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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오페라 발레단과 웹툰산업 협업의 의미 - 프랑스 만화 시장 현황

2025-12-30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만화 및 웹툰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며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한국 웹툰은 독창적인 세로 스크롤 포맷, 모바일 최적화, 장르 다양성 등을 바탕으로 세계 각국에서 확고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유럽 만화 시장은 규모 면에서 독일이 가장 큰 시장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프랑스는 유럽 콘텐츠 시장의 중심지이자 만화 문화의 본산으로, 한국 웹툰의 해외 진출에 있어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프랑스는 만화를 하나의 예술 장르로 인식할 만큼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국가이다. 프랑스 정부의 지속적인 정책적·문화적 지원 아래 프랑스-벨기에식 만화인 방드 데시네(Bande Dessinée, BD)는 오랜 역사와 높은 예술적 위상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문화적 기반은 프랑스 만화 시장이 지닌 독특한 구조와 소비 성향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프랑스 만화 시장의 특성 
프랑스 도서 시장에서 만화 시장은 16%를 차지하며, 24%를 차지하는 문학 시장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프랑스 만화 시장의 특징을 살펴보면 BD뿐만 아니라 일본 망가, 미국 코믹스, 한국 웹툰을 혼합적으로 소비하는 다층적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 주목할 만한 점은 전통적인 BD보다 일본 망가가 프랑스 전체 만화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파리 베르시 빌리지(Bercy Village) 프낙 내 웹툰 및 망가 코너

< 파리 베르시 빌리지(Bercy Village) 프낙 내 웹툰 및 망가 코너 - 출처: 통신원 촬영>

한편 프랑스 독자들은 디지털 모바일 콘텐츠에 익숙하며 웹툰에 대한 수용도가 높은 디지털 독자층과 디지털 포맷에 거부감을 보이는 종이책을 선호하는 종이책 독자층으로 분리된 이중 구조를 보인다. 이 두 집단은 소비 방식이 다르지만, 프랑스 만화 시장에서 디지털 플랫폼과 종이책 시장은 경쟁 관계라기보다 상호 보완적인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디지털 매체를 통해 웹툰을 읽는 독자는 모바일 기반의 빠른 소비 패턴을 보이며 새로운 작가나 작품 발견에 관심이 높다. 반면 종이책 독자는 소장 가치, 예술적 완성도, 전통적 독서 경험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프랑스 디지털 만화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으며, 이에 따라 현지 출판사들도 자체 웹툰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관련 투자를 확대하는 등 디지털 포맷 강화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역설적이게도 시장의 높은 성장가능성과는 반대로, 팬데믹 이후에는 디지털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거나 감소세로 전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 시장뿐만 아니라 종이책 시장 역시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BD 시장의 판매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스테릭스(Astérix)>와 같은 초대형 IP가 전체 매출을 견인하는 현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내 한국 웹툰 플랫폼의 현황과 새로운 가능성
프랑스 고속 철도(TGV)에서 제공하는 웹툰 서비스 페이지 프랑스 고속 철도(TGV)에서 제공하는 웹툰 서비스 페이지

< 프랑스 고속 철도(TGV)에서 제공하는 웹툰 서비스 페이지 - 출처: 통신원 캡처 >

한국 웹툰 플랫폼은 프랑스를 유럽 시장의 교두보로 삼고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했다. 프랑스 출판사들 역시 자체 웹툰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관련 투자를 확대하며 경쟁이 치열해졌다. 그러나 시장의 낮은 디지털 선호도는 웹툰 확산에 구조적 한계로 작용했고, 수익성 저하, 망가 중심의 시장 구조 등으로 프랑스에 진출했던 대다수의 한국 웹툰 플랫폼은 프랑스에서 철수하거나 사업 규모를 축소했다. 현재 프랑스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지속하는 한국 플랫폼은 네이버 웹툰이 거의 유일하다. 

