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카페 시장에서 동남아시아의 열대 식재료를 활용한 이색 음료가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여름 시즌을 앞두고 판단, 용과 등 현지에서는 익숙하지만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한 열대과일과 식물이 음료 메뉴에 등장하고 있다. 지난 3월 한국의 커피 프랜차이즈 더벤티는 판단커피 시리즈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해당 시리즈는 카페라떼 메뉴 2종(판단 피스타치오, 판단 코코넛)과 프라페 메뉴 2종(판단 바나나커피, 판단 코코넛커피)으로 구성돼 총 4종으로 출시됐다. 판단은 달콤하면서도 고소한 향을 지닌 열대 식물로 잎에서 추출한 진한 녹색 색감 때문에 말레이시아 현지에서는 카야잼, 빵, 음료 등 다양한 디저트와 식음료에 활용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베트남식 코코넛 커피가 인기를 끌며 동남아시아 감성 음료의 인기를 입증한 바 있다. 이제는 코코넛처럼 이미 한국에서 어느 정도 대중화된 재료를 넘어 아직은 생소한 판단과 같은 식재료까지 음료 메뉴에 활용되고 있다. 이는 동남아시아 식문화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이해와 관심의 폭이 점차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흐름으로 평가된다.
< 판단을 활용한 말레이시아의 빵과 디저트 - 출처: 통신원 촬영 >
또한 최근에는 열대식물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열대과일을 활용한 신제품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예를 들어 더벤티는 5월 드래곤프루트(용과) 스무디를 출시하며 열대과일 '드래곤프루트'와 이름이 유사하면서도 젊고 감각적인 케이팝 아티스트 '지드래곤'을 결합해 차별화된 마케팅을 선보였다.
< 지드래곤이 홍보하는 드래곤푸르트 스무디 - 출처: 더벤티 페이스북 계정(@theventikr) >
이처럼 최근 한국의 커피 프랜차이즈가 젊은 세대를 겨냥해 이색적인 맛을 앞세우는 배경에는 다가오는 여름철 무더운 날씨가 동남아시아 특유의 식재료와 분위기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동남아시아 지역을 찾는 젊은 한국인 관광객이 많아 현지에서 경험한 맛을 국내에서도 찾으려는 수요가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예를 들어 베트남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베트남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약 450만 명으로 전체 외국인 관광객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필리핀 관광부 역시 2024년 상반기 기준으로 전체 외국인 관광객 중 한국인이 25.99%(약 82만 4,798명)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많은 한국인들이 동남아시아를 여행하면서 현지에서 접한 맛과 문화를 국내에서도 다시 경험하고자 하는 수요가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흥미로운 점은 말레이시아 현지 카페에서는 한류 스타와의 협업을 기반으로 한정판 음료와 디저트를 출시하거나 '오빠', '한국' 등의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운 메뉴를 활발히 선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동남아 식재료를 활용한 이색 음료가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서로의 문화를 재해석한 메뉴가 카페에서 판매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배경과 맥락은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한류에 대한 높은 관심과 선호가 카페 문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메뉴에 반영된다. 반면 한국에서는 동남아시아를 주로 여행지로 인식하고 그곳에서 경험한 이국적인 맛과 정취를 일상 속에서 다시 떠올리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
< '한류'를 녹아내는 말레이시아 카피 프랜차이즈 - 출처: 'Marketing Interactive' >
이처럼 양국 모두 음료와 디저트를 통해 서로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재해석하고 있지만 그 방식과 시각은 다르다. 말레이시아는 한국을 '한류'로, 한국은 동남아를 '여행지이자 미식의 보고'로 소비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카페 메뉴는 단순한 기호식품을 넘어 각국이 서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문화적 창이 될 수 있다. 한국의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동남아 식재료를 통해 새로운 미식 경험을 제안하는 동시에 말레이시아 카페들이 한국적인 재료와 이미지를 활용해 한류 문화를 확장해나가는 현상은 전 세계의 일상 속 커피 한 잔 속에도 다양한 시선과 문화가 담겨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Embassy of the Republic of the Philippines (2024. 7. 26). STILL NUMBER ONE 1: SOUTH KOREA REMAINS TOP SOURCE OF FOREIGNARRIVALS FOR FIRST HALF OF 2024, https://www.philembassy-seoul.com/news/still-number-one-1-south-korea-remains-top-source-of-foreign-arrivals-for-first-half-of-2024 - Vietnam National Authority of Tourism (2025. 1. 8). Viet Nam records more than 17.5 million international visitor arrivalsin 2024, https://vietnamtourism.gov.vn/en/post/20764 - 더벤티 페이스북 계정(@theventikr), https://www.facebook.com/theventikr/?locale=ko_KR - 《Marketing Interactive》 (2024. 11. 5). Tealivebrings Oppa-approved brews to Malaysians, https://www.marketing-interactive.com/tealive-brings-oppa-approved-brews-to-my-in-new-k-coffee-pop-up-cafe
성명 :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약력 : USM(Universiti Sains Malaysia) 전략적 인적자원관리(SHRM)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