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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그라메디아 BIP 출판부문 논픽션 담당 편집인 리아

2025-12-04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이틀간 『1등의 대화습관(Bicara Itu Ada Seninya)』의 저자 오수향 작가의 자카르타 일정을 동반 취재하는 동안 잠시 짬을 내 아쁘릴리아 위라흐마(Aprilia Wirahma- 이하 리아) BIP의 논픽션 부문 편집자를 간이 인터뷰하며 오수향 작가 저서 출판에 대한 뒷이야기, 그라메디아의 구조, 인도네시아 도서 출판 상황에 대해 질문했다. 그라메디아와 인도네시아 도서 시장 상황에 들어가기 전 현재 인도네시아에 출간된 오수향 작가의 저서 다섯 편 『1등의 대화습관』, 『웃으면서 할 말 다하는 사람들의 비밀(Komunikasi Itu Ada Seninya)』(2020), 『모든 대화는 심리다(Seni Berbicara Tanpa Bikin Sakit Hati)』(2022), 『긍정의 말습관(Siapa Bilang Bicara Positif Itu Gampang)』(2025), 『원하는 것을 얻는 사람은 3마디로 말한다(Berani Omong Kosong)』(2022) 중 마지막 책이 BIP가 아니라 경쟁 출판사인 가가스 미디어에서 출판된 상황에 대해서 질문을 시작했다.
그라메디아 BIP 출판 부문 논픽션 담당 편집인 리아의 사진

< 그라메디아 BIP 출판 부문 논픽션 담당 편집인 리아 - 출처: 통신원 촬영 >

질문: 오수향 작가가 인도네시아에서 출판한 책들은 모두 BIP를 통했는데 『원하는 것을 얻는 사람은 3마디로 말한다(Berani Omong Kosong)』 한 권만 그라메디아가 아닌 가가스 미디어(Gagas Media)에서 출판했습니다. 판매 상황도 좋지 않았고 이미 가가스 미디어와 오수향 작가와의 판권 계약이 만료되었습니다. 해당 판권을 BIP가 인수할 의향이 있나요?
답변: 일단 정확히 계약이 종료되었다면 BIP가 인수하는 데에 문제없습니다. 하지만 계약 종료를 확인하는 계약 해지서(터미네이션 레터)가 있어야 확실합니다. (인터뷰 후에 알게 된 일이지만 오수향 작가는 인도네시아로 출발하기 직전 가가스 미디어로부터 계약 해지서를 받았다.)
 

질문: 몇 개월 전 오수향 작가의 신간 『긍정의 말습관(Siapa Bilang Bicara Positif Itu Gampang)』은 상당한 선인세가 지불된 것에 비해 출판 당시 그에 걸맞은 마케팅이 오프라인 서점에서 관측되지 않았습니다. 그라메디아의 신간 홍보는 주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나요?
답변: 서점 마케팅은 특별한 일이 없는 판매 부문과 매장 매니저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므로 편집부는 관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를 통한 홍보는 충실하게 충분히 이루어졌습니다. 단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매 성적은 『1등의 대화습관』이 A급이라 하면 오 작가의 다른 책들은 B급, 또는 C급 정도라 매장에서는 신간이 신간 전용 매대에 일주일쯤 머문 후 좀 뒤쪽으로 배치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신간이라 전진 배치해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프리오더를 포함해 많이 팔리는 책들이 좋은 자리를 배정받는다는 취지로 이해됐다.) 오 작가의 이번 신간에 대해서도 소정의 소셜 미디어 마케팅이 진행되었고 이번 오 작가 방문과 관련 추가 콘텐츠들이 제작되어 신간을 비롯한 오 작가 저서의 전반적 판매 증가를 기대합니다. 오 작가의 첫 책이 나올 당시 도서 시장에서는 자기 계발서에 예술(Seni)라는 말을 붙이는 것이 한창 트렌드여서 『1등의 대화습관』의 경우 『Bicara Itu Ada Seninya』란 제목이 분명히 독자들에게 어필했고 후속작 두 편의 현지 제목에도 ‘Seni’라는 단어가 포함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그 시대가 지나 올해 신간에는 그 단어가 빠졌습니다.
 

