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가치 평가 컨설팅 기업 브랜드 파이낸스(Brand Finance)가 발표한 ‘필리핀 50대 브랜드(Philippines 50 2025)’ 가운데 은행인 BDO 유니뱅크(Banco de Oro Unibank)가 37억 달러(약 5조 4,714억 원)를 달성한 데 이어 졸리비(Jollibee)가 25억 달러(약 3조 6,969억 원)로 브랜드 가치 2위를 기록했다. 전체 50대 브랜드 총가치 318억 달러(약 47조 252억 원) 가운데 금융 부문이 35%를 차지했는데, 예외적으로 졸리비는 주류·통신과 함께 비금융 부문을 대표하는 필리핀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졸리비는 현재 19개국에서 1,60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매장 수가 많은 맥도날드조차 필리핀에서는 2위에 머물게 만든 기업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2024년 기준 필리핀 요식업 시장 규모는 218억 달러(약 30조 원)로, 2035년까지 연평균 4% 이상 성장해 344억 달러(약 50조 8,700억)에 이를 전망이다. 이러한 성장에는 세 가지의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한다. 먼저 팬데믹 이후 필리핀의 관광산업은 다소 더디지만, 현재 회복 중이다. 2024년 관광 수입은 약 134억 달러(약 18조 6,600억 원)로 팬데믹 이전 대비 1.26배 증가했으며, 호텔 및 리조트 내 식음료 서비스 등 관광 연계 부문은 특히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도시화와 가처분 소득의 증가로 필리핀인들의 외식 빈도와 관련 소비 지출이 확대됐다. 마지막으로 온라인 주문 및 배달 서비스가 확산되고 비대면 서비스 선호도가 증가하면서, 시장은 효율적이면서 소비자 친화적인 방향으로 변화했다. 1978년 설립된 졸리비는 2024년 기준 필리핀에서만 1,150개 매장을 운영하며 필리핀 패스트푸드(fast food) 시장 가운데 35%를 차지하고 있다. 2위인 맥도날드가 전체 퍼센트 중 10%가 조금 넘는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시장 1위와 2위의 격차는 압도적이다. 수익성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2024년 순이익은 103억 페소(약 2조 5,660억 원)를 기록했다. 이처럼 독보적인 졸리비의 인기는 필리핀인의 입맛에 맞춘 음식과 차별화된 메뉴 구성, 그리고 가족 중심의 문화를 공략한 마케팅 덕분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졸리비 대표 메뉴로는 겉은 아주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며 함께 제공되는 그레이비 소스(Gravy Source)에 찍어 먹는 것이 특징인 치킨조이(Chickenjoy)를 비롯하여 소시지와 치즈가 듬뿍 들어간 아주 달콤하여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졸리 스파게티(Jolly Spaghetti), 그리고 마요네즈 양념이 들어간 중독성 있는 얌버거(Yumburger) 등이 있다.


< (좌)졸리비 매장 내부, (우)인기 메뉴인 버거 스테이크와 치킨조이 - 출처: 통신원 촬영 >
졸리비 매장에서 만난 대학생 마리아 씨는 "어릴 적 생일 파티는 늘 졸리비에서 했던 만큼, 졸리비는 단순한 패스트푸드가 아니라 가족과의 추억 그 자체"라고 말했다. 이어서 홍콩에서 5년째 직장 생활하다가 크리스마스를 맞아 고국으로 귀국한 그레이스 씨는 일요일이면 졸리비 홍콩 센트럴(Central) 지점에 많은 필리핀인들이 모인다고 이야기하면서 "홍콩 음식도 맛있지만, 졸리비에 와서 달콤한 스파게티 한 접시를 먹으면 마치 가족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러한 강력한 브랜드 충성도에도 불구하고 최근 필리핀 요식업 시장에는 새로운 도전자들이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다. 예컨대 필리핀 인구 가운데 55%를 차지하는 30세 미만인 젊은 층은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맛집 정보를 공유하고 온라인 주문에도 능숙하다. 특히 2000년대 이후 한국 음식은 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고, 한국식 무제한 삼겹살 전문점은 가성비를 중시하는 필리핀 소비자들 외식 성향과 맞아떨어졌다. 달콤하고 매콤한 양념치킨은 현지인 입맛을 사로잡으며 에스엠 몰(SM Mall of Asia) 등 대형 쇼핑몰과 번화가에 속속 입점 중이며, 에그드랍(EGGDROP)과 같은 한국식 샌드위치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한국 음식과 프랜차이즈 공세에 맞서서 졸리비는 역발상적인 전략을 구사한다. 졸리비는 한국 브랜드 강점을 흡수하여 경쟁력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2024년 7월, 졸리비는 한국 컴포즈 커피(COMPOSE coffee) 지분 70%를 3억 4,000만 달러(약 4,500억 원)에 인수하며 역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이는 2019년 미국 커피빈 앤 티리프(Coffee bean and tea leaf) 인수에 이은 두 번째 커피 브랜드 인수였다.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졸리비가 시도한 한국 치킨 프랜차이즈 노랑통닭에 대한 인수 검토이다. 비록 협상은 결렬되었으나, 이는 단순한 해외 시장 진출이 아니라 한류라는 문화적 자산을 활용해 세계 시장을 공략하려는 전략적인 판단으로 해석된다. 필리핀 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한국 프랜차이즈 강점을 흡수하여, 이를 자신의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원동력으로 전환하겠다는 계산이 엿보인다. 졸리비는 2028년까지 순이익을 3배로 늘리고 세계 5대 요식 기업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천명했다. 이를 위해 필리핀 사업과 해외 사업을 분리하여 2027년까지 미국 증시 상장도 추진한다. 그렇기에 졸리비는 한국 대중문화라는 '연성권력(Soft Power)'을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하려는 고차원적인 판단에서 한국 기업 인수와 같은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단순히 유행하는 메뉴를 도입하는 차원을 넘어, 한국 문화가 가진 글로벌 영향력을 졸리비의 강력한 유통망에 결합하려는 시도이다. 즉, 한국 시장과 브랜드들을 디딤돌로 삼아 국제 시장을 겨냥한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는 것이며, 필리핀 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한류라는 힘을 자신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계산이다. 결국 졸리비는 한식 인기를 필리핀 시장에 대한 위협이 아닌 신성장 동력으로 재해석하며, 문화적 트렌드를 전략적 자산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문화-자본 융합’ 모델은 앞으로 한국 기업들이 필리핀 시장에 진출할 때 구상적인 차원에서 도움될 것으로 사료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인콰이어러(Inquirer)》 (2024. 07. 02). Jollibee buys South Korea’s Compose Coffee for $340M, https://business.inquirer.net/466770/jollibee-buys-koreas-compose-coffee-for-340m - 브랜드 파이낸스(Brand Fianace), Philippines’ top brands hold a combined value of $31.8 billion as ranking expands to 50 brands in 2025 https://brandirectory.com/reports/philippines - 졸리비 그룹 홈페이지, Jollibee Group Announces Fourth Quarter and Full Year 2024 Results Profit Breaches the Php10-Billion Mark in 2024 https://buly.kr/A46v3D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