네이버 웹툰은 단순히 한국 작품을 수입해 제공하는 것을 넘어, 프랑스 현지 작가를 대상으로 공모전을 지속 개최하며 현지 창작 생태계 육성에 기여하고 있다. 이는 웹툰에 대한 현지 인식 확장과 독자층 확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그러나 여전히 웹툰 포맷이 프랑스 독자 문화와 충돌하는 지점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올해 7월 프랑스 고속철도 TGV는 웹툰과 협업하여 탑승객에게 무료 웹툰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서비스는 15편의 웹툰과 약 50여 편의 망가 작품을 모두 가로 넘김 포맷으로 제공하여, 웹툰 고유의 세로 스크롤 경쟁력을 살리지는 못했다. 
파리 오페라 발레단 홈페이지 내 웹툰 'Secret d’une étoile' 소개 페이지

< 파리 오페라 발레단 홈페이지 내 웹툰 'Secret d’une étoile' 소개 페이지 - 출처: «L'Opéra national de Paris» >

네이버 웹툰은 11월 28일부터 파리 오페라 발레단과 협업하여 오리지널 웹툰 <에뚜왈의 비밀(Secret d’une étoile)> 연재를 시작했다. 이번 협업은 웹툰이 프랑스 문화 예술과 결합해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이를 통해 웹툰이 단순한 디지털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예술·문화 콘텐츠로 프랑스 내 자리매김하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는 한국 웹툰의 유럽 진출에서 문화적·산업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장이며 성장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종이책 중심의 독서 문화, 디지털 포맷에 대한 거부감, 망가 중심 시장 구조 등은 여전히 웹툰 확산의 장벽으로 작용한다. 특히 프랑스는 디지털 독자군과 종이책 독자군의 소비 구조가 명확히 분리되어 있어 단일한 접근 방식만으로는 시장 확보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지 창작자 육성, 문화기관과의 협업, 웹툰 포맷의 정체성 유지 전략은 한국 웹툰이 프랑스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L'Opéra national de Paris (2025.11.21), L'Opéra national de Paris et WEBTOON lancent la série dessinée Secret d’une Étoile, https://www.operadeparis.fr/actualites/lopera-national-de-paris-et-webtoon-lancent-la-serie-dessinee-secret-dune-etoile
- Syndicat national de l'édition (2025.06.30), Les chiffres de l’édition en 2024 : baisse en valeur et en volume du chiffre d’affaires, https://www.sne.fr/actu/les-chiffres-de-ledition-en-2024-baisse-en-valeur-et-en-volume-du-chiffre-daffaires/
- «Actualité» (2025.06.30), Cet été, le webtoon débarque en France à (très) grande vitesse, https://actualitte.com/article/124671/insolite/cet-ete-le-webtoon-debarque-en-france-a-tres-grande-vitesse 
- «Télérama» (2025.01.31), Marché de la BD : un tassement prévisible après des chiffres post-Covid exceptionnels, https://www.telerama.fr/livre/marche-de-la-bd-un-tassement-previsible-apres-des-chiffres-post-covid-exceptionnels-7024140.php
- «Le Monde» (2025.01.30), Le marché de la bande dessinée se tasse après des années de splendeur, https://www.lemonde.fr/economie/article/2025/01/30/le-marche-de-la-bande-dessinee-se-tasse-apres-des-annees-de-splendeur_6523888_3234.html
- «radiofrance» (2024.10.29), Le webtoon en France : 'On estime à 5 millions les lecteurs quotidiens', https://www.radiofrance.fr/franceculture/podcasts/le-point-culture/le-webtoon-en-france-on-estime-a-5-millions-le-nombre-de-lecteurs-1701514
- «Le Figaro» (2024.05.17), La fermeture de Piccoma France, reflet des difficultés du webtoon à s’imposer hors de ses frontières, https://www.lefigaro.fr/medias/la-fermeture-de-piccoma-france-reflet-des-difficultes-du-webtoon-a-s-imposer-hors-de-ses-frontieres-20240517
- «BFM TV» (2021.09.05», Après avoir conquis Internet, le webtoon s’impose dans les librairies françaises, https://fr.news.yahoo.com/apr%C3%A8s-avoir-conquis-internet-webtoon-070045435.html
- «Actua BD» (2021.03.23), Le phénomène webtoon s’installe en France, https://www.actuabd.com/Le-phenomene-webtoon-s-installe-en-France

통신원 정보

성명 : 김명선[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프랑스/파리 통신원]
약력 :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 아시아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