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29일 한낮의 햇살이 뜨겁게 내리쬐던 북경의 초여름. 주말이자 무더운 날씨였지만 중국미술관(中国美术馆) 앞은 이른 아침부터 관람객들로 붐볐다. 길게 늘어선 입장 줄 사이로 땀을 닦는 손길과 함께 한·중 수묵화를 향한 깊은 기대와 설렘이 공존하고 있었다.
< 동청취(东城区)에 자리한 중국미술관 외경 - 출처: 통신원 촬영 >
'수묵별미(水墨別美): 한·중 근현대 회화'를 주제로 한 이번 기획전은 한국의 국립현대미술관과 중국미술관이 공동 주최한 대형 국제 순회전으로 양국이 소장한 근현대 수묵채색화 대표작을 한자리에서 조망한다. 2024년 11월 서울 덕수궁관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 이번 베이징 전시는 그 연장선이자 확장된 무대로 양국 대표 작가 120인의 작품 120점을 선보인다.
< 전시장 입구 벽면에 설치된 '수묵별미' 공식 타이틀. 한·중 수묵 예술의 만남을 소개하고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전시 공간은 중국미술관 3층 13~17 전시실에서 '중국편'과 '한국편'이라는 두 개의 단원, 총 네 개의 장(章)으로 구성됐다. 전통 수묵화부터 근현대 회화, 추상적 실험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배치된 전시는 동아시아 회화의 전개 양상을 한눈에 살필 수 있게 한다.
< 전시 서문 전경 - 출처: 통신원 촬영 >
한국관에서는 개항기 이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묵채색화가 어떻게 시대정신을 반영하며 독자적으로 진화했는지를 조망한다. 조석진, 김규진, 박래현, 김환기 등의 작품은 동서양 양식을 융합하며 새로운 회화 어법을 시도했던 흔적을 보여주었다. 그들의 수묵은 단지 전통의 재현이 아니라 시대의 감각과 사유가 깃든 새로운 표현으로 읽혔다.
< 전시장 내부의 설명 패널은 한국어와 중국어로 병기해 양국 관람객 모두의 이해를 돕는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 한국 대표 작가 김기창의 대형 작품 '군마도', 거칠고 힘 있는 붓터치로 말의 역동성을 표현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 한국 대표 작가 박래현의 대형 작품 '노점', 전쟁 이후 거리 여성들의 일상을 따뜻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중국 작가군으로는 쉬베이훙(徐悲鸿), 치바이스(齐白石), 주다오핑(朱道平), 주전겅(朱振庚) 등이 참여했으며 각자의 수묵 표현을 통해 강한 정신성과 조형미를 드러냈다. 특히 쉬베이훙(徐悲鸿)의 '전마' 는 전장의 긴박함을 거친 붓 터치로 표현했고, 치바이스(齐白石)의 '하화원앙'은 서정성과 생동감을 담아냈다.
< 중국 대표 쉬베이훙(徐悲鸿) 작가의 작품 '전마', 거친 붓질로 전장의 긴박함과 전투마의 역동성을 담아냈다 - 출처: '中国美术馆' >
< 중국 대표 치바이스(齐白石) 작가의 작품 '하화원앙', 연꽃 사이를 유영하는 원앙 한 쌍을 통해 생동감과 서정미를 담아냈다 - 출처: '中国美术馆' >
전시 개막일인 6월 11일에는 개막식과 함께 학술 세미나도 열렸다. 중국미술관장 우웨이산(吴为山)은 축사에서 "수묵은 동양 정신의 핵심이며, 한중 문화교류의 상징적 매체"라고 말했고,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마음의 대화이자 미래로 향하는 문화 외교의 초석"이라고 밝혔다.
< 전시 개막식,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전시의 상징성을 함께 축하했다 - 출처: '中国美术馆' >
학술 세미나에서는 '수묵의 계승과 현대적 해석'을 주제로 양국 학자들이 토론을 나눴으며 수묵이 과거의 전통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생명력 있는 예술 언어로 살아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 기획전과 함께 열린 한중 학자 초청 학술세미나 현장 - 출처: '中国美术馆' >
중국 주요 언론은 이번 전시에 대해 "한중 수묵화의 전통과 현대가 나란히 어우러지는 깊이 있는 기획"이라며 높은 평가를 내놓았다. "양국 대표 작가들이 각기 다른 수묵 표현을 통해 동아시아 회화의 다양성과 깊이를 보여주었으며 한국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성공적으로 전시를 개최한 데 이어 이번에는 두 국가급 미술관이 다시 한번 협력의 장을 마련했다. 이는 문화적 공감이 더욱 깊어지고 예술 교류 방식이 한 단계 발전했음을 보여준다."라고 보도했다. 이번 '수묵별미(水墨別美): 한·중 근현대 회화'는 단순한 작품 감상의 자리를 넘어 한국과 중국이 오랜 시간 공유해 온 미학과 정신,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시대적 흐름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수묵은 느림과 사유, 여백과 절제의 미를 통해 동아시아 예술이 지닌 고유한 감수성을 전해왔고 지금도 여전히 그 가능성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만난 현대 작가들의 수묵은 과거를 단순히 답습하지 않는다. 그들은 붓끝의 먹을 통해 오늘의 사회와 인간 내면을 비추고 전통 위에 새로운 시각 언어를 덧입히며 동시대와 대화하고 있다. 디지털 이미지가 일상화된 시대일수록 수묵이 지닌 천천히 번져가는 깊이와 밀도는 더욱 특별한 울림을 준다. 무엇보다 이 전시는 두 나라 미술관이 공동으로 기획하고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전통과 현대, 양국의 미학이 나란히 호흡하며 만들어낸 이번 전시는 예술을 통해 문화적 신뢰와 공감대를 쌓아가는 동아시아 문화 외교의 한 장면이기도 하다. 오는 8월 11일까지 이어지는 '수묵별미(水墨別美): 한·중 근현대 회화'를 주제로 한 이번 순회전은 수묵을 매개로 한중 양국이 어떻게 서로의 감성과 시대를 나누고 있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수묵이 건네는 여운 깊은 메시지와 함께, 그 안에 깃든 동아시아 예술의 연결성과 가능성을 함께 느껴보기를 바란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京报网》 (2025. 6. 11). 中韩水墨画大师作品齐亮相,共谱艺韵华章, https://baijiahao.baidu.com/s?id=1834632251361488873&wfr=spider&for=pc - 《人民网》(2025. 6. 12). 从水墨出发展不同艺韵 中韩水墨作品展亮相中国美术馆, http://ent.people.com.cn/n1/2025/0612/c1012-40499066.html - 《中国美术馆》(2025. 6. 12). “艺韵华章——中韩水墨作品展”在中国美术馆展出, https://baijiahao.baidu.com/s?id=1834736713417260227&wfr=spider&for=pc -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 https://www.mmca.go.kr/exhibitions/exhibitionsDetail.do?menuId=1010000000&exhId=202506050001954
성명 : 최현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중국(북경)/북경 통신원] 약력 : 북경어언대학교 문학박사, Chengdu Yudi Technology Co., Ltd.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