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회에서 케이팝, 한식 등의 한국문화가 주목받으면서 K-문학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본 《NHK》의 한 보도를 통해 한강 작가의 작품을 비롯한 K-문학이 일본에서 주목받는 배경을 살펴봤다. 1999년 23세의 나이에 소설 『일식(日蝕)』으로 아쿠타가와상(芥川賞)을 수상한 히라노 게이치로(平野啓一郎) 작가가 한국 문학의 매력에 대해 분석했다. 그는 자신의 책이 한국어로 번역돼 출간된 경험을 계기로 오랜 세월 한국 작가들과 교류해오며 한국 문학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다. 또한 자신이 주최하는 '문학의 숲' 이벤트에 한강 작가를 초청한 바 있다.
< K-문학의 매력에 대해 소개하는 일본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平野啓一郎) - 출처: 'NHK' >
그는 2010년대 한국 작품을 읽고 번역하기 시작했을 때 깊은 감동을 받았다며 일본 문학에서는 느낄 수 없는 한국 문학만의 매력 4가지를 꼽았다. 우선 일본의 젊은 세대가 경험하지 못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문학의 중요한 요소로 풀어내고 있다는 점을 차별점으로 소개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은 일본 독자들에게 색다른 역사적 경험으로 다가오면서도 동시대 현대인으로서의 왠지 모를 공감을 느끼게 해준다."며 K-문학의 첫 번째 매력으로 꼽았다.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한강 작가의 작품 중 『소년이 온다(少年が来る)』와 『작별하지 않는다(別れを告げない)』는 한국의 독립 혹은 민주화 과정을 그려냈다. 이와 관련해 "역사적인 사건으로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의 인생을 통해 역사적 사건은 한 번 일어났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경험한 세대와 후세대의 인생에도 영향을 주는 복잡성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세대 간의 경험 차이라는 복잡성 또한 K-문학에 깊이를 더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상황에서의 비슷한 감정과 생각은 K-문학에 대한 공감으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다른 사회의 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일련의 과정이 일본 내 K-문학이 흥미와 관심을 얻게 되는 배경이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K-문학이라는 다른 세계에서 자신과 매우 가까운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존재를 마주하며 일본 독자들이 외로움을 위안 받을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 일본에서 주목받는 K-문학 - 출처: 'NHK' >
다음으로 한국의 문학 작품이 굉장히 수준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히라노 게이치로 작가는 "인간에 대한 매우 깊은 통찰력을 갖고 있는 다수의 한국 작품은 일본 현대 작가의 작품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 못지않게 김용수 작가의 단편 또한 매력적이다."라며 극찬했다.
< (우)군 복무 중 한국 문학을 읽었다고 전한 BTS 뷔, (좌)한국 문학 작품들 - 출처: 'NHK' >
세 번째로는 한국의 대중문화가 일본 사회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면서 케이팝 아이돌의 언급이 K-문학의 일본 진출 및 확산에 파급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예를 들면 BTS 뷔가 한강 작가의 작품을 읽었다고 언급하자 팬덤 내 K-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실제로 해당 작품을 찾아 읽어보는 분위기로도 이어지면서 K-문학의 저변을 넓히는 계기로 작용했다.
< K-문학의 확산을 이끈 김승복 씨 - 출처: 'NHK' >
마지막으로는 K-문학의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2000년대와 달리 다양한 한국 문학이 일본어로 번역돼 현지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는 도쿄 간다진보초(神田神保町) 내 한국 전문서점을 경영하는 김승복(キム・スンボク) 씨의 긍정적인 영향 덕분이다. 당시 그는 한국 작품이 일본에서 판매되지 않는 현실에 충격받아 2007년 전문출판사를 설립해 한국 작품을 직접 번역 및 출판했다. 더 나아가 일본 출판사를 대상으로 한국 문학을 소개하는 설명회를 개최하거나 번역 동업을 제안하는 등 한국 문학을 알리기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2018년 『82년생 김지영』을 필두로 한국의 페미니즘 문학 번역본이 일본에서 큰 주목을 받으며 사랑받았다. 이는 <겨울연가(冬のソナタ)>의 일본 내 신드롬에 비유해 'K-문학의 욘사마'라고도 지칭된다. 지금은 한강 작가의 작품을 중심으로 K-문학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히라노 게이치로가 꼽은 한국 문학의 네 가지 매력을 바탕으로 보다 많은 일본인들이 한국 문학에 재미와 행복을 느껴 K-문학이 보다 관심받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NHK》 (2025. 8. 4). 日本で広がる韓国文学 なぜ?芥川賞作家が語る魅力とは, https://www3.nhk.or.jp/news/html/20250804/k10014884121000.html
성명 : 남승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일본(오사카)/오사카 통신원] 약력 : 자란다 일본어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