질문: 현재 한국 원작 번역도서들 중에서는 혜민스님과 오수향 작가의 책들이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두 작가의 저서 판매량 정보를 조회해 볼 수 있을까요?
답변: 작가의 동의를 얻어 공개할 수는 있지만 사실상 대외비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BIP에서는 오수향 작가의 『1등의 대화습관』, KPG에서는 혜민스님의 저서들이 한국 도서 중 가장 판매량이 많은 스테디셀러입니다.
 

질문: 인도네시아에서 해외 도서들을 출판하기 위해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오수향 작가의 저서와 혜민스님의 저서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답변: (리아가 담당하고 있는) 논픽션 분야는 특히 트렌드와 세대별 이슈에 민감합니다. 대중의 필요를 파악해야 하죠. 오수향 작가의 책이 임팩트를 준 것은 현대 인도네시아 사회에서 소통과 대중 연설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갈등 관계 속에서도 자기 뜻을 어떻게 지혜롭게, 또한 안전하게 전달하느냐의 조언이 절실한 거죠. 자바 사람들은 정말 말을 못 해요. 그런데 오수향 작가의 책에는 세세한 부분의 예시까지 있어 독자들이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혜민스님 책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아마도 우리가 마음의 치유와 트라우마 극복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질문: 오수향 작가의 책들은 EYA를 통해 계약한 것으로 압니다. 최근까지만 해도 한국 도서 에이전시들 중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활동하는 곳이 많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EYA 외에 다른 한국 도서 에이전시들이 접촉을 해오나요?
답변: EYA 말고도 좀 더 있는데 10군데까지는 되지 않는 것 같아요. (리아는 며칠 후 메신저를 통해 에릭양(Eric Yang-EYA) 외에도 임프리마(Imprima), KL 매니지먼트, BC 에이전시, 샘(Sam), 신원(Shinwon), 더 초이스 메이커(The Choice Maker) 등의 한국 도서 에이전시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알려 주었다.)
 

질문: 인도네시아엔 보로부두르 에이전시 등 몇몇 도서 에이전시가 있지만 그리 효율적이지 않은 듯합니다. 그래서 그라메디아는 직접 IP 해외 판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IP 마케팅 메커니즘을 소개해 주세요.
답변: 사내 그라메디아 인터내셔널(Gramedia International) 팀이 모든 출판 부문의 IP를 위임받아 도서 에이전시 역할을 합니다. 전엔 그 팀을 KPG에 두고 전체 IP를 관리했지만 지난해 말 사내 여섯 개 출판 부문을 세 개씩 두 개의 매니지먼트가 통합해 관리하게 되면서 각 매니지먼트에 에이전시 팀도 하나씩 배치되었어요. GPU, KPG, 그라신도(Grasindo)가 출판 1부, BIP는 엘렉스 미디어 콤퓨틴도, m&c! 와 함께 출판 2부로 묶였습니다.

 
질문: 그라메디아의 '출판그룹'이란 어떤 위상인지 궁금합니다. 예를 들어 엘렉스처럼 PT가 붙어 별도의 자회사처럼 보이는 곳도 있고 BIP나 m&c!는 그냥 부서인 것 같은데 실제로는 각각 어떤 위상인가요?
답변: 실제로 PT가 붙어 별도의 법인 지위가 있는 출판그룹은 GPU(PT. Gramedia Pustaka Utama)와 엘렉스(PT. Elex Media Komputindo) 뿐입니다. 그래서 이 두 부문이 각각 출판 1부와 2부의 중심을 이룹니다. (그래서 오수향 작가는 BIP 측 손님이지만 실제 응대는 출판 2부의 중심을 이루는 엘렉스가 주도했다. BIP는 그간 GPU 산하 조직처럼 되어 있다가 이번 조직 개편으로 엘렉스 밑에 들어간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현재의 출판 부문을 2개의 매니지먼트로 나누어 운영하는 체재는 아직 완전히 정착되지 않았다는 인상이 강했다.)
 

