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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런던의 한국 전통주 양조장

2025-05-14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런던에 한국 전통주 양조장이 생겼다는 소식이 들리기 시작했다. 런던에서 생막걸리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이다. 유튜브 채널 '영국남자'를 비롯해 현지 인플루언서들의 영상에 연달아 등장하며 전통주와 특별한 한국 식재료를 사용한 칵테일을 선보였던 바텐더 양태열 씨가 하고 있는 일이다. 오감, 감나무집 등 한식당을 운영하며 한국 전통주를 소개하는 그의 도전과 현지화 전략, 한국 술을 알리며 겪는 여러 고민과 미래의 방향성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특별히 영국을 선택한 이유나 계기가 있나요?
전 세계 여러 국가를 돌며 한국 전통주를 소개하는 자리에 섰습니다. 여러 나라의 현장에서 전통주를 직접 담그기도 했죠. 일단 사람들이 칵테일을 자연스럽게 즐기는 문화가 무척 매력적이었어요. 그중에서도 영국은 진이나 위스키를 비롯해 다양한 칵테일이 만들어진 곳이고 세계적인 주류 회사들이 모여 있죠. 바텐더와 술을 만드는 사람을 존중해 준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물과 쌀, 효모만 있으면 어디서든 술을 빚을 수 있어요. 바텐더로서의 스킬, 노하우와 전통주를 다루었던 경험을 접목시키면 어디에서든 새로운 길을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런던에서 양조를 시작하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얼마 전 런던에 도착했어요. 처음 바를 오픈한 지 3개월 만에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상황은 더 어려워졌죠. 처음에는 전통주를 수입하는 일을 시작했는데 수입만으로는 사업성이 낮다는 결론을 냈고 여러 상황을 고려해 막걸리 양조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가게 뒤편 쪽방에서 막걸리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인플루언서들의 입소문이 퍼졌고 점점 성장하게 됐습니다.
양태열 씨가 운영하는 양조장 전경 양태열 씨가 운영하는 양조장 전경

< 양태열 씨가 운영하는 양조장 전경 - 출처: 통신원 촬영>

현지에서 한국 전통주를 소개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세우고 계시나요?
현재 한국문화 소비는 주로 젊은 세대가 이끌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움직임이 좀 더 다양한 층위로 확대되길 바랍니다. 그래서 고급화 전략을 꾸준히 지향합니다. 파인 다이닝 코스에 전통주 페어링을 꾸준히 선보여 한국의 전통주도 진이나 위스키처럼 품격 있게 즐길 수 있다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한국문화에는 익숙하지 않아도 새롭고 좋은 술을 찾는 주류 애호가들과 영국 내 식음료계의 전문가들에게 우리 술을 소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전통주를 수입하고 소개하는 것을 시작으로 했지만 이제 직접 술을 빚고, 맛보며 보다 지속적으로 함께 즐길 수 있는 흐름을 만들기 위해 집중하고 있습니다. 현지화 없이는 사업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한국의 문화예술을 알리려면 원형을 가져올 수밖에 없죠. 그래서 저는 '지키기'와 '현지화'를 동시에 잡고 싶습니다. 전통의 술을 그대로 소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기에 영국 소비자에게 친숙한 재료나 스타일을 덧입혀 편안한 경험을 주는 것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막걸리의 경우 밤이나 루밥(Rhubarb) 등을 현지에서도 친숙한 식재료를 활용해 술을 만드는데 반응이 정말 좋고 수요가 꾸준합니다. 또한 유자, 야관문, 솔잎처럼 한국적인 재료를 더한 전통주 칵테일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의 기회도 늘리고자 합니다. 워크숍을 진행해 보았을 때 반응이 정말 좋았습니다. 정규 과정을 개설해 막걸리를 직접 만들어 보는 기회를 많이 가져보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막걸리나 전통주를 지속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공급망을 구축하는 일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사실 막걸리는 장거리 운송에 따라 맛이 변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살균을 하면 맛이 떨어지죠. 그래서 다양한 보급 방법을 연구 중입니다.
양태열 씨가 판매하고 있는 생막걸리 - 출처: 통신원 촬영 양태열 씨가 판매하고 있는 생막걸리 - 출처: 통신원 촬영

< 양태열 씨가 판매하고 있는 생막걸리 - 출처: 통신원 촬영 >

요즘 영국에서 한국문화의 인기를 몸소 느끼고 계시죠?
확실히 '한국'이라는 키워드만 들어도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한국 음식점과 마켓, 디저트 카페 등이 런던 곳곳에 빠르게 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술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죠. 예전에는 막걸리를 보고 생소하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요즘은 드라마를 통해 먼저 보고 와서 찾기도 합니다. 아직 한국의 전통주가 대세라고 말하긴 이르지만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느낍니다. 먼저 영국에서 활동하는 스탠드업 코미디언 엉클로저(Uncle Roger)가 저희 막걸리를 소셜미디어에 소개하며 외국 손님이 늘었습니다. 얼마 뒤엔 유튜브 채널 '영국남자'가 촬영을 왔죠. 최근 <흑백요리사>가 넷플릭스에서 화제가 되면서 한국 술에 대한 관심이 늘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영상의 파급력이 피부로 느껴지는 데에는 몇 주에서 한두 달 정도 시간이 걸린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콘텐츠 파급력을 현장에서 직접 관찰하고 있습니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너무 빠른 파급은 표면적 유행에 그칠 위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주의 깊은 세계를 선보이면서도 유행이 아닌 문화로 자리 잡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전통주를 알리면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일단 말씀드렸던 것처럼 전통주 수입은 사업성이 낮습니다. 다른 국가의 경우 정부 지원으로 영국 내 양조장을 세워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펴고 있습니다. 한국도 이와 비슷한 구조가 필요합니다. 결국 현지 생산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판단해 양조를 시작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공사의 많은 지원이 있지만 여전히 지원이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한식은 아직 대중화 단계에 있고 전통주가 본격적으로 소비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결국 전통주는 한류의 새로운 파도라고 생각합니다. 맛보고, 만들어 보고, 일상에서 편하게 즐기게 되면 영국에서도 한국의 전통주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거라고 믿습니다. 

런던의 작은 양조장에서 피어오른 한국 전통주의 움직임, 단순 유행을 넘어 세계인의 식탁에 자리 잡을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한다. 시간이 축적된 한국의 전통주 문화가 한 바텐더의 집요한 도전과 만나 런던에서 새로운 물결을 만들고 있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통신원 정보

성명 : 이윤지[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영국/런던 통신원]
약력 : 전) 국립현대미술관 신호탄전 코디네이터 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립운영팀, 마스터플랜 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