960’s)'을 통해 총 24편의 한국 고전 영화를 선보였고, '2023년 뉴욕 아시안 필름 페스티벌(New York Asian Film Festival)'은 총 8편의 한국 영화를 프로그램에 포함했다. 이런 크고 작은 한국 영화의 상영 행사는 현지 시네필들로 하여금 한국 영화는 이제 낯선 문화 혹은 장르가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게 한다. <기생충>으로 세계 영화산업계의 관심을 받으며 봉준호 감독이 말했던 '1인치 자막의 벽'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뉴욕 현지에서는 한국영상자료원 등 다양한 기관의 노력으로 유튜브, 영화제, 소규모 상영회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한국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전과 달리 한국 영화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며 피플스 포럼과 같은 현지의 작은 문화 기관들도 점차 한국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소개하기 위해 관심을 갖고 있다. 여기에 국내 다양한 기관에서 공을 들여 만들어낸 여러 자료를 현지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폭넓은 홍보가 더해진다면 한국문화가 보다 원활하게 세계 곳곳에 소개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피플스 포럼(The People’s Forum) 홈페이지, https://peoplesforum.org/about/

	

통신원 정보

성명 : 박진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뉴욕)/뉴욕 통신원]
약력 : Program Coordinator and Executive Assistant, YS Kim Foundation (New York, United States) Teaching Assistant and Course Assistant, New York University (New York, United States) Social Media Manager and Creative Web Director, 스튜디오랩딥(서울, 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