질문: 인도네시아 도서 출판 산업 전반에 대한 질문인데 인도네시아 출판 협회(IKAPI)의 회원 출판사들은 1,900개로 알려져 있는데 나름 인도네시아 국제 도서전(IIBF)에 부스를 내거나 나름 이름이 알려진 곳들은 다 해도 100군데가 채 되지 않을 듯합니다. 중소, 영세 출판사들은 어떤 식으로 책을 출판하고 유통하나요?
답변: 인도네시아에는 인디 출판사라 할 만한 작은 출판사들이 많은데, 이들은 대개 그라메디아 같은 오프라인 서점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 판매를 하거나 고객과 직거래를 합니다. 그라메디아 서점을 통해 유통하려면 어느 정도 자본이 필요해요. 그라메디아 플랫폼을 이용하려면 책이 팔리지 않더라도 네트워크를 사용료를 내야 하는데 소형 출판사들은 그럴 여력이 없는 곳이 많아요. 하지만 좋은 책을 내는 인디 출판사들도 많이 있고 가격적인 면에선 분명히 그라메디아보다 경쟁력도 있으니 학교나 단체 몇 군데를 단골로 잡고 근근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질문: 최근 그라메디아 서점에도 일본, 중국 도서들이 넘쳐나고 특히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작품들이 매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더군요. 그라메디아는 해외 원작 도서들의 트렌드를 어떻게 평가하나요?
답변: 한국, 일본, 중국 문학들은 각자 특색이 있는 것 같아요. 논픽션의 경우는 더욱 그래요. 일본은 트라우마나 상처를 다루는 부분이 특별하고, 한국은 개인 감성에 깊이 어필하는 것 같아요. 반면 중국 도서들 내용은 좀 거칠면서도 강력하게 끌고 가는 느낌이라 할까요? 최근 한국 도서들은 출판 편수 측면에서 중국과 일본에 조금 밀리는 추세입니다.

 
질문: 몇 년 전 유네스코가 인도네시아의 독서 인구가 전체의 0.1%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에 동의하나요? 그 정도라면 인도네시아 독서인이 대략 30만 명이란 뜻인데 그 숫자로는 도서 출판 시장 자체가 유지될 수 없을 것 같아요.
답변: 최근 종이책을 읽는 독자들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0.1%는 너무 인색한 수치입니다. 레일라 S. 추도리 작가의 『바다이야기(Laut Bercerita)』만 해도 50만 권 이상이 나갔고 20년 전의 일이지만 안드레아 히라타 작가의 『무지개분대(Laskar Pelangi)』는 수백만 권이 팔렸으니까요. 인도네시아 독서 인구는 최소 수백만 명이 될 것입니다.
 

질문: 마지막 질문은 베스트셀러의 판매 부수 기준에 대한 겁니다. 이전 기사를 보면 몇 천 권 정도만 팔려도 당장 베스트셀러로 간주하더군요. 오수향 작가의 『1등의 대화습관』은 메가 베스트 셀러로 분류되어 있네요. 베스트셀러와 메가 베스트셀러를 나누는 판매 부수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답변: 원래 베스트셀러는 판매 부수 1만 권 정도였지만 최근엔 일반적인 최소 인쇄 부수인 3천 권이 한 두 달 사이에 소진되면 베스트셀러로 간주합니다. 더 팔릴 테니까요. 메가 베스트셀러란 이전 같으면 10만 권 정도 팔려야 하겠지만 지금은 1만 권만 넘어도 그렇게 불러 줍니다. 물론 혜민스님이나 오수향 작가의 책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이 팔렸습니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통신원 정보

성명 : 배동선[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인도네시아/자카르타 통신원]
약력 : PT. WALALINDO 이사, 작가,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