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회 바르샤바국제영화제(WARSZAWSKI FESTIWAL FILMOWY 2025)가 10월 10일부터 19일까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개최됐다. 올해 영화제는 '영화 그 이상(More Than Cinema)'이라는 슬로건 아래 전 세계에서 선별된 작품을 소개하며 영화와 가치 및 사회적 메시지 간의 교차점에 주목했다. 특히 올해 국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윤가은 감독의 신작 <세계의 주인(The World of Love)>은 한국 영화의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윤가은 감독은 이번 영화제에서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FIPRESCI AWARD)을 수상했다. 심사위원단은 독일, 우크라이나, 폴란드를 대표하는 평론가 카트린 힐그루버(Katrin Hillgruber), 나탈리아 세레브랴코바(Nataliia Serebriakova), 카야 클리멕(Kaja Klimek)으로 구성됐으며 작품의 예술성과 깊이 있는 메시지를 높이 평가했다. "교실 속 평범한 사과 하나가 불러오는 놀라운 이야기"라는 심사평처럼 영화 <세계의 주인>은 폭력이 사회를 어떻게 은밀하고도 예기치 않게 형성하는가를 섬세하게 포착하며 다른 이를 판단한다는 행위가 지닌 어려움을 성찰하게 만든다. 심사위원단은 윤가은 감독의 연출에 대해 "섬세함과 진정성으로 인간 정신의 회복력과 따뜻함을 조명한 뛰어난 성취"라고 평가했다. 특히 "주인공 조인을 연기한 배우 서수빈의 탁월한 연기는 관객을 깊은 몰입으로 이끌며 '조인, 너는 진짜 누구니?'라는 물음을 따라가는 여정에 감정을 불어넣었다."고 강조했다.

<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수상한 윤가은 감독의 '세계의 주인' - 출처: 바르샤바국제영화제 페이스북 계정(@warsawfilmfestival) >
영화 <세계의 주인>은 17세 고등학생 '주인'을 중심으로 사랑과 관계, 자아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성장 드라마다. 평소 명랑하고 자유로운 성격을 가진 '주인'은 어느 날 분노의 감정으로 내뱉은 말 한마디로 인해 친구들과의 관계에 금이 가고, 익명의 쪽지가 그의 일상에 균열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물음을 받게 된다. 영화는 섬세한 심리 묘사와 현실적인 대사, 그리고 십대 소녀의 복잡한 감정을 진정성 있게 풀어내며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영화 전체적으로 한국어가 구사되는데 바르샤바국제영화제 상영본에는 영어와 폴란드어 자막이 제공됐다. 이번 상영은 유럽 프리미어로서 한국보다 앞서 유럽 관객에게 선보이는 자리였다. 윤가은 감독은 단편 <손님(2011)>과 <콩나물(2013)>, 그리고 장편 <우리들(2016)>, <우리집(2019)>으로 국내외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인물이다. <우리들>은 베를린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여러 해외 영화제에 초청됐으며, 한국에서는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 수상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이번 신작 <세계의 주인>은 윤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영화이자, 보다 확장된 시선으로 성장 서사를 다룬 작품이다. 윤 감독은 종교와 역사 전공 이후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출을 전공했으며 아이들의 세계와 감정, 관계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영화들로 꾸준히 사랑받아왔다. 이번 영화 <세계의 주인>에서도 윤 감독 특유의 섬세한 감정선, 현실적인 연출이 돋보인다. 바르샤바국제영화제는 1985년 시작된 유서 깊은 영화제로 유럽 영화계에서 '숨은 보석'을 발굴하는 플랫폼으로 평가받는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미카엘 하네케, 아쉬가르 파르하디, 드니 빌뇌브, 파벨 파블리코프스키 등의 감독들이 이곳에서 초기 작품을 선보이며 커리어를 시작한 바 있다. 국제경쟁 부문은 영화제의 핵심 섹션으로 최고상인 '그랑프리'를 놓고 전 세계 감독들이 경합을 벌인다. 예술적 완성도와 주제의식, 창의성을 기준으로 국제 심사위원단이 심사하며 올해도 사회적 문제와 보편적 가치에 대한 성찰이 돋보이는 작품이 대거 포진했다. <세계의 주인>은 영화제 기간 동안 10월 11일 토요일 15시 30분, 10월 13일 월요일 15시 30분, 10월 14일 화요일 13시 키노테카에서 총 세 차례 상영됐다. 각 상영마다 현지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영화제 측은 "한국은 매년 흥미로운 목소리와 참신한 시선을 보여주는 중요한 국가 중 하나"라며 "향후에도 지속적인 초청과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세계의 주인>은 앞서 2025년 토론토국제영화제 플랫폼경쟁 부문에서도 세계 최초로 공개되며 이미 글로벌 영화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이번 바르샤바 상영은 그 흐름을 잇는 유럽 무대 확장의 신호탄이기도 하다. 영화의 마지막 문장처럼 윤 감독의 영화는 단순한 성장담이 아닌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진심으로 마주하려는 한 인간의 이야기다. <세계의 주인>은 우리 모두가 겪는 관계의 혼란과 내면의 흔들림, 그리고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작은 진심들을 아름답고도 현실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올해 바르샤바국제영화제는 한국 영화가 전하는 보편적 정서와 세심한 이야기의 힘을 다시 한번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로 작용했다. 그리고 '윤가은'이라는 이름은 이제 더 이상 '신예'가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하나의 목소리로 자리 잡고 있다.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바르샤바국제영화제 페이스북 계정(@warsawfilmfestival), https://www.facebook.com/warsawfilmfestival265774
성명 : 김민주[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폴란드/바르샤바 통신원] 약력 : 에피소든 운영 총책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