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정책/이슈] 정부 금지 맞선 30주년 '부다페스트 프라이드(Budapest Pride)', 저항과 연대의 상징으로

 
정부 금지 맞선 30주년 '부다페스트 프라이드', 저항과 연대의 상징으로
지난 6월 28일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제30회 '부다페스트 프라이드(Budapest Pride)'가 개최됐다. 정부의 강력한 금지 조치에도 주최 측 추산 20만 명에 달하는 기록적인 인파가 모여 성소수자(LGBTQ+) 인권과 민주적 자유를 외쳤다. 올해 프라이드는 헝가리 정부의 권위주의적 정책에 대한 시민사회의 저항과 국제적 연대가 교차하는 상징적인 장이 됐다. 

행사는 당일 14시 바로시하자 공원(Városháza Park)에서 집결을 시작해 15시부터 카로이 순환도로(Károly körút)를 따라 서바차그 다리(Szabadság híd)를 건너는 대규모 행진으로 이어졌다. 행진이 끝난 후 부다페스트 기술경제대학교(BME) 앞에서 진행된 본 행사에서는 연설과 공연이 이어졌으며 20시에 공식 마무리됐다. 

정부의 억압과 부다페스트시의 저항, 그 의미는?
올해 프라이드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긴장감 속에서 진행됐다. 헝가리 정부가 미성년자에게 동성애나 성전환을 홍보하는 모든 공공행사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며 사실상 프라이드를 불법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새 법안은 위반 시 참가자에게 최대 20만 HUF(약 8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안면인식 기술을 통한 감시까지 허용해 논란을 낳았다. 

그러나 게르게이 커라초니(Gergely Karácsony) 부다페스트 시장이 이 행사를 시 공식 행사로 지정하며 법적 방패막이를 제공했고, 이는 기록적인 시민 참여를 이끌어내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Budapest Business Journal(부다페스트 비즈니스 저널)》은 "커라초니 시장이 '우리의 도시가 침묵하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하며 정부의 조치에 정면으로 맞섰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중앙정부의 억압에 지방자치단체가 시민의 편에 서서 표현의 자유를 지켜낸 것은 이번 프라이드의 가장 큰 의미로 평가된다

< 제30회 '부다페스트 프라이드'에 참여한 시민들이 서바차그 다리(Szabadság híd)를 건너고 있다 - 출처: 'Budapest Business Journal' >

행진 후 열린 연설에서 연사들은 사랑과 자유, 연대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사회를 맡은 크리스토프 슈타이너(Kristóf Steiner)는 "역사상 가장 큰 부다페스트 프라이드"라며 벅찬 감정을 전했고, 트랜스젠더 인권 활동가 헬러 지르커(Hella Zsirka)는 "증오를 견디지 못해 재능 있는 이들이 헝가리를 떠나고 있다. 그들은 우리를 마음대로 할 수 없으며 우리를 이 나라에서 쫓아낼 수 없다. 이곳은 우리의 집이기도 하다."라고 외쳐 큰 박수를 받은 것이 현지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국제 사회의 우려와 분열된 헝가리
이번 '부다페스트 프라이드'는 국제 사회의 높은 관심 속에서 치러졌다. 헝가리 정부가 2021년 제정한 아동 보호법은 유럽연합(EU)의 근본 가치를 위배한다는 이유로 거센 비판에 직면해왔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헝가리 정부를 유럽사법재판소(ECJ)에 제소했으며, 16개 회원국이 소송에 동참해 유럽연합 역사상 최대 인권 소송으로 기록됐다. 올해 행사 현장에도 70여 명의 유럽의회 의원을 비롯한 30개국 이상의 외교 사절단이 참석해 헝가리 시민사회에 대한 연대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국제적 비판에도 헝가리 내부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오르반 빅토르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여당은 해당 법안이 전통적 가족 가치와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 주장하며 프라이드를 "혐오스럽다."라고 비난한 바 있다. 반면 야당과 시민사회, 그리고 프라이드에 참여한 수많은 시민은 이를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인다. 결과적으로 2025년 '부다페스트 프라이드'는 단순한 성소수자 인권을 위한 문화 행사를 넘어 헝가리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됐다. 정부의 탄압이 거셀수록 저항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자유와 연대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헝가리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Budapest Business Journal》 (2025. 6. 29). Budapest Pride AttractsRecord Attendance, https://bbj.hu/budapest/events/budapest-pride-attracts-record-attendance/
- 《ILGA-Europe》 (2024. 11. 21). EU member states uniteagainst Hungary’s anti-LGBTI propaganda law at infringement hearing, https://www.ilga-europe.org/news/eu-member-states-unite-against-hungarys-anti-lgbti-propaganda-law-at-infringement-hearing/
- 《Telex》 (2025. 6. 28). A nemzetközi sajtó nagy része vezető hírként számolt be abetiltott Budapest Pride-ról, https://telex.hu/kulfold/2025/06/28/nemzetkozi-sajto-budapest-pride-budapest-buszkeseg-menet-hirek
- 《Mandiner.hu》 (2025. 6. 19). Jönnek: már több mint 70 EP-képviselő jelentkezett be abudapesti Pride-ra, https://mandiner.hu/belfold/2025/06/jonnek-mar-tobb-mint-70-ep-kepviselo-jelentkezett-be-a-budapesti-pride-ra

통신원 정보

성명 : 유희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헝가리/부다페스트 통신원]
약력 : 『한국 영화 속 주변부 여성과 미시 권력』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