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바르샤바 국제도서전에서 한국이 주빈국으로 초청되며 한국문화 및 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폴란드 문학을 기념하는 대표 야외 축제인 '얀 코하노프스키 기념 문학의 날(Imieniny Jana Kochanowskiego)'이 6월 21일 바르샤바의 크라신스키 공원(Krasiński Garden)과 인근 레스푸블리카 궁전(Palace of the Republic)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국립도서관이 주최하는 이 문학 피크닉은 2012년부터 매해 이어져 올해로 제13회를 맞았다. 올해 '얀 코하노프스키 기념 문학의 날'의 상징적 초청 인물은 시인이자 극작가 마리아 파블리코프스카-야스노젭스카(Maria Pawlikowska-Jasnorzewska)였다. '슬라브의 사포' 혹은 '릴카'로 불리는 그는 사랑, 육체성, 존재에 대한 섬세하고 대담한 시 세계로 20세기 폴란드 문학의 흐름을 바꾼 인물이다. 그의 작품은 여전히 읽힐 뿐만 아니라 대중음악 가사로도 재해석되는 등 새로운 방식으로 현대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마리아의 삶과 창작 세계를 중심으로 현대 문학에서의 사랑과 관계, 에로티즘 언어의 변화, 여성 예술가에 대한 비평의 기원, 전간기 강신술 유행 등 다양한 주제가 논의됐다. 특히 인공지능 시대의 글쓰기와 출판, 문학의 랭킹화 현상 등 동시대 문학 생태계의 변화도 주요 화두로 다뤄졌다. 행사는 그린, 블루, 옐로우의 세 개 메인 무대를 중심으로 진행됐으며 시 낭송 대결, 즉흥극, 북 퀴즈, 시 슬램, 전시, 어린이 워크숍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18시에는 배우들이 펼치는 에로틱 시 낭송 대결이, 20시에는 얀 코하노프스키의 고전 시 『소보트카의 노래(Pieśń świętojańska o Sobótce)』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연이 이어졌다. 피아니스트 바르텍 완시크와 아티스트 마리아 페셱의 협업은 여름밤의 분위기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관객들의 깊은 감동을 자아냈다. 21시 30분부터는 브라스 밴드와 함께하는 야외 댄스 타임이 정원 무대에서 펼쳐졌다.
< 바르샤바의 크라신스키 공원에서 열린 '얀 코하노프스키 기념 문학의 날' - 출처: 통신원 촬영 >
그린 스테이지에서는 문학과 에로티즘, 인공지능 시대의 글쓰기 변화, 마리아 야스노젭스카의 삶과 작품 세계가 집중 조명됐다. 특히 행사 개막 토론으로 진행된 '당신의 가장 달콤한 면으로(W Twoją najsłodszą stronę)'에서는 마리아 페셱, 르나타 리스, 마테우슈 아담치크가 참여해 폴란드 문화 속 육체성의 언어와 그 변천을 다채롭게 조명했다. 블루 스테이지는 어린이 대상 라디오극, 작가의 편지 낭독, 질병과 투병을 기록한 문학 이야기, 북 퀴즈와 시 슬램 대회 등 가족 관객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옐로우 스테이지에서는 문학상 수상 작가와의 대화, 전간기 폴란드에서 유행한 강신술 및 초자연적 현상, 현대 문학 속 사랑의 다양한 표현 방식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이어졌다. 올해도 변함없이 큰 호응을 얻은 시 낭송 대결은 문학과 공연의 경계를 허무는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두 배우가 각각 시 한 편을 낭송하면 관객이 손을 들어 승자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다수의 승부를 이긴 팀이 최종 승리를 거두는 구조다. 올해 심판은 매년 이 역할을 맡아온 문학평론가 그제고시 마르코프스키가 맡았다. 이외에도 크라신스키 공원 전역에서는 약 50여 개의 출판사가 참여하는 도서 부스와 작가 사인회, 가족 단위 필드 게임, 가상현실 문학 체험, 잔디 낭독회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펼쳐졌다. 레스푸블리카 궁전 내부에서는 고대 지리학자 프톨레마이오스의 『지리학』에 기반한 르네상스 지도 전시가 진행돼 고전과 현대가 공존하는 특별한 공간 경험을 제공했다.
< 바르샤바의 크라신스키 공원에서 열린 '얀 코하노프스키 기념 문학의 날' - 출처: 통신원 촬영 >
주최 측은 "올해의 기념 문학의 날은 정말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프로그램에 함께해 주신 참가자, 출판사, 그리고 크라신스키 공원을 찾아준 모든 방문객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런 관객을 만나는 건 언제나 큰 영광입니다."라고 전하며 공식 행사 사진은 곧 공개될 예정임을 밝혔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국립도서관의 문학 피크닉 페이스북 계정(@Imieniny Jana Kochanowskiego • literacki piknik Biblioteki Narodowej), https://www.facebook.com/p/Imieniny-Jana-Kochanowskiego-literacki-piknik-Biblioteki-Narodowej-100070481491552/?locale=pl_PL
성명 : 김민주[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폴란드/바르샤바 통신원] 약력 : 에피소든 운영 총책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