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바르샤바의 현대음악 전용 공연 공간 해쉬태그 랩(Hashtag Lab)이 2026년 2월 14일 오후 7시 콘서트 ‘잇츠 컴플리케이티드It’s complicated’를 개최했다. 이번 공연은 발렌타인데이에 맞춰 기획됐지만, 사랑을 낭만적 이미지로 단순화하는 기존 서사에서 벗어난 점이 특징이다. 공연은 관계 속 균열과 긴장, 다정함과 소멸, 연결과 단절 등 상반된 감정의 층위를 음악적으로 풀어내며 “사랑은 복잡하다”는 전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상업화된 발렌타인 이미지 대신 관계의 모순과 거리감까지 정면으로 조명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이번 공연은 ‘20~21세기 폴란드 클래식 음악을 중심으로 다루는 최초의 인터넷 서비스’로 소개되는 현지 음악 전문 플랫폼의 주목을 받으며 소개됐다. 해당 플랫폼은 폴란드 현대음악의 흐름과 작곡가, 주요 공연 소식을 전문적으로 다루며 동시대 음악 담론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공연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동시대 감수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해쉬태그 랩은 폴란드 최초이자 유일한 상설 현대음악 전용 공간으로 알려져 있다. 바르샤바 스타라 오호타(Stara Ochota) 지구 바르스카 29번지에 위치한 모더니즘 양식의 빌라에 자리하고 있으며, 해당 건물은 과거 문화 살롱으로 운영된 역사적 공간이다. 특히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곡가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와 비톨트 루토스와프스키 등이 드나들던 장소로 알려져 있다. 현재 이 공간에서는 콘서트뿐 아니라 교육 워크숍, 어린이 프로그램, 세미나, 마스터클래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해쉬태그 랩은 바르샤바 시의 공동 재정 지원 아래 운영되며, 역사적 전통과 동시대 음악 실험이 공존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발렌타인에 울린 현대음악 ‘잇츠 컴플리케이티드(It’s complicated)’ 콘서트 포스터 - 출처: '해쉬태크 랩' 페이스북(@hashtaglab) >
이번 공연은 주폴란드한국문화원과의 협력을 통해 기획됐다. 특히 한국인 작곡가들의 작품을 프로그램 전면에 배치한 점이 눈에 띈다. 이는 한국과 폴란드 간 현대음악 네트워크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문화 교류가 단순 교류 행사를 넘어 창작과 연주의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구현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프로그램의 중심에는 작곡가 이상준과 홍상현이 자리했다. 이상준은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 국제 작곡 콩쿠르 제7회 대회 2위 수상자로, 작품 〈베일 오브 트랜지언스(Veil of transience)〉에서 감정의 덧없음과 시간의 흐름을 치밀한 음향 구조로 풀어냈다. 미묘한 음색 변화와 긴장감 있는 전개는 관계의 불안정성과 유한성을 환기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홍상현은 카지미에시 세로츠키 국제 작곡 콩쿠르 제19회 대회 2위 수상자로, 〈나 아버 페른, 페른 아버 나(Nah aber fern, fern aber nah)〉를 통해 물리적 거리와 심리적 친밀감 사이의 역설을 탐구했다. 디지털 시대에 즉각적으로 연결되면서도 동시에 고립될 수 있는 인간관계를 음향적 대비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 밖에도 체 버퍼드의 〈텐더니스 앤드 롯(Tenderness and rot)〉는 장기적 관계 속에서 공존하는 다정함과 부패의 긴장을 드러냈으며, 엘리아 페리누의 〈나토 소토 라 레바(nato sotto la leva)〉는 이번 무대에서 세계 초연됐다. 파베우 말리노프스키의 〈스틸 언타이틀드... 러브 송(still untitled… (love songs)〉와 아그니에슈카 슈베르트의 〈사일런트 포스트(Silent post)〉 역시 사랑을 명확히 규정하기보다 질문으로 남기는 접근을 택했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작곡가들의 시선은 사랑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다층적으로 비추며 공연의 서사를 확장했다. 연주는 해쉬태그 앙상블이 맡았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등 현악기군에 전자기타, 클라리넷, 피아노, 타악기가 더해진 편성은 전통적 실내악의 경계를 확장했다. 이질적인 음색의 충돌과 공명은 관계 속 마찰과 화해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다. 공연 이후에는 단편 영화 상영과 관객 대화 프로그램이 이어져 음악과 영화 속 사랑의 모티프를 함께 조망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무제(無題). 사랑은 복잡하기 때문이다(Untitled. Bo to skomplikowane.)’라는 문장은 이번 무대를 관통하는 선언으로 제시됐다. 사랑을 하나의 정의로 고정하기보다 모호함과 긴장을 인정하려는 태도를 담은 이 질문은 2월 14일 밤 바르샤바 공연장에서 쉽게 결론에 도달하지 않는 열린 메시지로 남았다. 한국 작곡가들의 작품이 유럽 현대음악 무대의 중심에서 소개된 이번 공연은 예술을 매개로 한 한·폴란드 문화 교류의 현재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평가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해쉬태크 랩 페이스북(@hashtaglab), https://www.facebook.com/hashtag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