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0일 깊어가는 가을밤, 아스타나의 오페라 및 발레 극장 챔버홀에는 한국의 옛 소리가 잔잔하게 울려 퍼졌다. 한국의 전통 궁중 연회와 귀족 계층에서 연주되던 궁중 음악으로부터 시작하여 국민들이 즐겨 듣던 민속 음악, 그리고 판소리와 아리랑까지 한국의 소리와 춤이 전하는 감동의 여정이 펼쳐졌다. 이 공연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육진흥원이 국내 우수 문화 예술 프로그램의 해외 순회를 지원하는 '2025 투어링 케이-아츠(Touring K-Arts)' 사업의 일환으로서 카자흐스탄 한국 문화원의 주최로 아스타나와 알마티 두 도시에서 개최됐다. 11월 20일은 아스타나 오페라 및 발레 극장에서, 11월 22일에는 알마티 국립 아카데미 고려극장에서 국립국악원과 함께 한국 전통 음악의 향연이 열렸다.

< 한국의 악가무 공연 포스터 - 출처: 주 카자흐스탄 한국문화원 >
무대는 궁중에서 연주되던 관악 합주곡인 <관악영산회상>으로 시작됐다. 피리가 주선율을 맡고 대금, 해금, 아쟁 등이 어우러져 고요하고도 웅장한 연주였다. 이어 피리 독주곡으로 <상령산 풀이>, 가곡<계면조 언롱>이 연주됐다. 웅장한 합주곡에 이어 청아하고도 깨끗한 피리 소리로 공연장이 가득 채워졌다. 관중들은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소리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가곡은 조선시대 선비들이 시에 곡을 붙여 부르던 풍류 문화에서 발전한 대표적인 정가인데, <계면조 언롱>은 여리고 정적인 분위기의 노래이나, 이를 부르는 힘 있고 깊은 목소리는 관중을 사로잡았다.




< 국악 합주 공연과 독주 공연 현장 - 출처: 통신원 촬영 >
다음으로는 독주 무대 4개가 연이어 펼쳐졌는데, 거문고와 아쟁 산조, 그리고 판소리와 전통 무용 작품 순이었다. 한복을 곱게 입은 연주자가 무대 한가운데에 앉아 거문고와 아쟁을 연주하는 순간 관중들은 조선 시대 그 어딘가로 이동한 듯한 착각이 드는 듯했다. 판소리의 박재혁 소리꾼은 무대에 등장하자마다 넉살 좋게 'Сәлеметсіз Бе!'(살레멧스즈베! - 카자흐어로 '안녕하세요'라는 뜻)를 건네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수궁가> 중 <약성가> 대목을 생동감 있는 목소리로 읊는 그의 모습에 관객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한국어로 빠르게 읊는 소리가 낯설 텐데도 마치 케이팝 랩을 하듯 리듬 있게 소리를 외치는 모습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며 바라보는 관객들의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판소리에 이어 노하늘 무용수가 <국수 호류 장한가> 무대를 선보였는데, 이 무대 역시 독무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춤사위는 관객을 압도했다. 절제된 동작을 통해 한국적인 미와 정서를 표현하는 그의 춤 동작 하나하나는 무대와 관객을 장악했다.


< 판소리(좌), 장한가(우) 공연 무대 - 출처: 통신원 촬영 >
독주곡 연주부터 무용까지 다양한 공연에 이어 <시나위>와 <아리랑> 메들리가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채웠다. 가야금, 피리, 대금, 해금, 거문고, 장구, 아쟁의 각 소리를 '온나라' 한국 전통 음악 경연 대회의 수상자들이 맡아 연주했다. 이 공연의 마지막은 카자흐스탄의 전통 악기 제트겐과 코브스가 한국의 전통 악기와 함께 카자흐스탄의 위대한 시인인 아바이 쿠난바이울리의 탄생 180주년을 기념하여 <Айттым сәлем,Қаламқас> (안녕, 칼람카스)와 <Желсіз түнде жарық ай>(바람 없는 밤에 밝은 달)이라는 대표곡을 연주했다. 이날 공연은 한국과 카자흐스탄 두 나라가 오랜 시간 이어온 문화 교류의 결실이자, 앞으로의 새로운 예술적 교류를 시작하는 특별한 자리였다. 특히, 국립국악원이 주최한 전국 전통 음악 무용 경연 대회 온나라의 수상자들이 출연하여 한국 전통 예술의 젊은 주역들이 한국의 전통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인 뜻깊은 자리였다. 이는 '2025 투어링 케이-아츠(Touring K-Arts)' 사업의 취지에 따라 재외 한국 문화원의 콘텐츠 수준을 높이고, 국내 젊은 예술인들이 한국 문화 예술의 미래를 선보이는 명실상부한 무대였다고 할 수 있겠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주 카자흐스탄 한국문화원, https://kaz.korean-culture.org/ko/494/board/205/read/140066
성명 : 배현숙[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카자흐스탄/아스타나 통신원] 약력 : 아스타나 한인회 총무, 카자흐스탄 정부초청 장학생 석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