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편의점이 한국 문화 인기에 힘입어 해외 관광객의 필수 코스로 떠오르는 가운데, 스페인 마드리드(Madird)의 한국식 편의점 컨셉의 매장 '비 캔디(Be K-ndy)'는 단순한 상점을 넘어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서로 교류할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 드라마 속 장면으로 접한 편의점을 실제로 경험하고자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일상 속에서 한국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현지인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김정주 사장이 비 캔디(Be K-ndy) 매장의 문을 열었으며, 그의 딸 김세연 씨가 홍보(marketing)를 담당하고 있다. 사실 비 캔디(Be K-ndy) 매장은 김세연 씨의 대학 졸업 과제로부터 시작됐다. 김세연 씨는 "단순히 물건만 파는 편의점이 아니라 한국 문화를 알리는 매개체가 되고 싶었다"라며 "같은 취미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편안하게 모여 서로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community)를 만들고자 했다”라고 밝혔다. 김정주 사장 역시 “한국 문화를 단발성 유행이 아닌, 지속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문화로 소개하고 싶다”고 전했다. 비 캔디(Be K-ndy)는 그동안 한국 미용과 드라마를 주제로 한 행사와 요리 강좌(Cooking class)를 운영하며 문화 교류의 폭을 넓혀왔다. 김정주 사장은 "2022년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요리 강좌를 열며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진행된 이번 행사는 세 번째로 열린 것으로, 일종의 테마(Theme)형 문화 행사이다.

< 이은애 국악인과 함께 한 제3회 '아랍 크랩(ARAB KLAB)' 문화 행사 - 출처: 통신원 촬영 >
지난 일요일에 열린 이번 행사는 '국악과 함께하는 하루'를 주제로 진행됐다. 오전 11시 30분에는 문화 커뮤니티 ‘아랍 크랩(ARAB KLAB)’의 소개가 시작됐고, 12시에는 스페인에서 활동 중인 국악 단체 '이사랑 그룹(El grupo LEE SARANG)'의 공연을 비롯하여 국악에 대한 대화가 이어졌다. 국악 단체 '이사랑 그룹'의 이은애 국악인은 한국 전통음악을 스페인에 알리기 위해 꾸준히 활동해 온 인물로, 이번 행사에서 <한 오백 년>, <새타령>, <정가(正歌)> 등을 선보이며 한국 음악의 깊이를 전했다. 이은애 국악인은 판소리와 정가의 차이를 설명하며 정가의 역사와 음악적 특징을 소개했다. 참가자들 가운데 판소리를 알고 있는 이들도 있었지만, 정가는 처음 듣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한 참가자는 "청아하고 절제된 목소리를 듣다 보니 마치 궁궐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특히 이날 이은애 국악인은 정가 악보를 나눠 주며 곡의 구조와 가사를 함께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참가자들은 악보를 유심히 들여다보면서 질문을 던졌고, 이 모습에서 한국 전통음악에 대한 진지한 관심이 엿보였다. 목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멋진 공연과 국악 강연을 마친 이은애 씨는 참가자들이 보여주는 큰 관심에 "아픈 것도 잊고 오늘 행사를 마쳤다"라고 언급하며, 참가자들의 열정과 환호에 힘입어 올해 스페인에서 국악을 알리는 활동을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굳게 했다고 덧붙였다.

< 국악 단체 '이사랑 그룹'의 이은애 공연과 강연 - 출처: 통신원 촬영 >
13시에는 김밥과 김치, 불고기, 제육볶음, 전 등이 뷔페식으로 풍성하게 제공되어 참가자들의 눈과 입을 즐겁게 했다.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며 참가자들끼리 담소를 나누었고, 이후 오후 2시부터 6시까지는 자유 토론 시간이 이어졌다. 참가자 11명은 한국과 스페인 문화의 차이, 각자의 한국 문화 경험, 그리고 드라마와 음악을 넘어선 일상 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각자 비슷한 나이대이자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편안하게 대화하며 정보를 나누었고,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는 가운데 한국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한국 음식과 다과를 즐기며 이야기 나누는 참가자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특히 이번 행사는 그동안 10대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온 케이팝 행사에서 다소 소외감을 느끼기 쉬운 30대 이상의 사람들을 위한 자리를 만들고자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그 자체가 지닌 의미가 크다. 실제로 이번에는 30~50대 참가자들이 다수 참석해 "처음으로 편안하게 한국 문화를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았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인상 깊었던 점은 이들이 단순한 '한류 팬'을 넘어, 한국 사회와 문화적인 맥락까지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드라마 속 장면을 계기로 한국의 가족문화와 세대간 인식, 직장 문화, 음식 예절 등에 대한 질문을 던졌고, 일부는 한국의 정치·사회 안건(issue)까지 화제를 넓히면서 보다 입체적인 이해를 시도했다. 한 참가자는 "처음에는 드라마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한국이라는 사회 자체가 궁금해졌다"라고 말했다. 행사 내내 김정주 사장과 김세연 씨는 참가자들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이끌었다. 특히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에는 특정 주제에 국한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지도록 도와 참가자들끼리 한국 사회와 문화, 세대 인식 등 폭넓은 이야기가 오갈 수 있게 도왔다. 형식적인 강연이 아니라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방식이어서 참가자들은 "친구들과 이야기하듯 편안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 참가자들의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각각의 사연도 인상 깊었다. 넷플릭스(Netflix)에서 방영되는 한국 드라마의 팬인 헴마(Hemma), 한국어를 배우며 드라마와 음악에 빠졌다는 플로르(Flor), 드라마 <킹더랜드(King the Land)>를 계기로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알바(Alba), 한국어를 시작으로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되어 여러 번 한국을 방문했다는 이반(Iván) 등 다양한 배경의 현지인들이 모였다. 캐나다에서 말라가(Málaga)로 이주한 니디암(Nidiam)은 "드라마와 김치를 좋아하게 되면서 한국 문화에 더 관심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케이팝을 좋아하는 딸 덕분에 한국 문화를 접하게 됐다"라며 세대 간 한국 문화가 확산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김정주 사장과 김세연 씨는 "앞으로도 전통문화, 영화, 요리 등 다양한 주제로 행사를 이어가고 싶다"라며 "비 캔디(Be K-ndy)가 마드리드에서 한국 문화를 자연스럽게 만나고,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장소로 자리 잡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마드리드의 작은 매장에서 시작된 이 실험은 소비 공간을 문화 교류의 장으로 확장한 생활형 한국 문화의 플랫폼(platform)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한국 문화를 진지하게 이해하고자 하는 현지인들의 태도는 한국 문화가 이제 '보는 문화'를 넘어 서로 '이야기하고 나누는 문화'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는 2월에는 스페인에서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우경화 작가가 한국 예술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