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테보리 출신의 작가이자 삽화가인 구닐라 베리스트룀(Gunilla Bergström)은 아동문학 시리즈 『알폰스 오베리(Alfons Åberg)』의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스웨덴의 국민 아동 도서이자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알폰스 오베리』 시리즈의 첫 책은 1972년에 출간됐다. 알폰스 캐릭터 탄생 40주년을 맞은 2012년 10월, 구닐라의 바람대로 '알폰스 오베리 문화의 집(Alfons Åbergs Kulturhus)'이 예테보리 시내에 문을 열었다. 문화의 집 건물은 1876년에 지어진 문화유산으로, 과거 스웨덴에서 가장 유명한 씨앗 가게였다. 내부 벽에는 당시 씨앗을 담았던 수백 개의 상자가 그대로 남아 있어 현대의 아이들이 옛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한때 씨앗을 담던 서랍에는 알폰스 오베리 도서들이 진열되었고, 이곳은 아이들의 상상력과 배움의 씨앗이 자라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 알폰스 오베리 문화의 집 입구 - 출처: 통신원 촬영 >
'난 여기 살아!'라고 외치는 입구의 알폰스의 말처럼, 문화의 집 내부는 마치 책 속 세계를 현실로 옮긴 듯했다. 아이들 키에 맞춘, 어른들이 몸을 숙여야 들어갈 수 있는 아주 작은 건물들이 있어 동화 속 비밀기지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줬다. 한쪽에는 알폰스 오베리 애니메이션이 상영되는 아주 작은 아늑한 극장도 있다. 거실, 주방, 책상, 아버지의 담배, 오래된 컴퓨터, 심지어 벽에 그려진 휴지걸이까지. 세세한 디테일 하나하나가 눈에 띄었다. 거실과 주방에는 실제 『알폰스 오베리』 동화책 에피소드 속에 등장하는 소품들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고, 천장에는 책 속 알폰스가 묶었던 끈들이 공중에 묶여 재현되어 있다. 공간 전체에서 여러 책 속 소품을 발견할 수 있어 아이들은 물론 함께 온 어른들에게도 따뜻한 추억과 동심을 불러일으킨다.

<1층의 작은 건물, 거실 - 출처: 통신원 촬영 >

< 스토리보드 피규어 박스 - 출처: 통신원 촬영 >
또 2층 한편에는 작가의 실제 작업실이 정성스럽게 재현되어 있었다. 그가 사용하던 가구와 안경, 담배와 라이터, 음반, 수많은 스케치북과 삽화, 책들, 그리고 창문 밖 풍경을 담은 사진까지. 모든 것이 그대로 남아 있어 마치 그의 집에 초대받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의 화려한 수상 이력을 보여주는 증서와 트로피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었으며, 구닐라가 직접 스크랩한 신문 기사, 메모, 일기를 통해 관람객은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며 그의 작품세계와 철학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알폰스 오베리』 시리즈를 비롯해 작가와 그의 예술 세계를 다룬 다양한 서적들이 구비되어 있어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이처럼 전시와 독서, 탐구가 어우러진 이곳은 단순한 어린이 체험관을 넘어, 성인 입장객들의 지적 호기심과 창작욕구를 자극하는 문화 공간이기도 하다.

< 작가의 작업실(좌), 작가의 메모(우) - 출처: 통신원 촬영 >
알폰스 오베리 문화의 집은 아동문학 캐릭터 알폰스의 세계를 통해 아이들의 발달과 학습을 지원하는 비영리 기관이다. 연간 방문객은 64,000명 이상이며, 주요 대상은 0~8세 아동과 보호자다. 아이들은 몰입형 체험을 통해 놀며 배우고, 보호자는 책을 읽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매일 두 편 이상의 연극 공연이 진행되며 여러 문화, 교육 프로그램과 마임이나 수화 공연도 정기적으로 열린다. 이곳의 또 다른 인상 깊은 점은 ‘모든 아이를 위한 공간’이라는 철학이었다. 건물 안에서 이용할 수 있는 휠체어가 구비되어 있고, 휠체어 이용 아동을 위한 엘리베이터와 동선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수화 영상이 상영되며, 다양한 언어의 아동 도서들이 비치되어 있기도 했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답게 화장실 또한 어린이 맞춤형으로 설계되어 있다. 낮은 세면대와 작은 변기 커버, 아이를 눕힐 수 있는 간이침대, 비치된 기저귀를 자유롭게 가져가라는 사려 깊은 안내문, 보호자를 위한 휴식 공간까지 세심하게 마련되어 있다.

< 연극이 진행 중인 극장(좌), 여러 언어의 책이 있는 책장(우) - 출처: 통신원 촬영 >
알폰스 오베리 문화의 집은 놀이와 학습을 통해 아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키워주는 동시에 구닐라 베리스트룀의 작품 세계를 오롯이 담아낸 공간이다. 구닐라는 생전에 '모든 아이가 호기심과 열정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부모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세 살, 네 살 아이들의 눈에서 반짝이는 호기심과 탐구심을 지켜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곳은 단순한 놀이, 전시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탐색하고 배우며 성장하는 곳이다. 동시에 세대를 뛰어넘어 『알폰스 오베리』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어른들에게는 잊고 지냈던 동심을 되찾게 하는, 모두에게 웃음을 전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 구닐라 베리스트룀과 알폰스 오베리 -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Alfons Åbergs Kulturhus, https://alfonskulturhus.se/
성명 : 오수빈[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웨덴/스톡홀름 통신원] 약력 : 현) 프리랜서 번역가, 통역사, 공공기관 조사연구원 전) 재스웨덴한국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