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문화 공간으로 진화하는 브뤼셀 한식당

2025-11-19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벨기에에서 새롭게 문을 여는 한식당은 이제 더 이상 맛 좋은 한식만을 내세우지 않는다. 내부를 채운 한글 네온사인과 전통 소품, 케이팝은 마치 작은 한국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제 벨기에 한식당은 현지인들이 한식을 넘어 한국의 정서를 흥미롭게 체험할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벨기에에서 한식이 단순한 외식 선택지에서 하나의 문화 경험이자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브뤼셀에 위치한 한식 레스토랑 교자상

< 브뤼셀에 위치한 한식 레스토랑 교자상 - 출처: 통신원 촬영 >

2023년 브뤼셀에서 첫 문을 연 한식당 교자상(Gyojasang)은 짧은 시간에 현지 젊은 세대의 사랑을 받으며 K-푸드와 K-컬처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교자상은 프랜차이즈로 브뤼셀에만 두 개의 레스토랑이 있고, 2024년에는 앤트워프에 서울 클럽 하우스(Seoul Club House)를, 최근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로테르담에 새로운 지점을 오픈했다. 벨기에 브뤼셀의 중심가에 자리한 교자상 두 지점은 걸어서 약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데 두 지점 모두 인기가 많다.

교자상은 단순한 한식당을 넘어 전통적인 한국 음식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하고 여기에 음악과 조명,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해 '경험하는 식당'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만들어냈다. 각 매장은 통일된 인테리어와 활기찬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지역 고객의 입맛에 맞춘 메뉴와 음료를 선보이고 있다. 대표 메뉴는 불고기, 치킨, 김치볶음밥, 떡볶이 등이다. 특히 불고기와 갈비김밥 세트는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무엇보다 소셜미디어 감성을 자극하는 네온 사인과 포토존, 포켓볼존, 케이팝이 어우러진 공간은 젊은 고객층에게 하루를 즐기기 좋은 장소로 인식되고 있다. 중학생인 미아(Mya, 12세)는 "김밥, 갈비 등 한국 음식도 맛있어서 좋아하지만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게 가장 좋아요. 오늘도 엄마와 함께 재미있는 사진을 찍었어요."라고 말하며 무척이나 즐거워했다.
교자상의 인기 세트 메뉴

< 교자상의 인기 세트 메뉴 - 출처: 통신원 촬영 >

교자상이 캐주얼한 한식과 문화 감성을 내세우고 있다면, 브뤼셀에 위치한 한식당 안주(Anju)는 레트로 감성의 인테리어와 한식의 유럽화를 내세워 현지 미식가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미쉐린 스타 셰프 상훈 드겜브르(Sang-Hoon Degeimbre)가 오픈한 해당 레스토랑은 한국 전통의 안주 문화를 모던 유럽식 감성으로 재해석해 선보인다. 불고기, 잡채, 파전 등 익숙한 한식 메뉴를 세련된 플레이팅과 섬세한 풍미로 새로운 음식으로 풀어냈다. 즉 와인과 칵테일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방식으로 한식을 변주한 것이다. 전통 한식의 강렬함보다는 재료 본연의 맛과 균형을 살린 조리법으로 현지 미식 트렌드에 맞추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미쉐린 스타 셰프가 오픈한 한식당 안주

< 미쉐린 스타 셰프가 오픈한 한식당 안주 - 출처: 통신원 촬영 >

한식을 좋아한다는 클레르(Claire, 48세) 씨는 "예전에 코리안 바비큐 식당을 갔었는데 입맛이 까다로운 남편은 별로라고 했어요. 하지만 한식당 안주에서는 맛이 좋다며 감탄하며 즐거워했죠. 남편이 마음에 들어 하는 한식당을 발견해 너무 기뻤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한식당 안주는 세련된 맛의 조화와 여유로운 분위기로 중장년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또한 함께 나눠 먹는 것이 이곳의 규칙인데 웨이터는 "함께 나눠 먹는 것이 진정한 한국의 전통"이라는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벨기에에서 2년 전부터 새롭게 오픈하는 한식당의 장소를 살펴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예전에 일본 식당이었던 곳이 한식당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교자상의 한 지점도 그렇고 안주도 과거 일본 식당 자리였다. 벨기에에서 현재 가장 핫하고 인기 있는 아시안 레스토랑은 한식당이라는 점과, 한식이 일식을 앞질렀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새롭게 오픈한 한식당들의 인기 요인은 경쟁 레스토랑 대비 합리적인 가격, 나눠먹기 좋은 구성, 그리고 무엇보다 '음식 이상의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또한 벨기에 언론사들이 한식당 관련 기사를 지속적으로 게재하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교자상과 안주는 벨기에 언론에서 자주 언급됐으며, 브뤼셀에서 반드시 방문해야 할 레스토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벨기에를 기점으로 네덜란드, 스페인에 지점을 두고 있는 교자상의 경우 앞으로 더 많은 유럽 지점 오픈을 예고하며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브랜드는 K-푸드 트렌드를 넘어 유럽 내 한국 식문화의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유럽 내 작은 한국을 경험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으로는 한류 열풍을 등에 업은 확장이 기대되지만 장기적으로는 품질 일관성과 현지화 전략이 지속가능한 성장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

통신원 정보

성명 : 고소영[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벨기에/겐트 통신원]
약력 : K-Heart 대표, 겐트대학교 African Languages and Cultures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