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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논쟁이 된 신터클라스의 조력자 검은 피트

2026-01-13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한국에 ‘산타클로스(Santa Claus)’가 있다면 벨기에에는 ‘신터클라스(Sinterklaas)’가 있다. 한국에서는 산타클로스가 12월 25일에 선물을 가져오지만, 벨기에에서는 신터클라스가 12월 6일에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준다. 신터클라스는 성 니콜라스(St. Nicholas)라는 실제 인물에서 유래한 전설적인 인물로 현재의 터키에서 살았던 그리스계 기독교 주교였으며, 약 서기 270년경에 태어나 343년 12월 6일에 사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성 니콜라스는 밤에 몰래 굴뚝이나 창문으로 금 주머니를 던져 넣어 선행을 베풀고, 약자를 도우며 아이들의 수호성인으로 불려 유럽 전역에서 존경받는 성인이 되었다. 현재 벨기에와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에서 12월 6일을 ‘신터클라스의 날’로 지정하고 축제를 즐긴다. 

벨기에에서 신터클라스의 축제 분위기는 11월부터 시작된다. 이미 모든 슈퍼마켓과 빵집에서 신터클라스 관련 초콜릿과 과자들을 진열하여 아이들로 하여금 조만간 신터클라스가 온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이 기간 동안 아이들은 신터클라스에 관한 책들을 읽으며 각별히 부모님의 말씀을 잘 듣고, 갖고 싶은 선물 이름이 담긴 편지를 써서 신발 안에 넣어 그 신발을 벽난로 옆에 놓아둔다. 그러면 신터클라스의 조력자인 즈와르터 피트(Zwarte Piet, 검은 피트)가 편지를 가져가고 이후 12월 6일에 귤, 초콜릿, 과자와 함께 선물을 가져다 놓는다. 벨기에 아이들은 보통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이 이야기를 진실로 믿는다. 

< 항구도시 앤트워프(Antwerp)에 도착한 신터클라스 – 출처: ‘앤트워프(Antwerpen)’ >

올해 신터클라스 축제는 신터클라스 분장을 한 배우가 배를 타고 11월 15일 기준 항구도시 앤트워프에 도착하며 시작되었다. 이 신터클라스는 벨기에 전 지역을 방문하여 광장, 학교, 취미 학원, 슈퍼마켓 또는 집에서 아이들을 만난다. 수많은 산타클라스가 필요할 것 같지만, 아이들은 벨기에에 도착한 단 한 명의 신터클라스가 우리 동네까지 왔다고 믿는다. 도시마다 신터클라스 축제 이벤트는 크고 작은 행사들이 열린다. 

이토록 산타클로스보다 더 인기 많고 사랑받는 신터클라스 축제에 최근 위기가 찾아왔다. 신터클라스의 조력자인 검은 피트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얼굴에 검은 칠을 하고 광대 역할로 아이들을 웃게 만드는 검은 피트는 대부분의 벨기에의 초등학교에서 더 이상 언급되지 않으며 보기 어려워졌다. 초등학교는 아이들에게 검은 피트를 연상시키는 단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지도하며, 대신 루트 피트(roetpiet, 검댕이 묻은 피트)로 부르게 한다.
 더 이상 얼굴 전체를 검게 칠하지 않은 검은 피트와 신터클라스

< 더 이상 얼굴 전체를 검게 칠하지 않은 검은 피트와 신터클라스 – 출처: ‘테레비시(TVvisie)’ >

사실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해주는 신터클라스의 조력자이자 조수인 검은 피트가 인종차별 문제로 떠오른 것은 오래됐다. 2013년 통신원이 겐트 대학교(Ghent University)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는 중 문학 수업에서 이 주제로 토의가 열렸다. 당시 네덜란드에서 먼저 해당 문제가 불거졌었고, 벨기에에서는 아직 큰 논란거리가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대부분의 대학원생들은 이를 인종차별 문제로 보지 않았고, 오히려 이를 문화의 오해에서 초래한 것으로 여겼다. 검은 피트는 특정 인종 출신이 아니라 오랜 민속적 전통 속에서 형성된 상상 속 인물로, 얼굴을 검게 칠한 이유는 굴뚝을 타고 다녔기 때문에 묻은 그을음이 원인이었다. 즉 검은 피트는 특정 인종을 비하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라, 역사·문화적인 맥락 속에서 형성된 전통적인 상징 인물이기에 그러한 고려 없이 이를 현대적인 시각으로만 해석하여 역사 속에서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신중하게 재고되어야 한다는 입장들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검은 피트와 관련된 이 같은 이슈(issue)가 공식적으로 국제적인 논란이 되고 나서 반인종차별 단체들은 검은 피트가 인종차별적인 고정관념을 강화한다고 비판했다. 하여 2020년 이후부터는 출판업계에서도 검은 피트라는 용어와 검게 칠한 얼굴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국제적인 비판을 수용하여 전통 문화와 그 이미지에 대한 변화를 꾀한 것이다. 검은 피트와 관련된 법적 금지가 벨기에에 정해져 있지 않지만, 다수의 문화 기관, 교육기관, 기업들도 검은 피트라는 용어와 해당 이미지를 없애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꾸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현재 과도기에 있기 때문에 여전히 논쟁 중이라 종종 검은 피트 용어를 사용하는 언론사나 얼굴 전체를 검게 칠한 검은 피트가 등장하는 행사들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초등학생들은 어른들이 해당 인물을 보고 검은 피트라고 말하는 순간 이에 대해 놀라며 그렇게 부르면 안된다고 말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범세계적인 시대에 접어들면서 각각의 사회나 국가의 문화는 더 이상 그 내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미디어와 SNS의 확산으로 인해 문화는 국경을 넘어 빠르게 공유되며 세계적인 이해와 존중을 받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게 되었다. 즉 오늘날 각 나라들의 문화는 전 세계의 시선 속에서 계속 검증받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범세계적인 시대의 이상과도 모순된다. 모든 문화가 모두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될 때, 문화는 점차 획일화되고 각 사회의 고유한 정체성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전통은 시대에 맞게 변화할 수는 있지만, 외부의 시선과 압력에 의해 일방적으로 소멸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 보기 어렵다. 한 국가의 전통은 전 세계에 공유될 수 있지만, 동시에 그 문화가 지닌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맥락을 존중해야 한다. 현재는 한국 문화가 세계적으로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른 시대다. 한국 문화가 그러한 검증에 직면하게 될 때, 우리는 내·외부적으로 문화적 비판과 문화적 존중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며 한국 문화를 올바르게 이해시킬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앤트워프(Antwerpen)》 (2025. 11. 03). Antwerpen verwelkomt Sinterklaas op 15 november, 
https://pers.antwerpen.be/antwerpen-verwelkomt-sinterklaas-op-15-november
- 《테레비시(TVvisie)》 (2025. 11. 15). Sinterklaas brengt goed nieuws: 'Er zijn dit jaar geen stoute kinderen', 
https://tvvisie.be/nieuws/belgie/sinterklaas-brengt-goed-nieuws-er-zijn-dit-jaar-geen-stoute-kinderen_137861/#gsc.tab=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