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뷰티 이스탄불(Beauty Istanbul) 유라시아 B2B 허브를 넘어 한국 뷰티 소비 지도를 다시 쓰다
지난 5월 7일부터 9일까지 ‘제7회 2026 뷰티 이스탄불' 박람회가 투얍(TUYAP) 컨벤션 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박람회에는 67개국 1,400개 기업(현장 집계 기준)이 참가했다. 이 가운데 브라질, 중국, 프랑스, 감비아, 독일, 가나, 헝가리, 인도,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말레이시아, 모리셔스 공화국, 파키스탄, 팔레스타인, 폴란드, 루마니아, 러시아, 남아프리카, 한국, 스페인, 시리아, 북키프로스, 토고, 아랍에미리트(UAE), 우크라이나 등 현장에서 확인된 25개국은 자국 기업을 한데 모은 미니 국가관 형태의 파빌리온을 운영했다.
< ’2026 뷰티 이스탄불' 박람회 현장 스케치 - 출처: 통신원 촬영 >
파빌리온은 국제 전시회에서 특정 국가가 자국 기업을 모아 조성하는 전용 공동 전시 구역을 뜻한다. 국가 단위로 산업 경쟁력을 겨루는 이 전시 구조는 ‘뷰티 이스탄불' 박람회가 지역 박람회를 넘어 글로벌 무역 플랫폼으로 성장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같은 국제 무대에서 한국 뷰티산업의 존재감은 특히 두드러졌다. 주최 측 홍보 브로슈어에는 한국 기업이 40개사로 표기돼 있었지만,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결과 한국관에는 46개사가 참여했다. 여기에 파빌리온에 포함되지 않은 독립 부스까지 더하면 전체 한국 참가 기업은 52개사에 달했다.
▲ 스킨케어에서 더마·향수·바디로... 통계가 보여준 한국 뷰티 변화
유럽연합(EU) 관세동맹과 중동·독립국가연합(CIS)·북아프리카를 동시에 겨냥할 수 있는 이스탄불의 전략적 위치를 고려하면 이번 한국 기업의 대규모 참가는 단순한 규모 경쟁을 넘어 한국 뷰티가 유라시아 시장 중심부로 본격 진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5년 한국 화장품 수출은 전년 대비 12.3% 증가한 114억 3,1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스킨케어(기초화장용 제품류)가 85억 4,000만 달러로 전체 약 75%를 차지했고, 색조화장품(15억 1,000만 달러)과 바디 클렌징(5억 9,000만 달러), 향수(약 6,000만 달러)가 뒤를 이었다.
주목할 부분은 한국 뷰티 수출 지형의 변화다. 미국 수출이 약 22억 달러로 처음으로 중국(약 20억 달러)을 제치고 최대 수출국에 올랐다. 반면 중국 수출은 오히려 19.2%로 감소했다. 기존 한국 뷰티 최대 수출국이었던 미국과 중국의 합산 비중은 2024년 43.1%에서 2025년 36.7%로 낮아진 반면, 유럽과 중동·중앙아시아·중남미 수출은 빠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튀르키예 화장품 수출은 2025년 0.9억 달러로 전년 대비 30.9% 증가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69.7% 증가하며 수출 8위 국가로 올라섰고, 폴란드가 111.7%로 성장하며 9위에 진입했다. 이 같은 한국 뷰티 수출 시장이 다변화되는 동안 한국 화장품 수입국 역시 1년 사이 172개국에서 202개국으로 확대됐다.
▲ 보습에서 더마로... 한국 뷰티를 바라보는 시선 변화
올해 현장에서 가장 먼저 감지된 변화는 해외 바이어들이 한국 화장품을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과거 한국 뷰티가 수분크림, 마스크팩, 미백·보습 중심의 트렌디한 스킨케어 제품으로 소비됐다면, 이번 박람회에서는 피부과 시술과 연계된 더마 코스메틱과 기능성 앰플, 재생·진정 라인, 나아가 보톡스와 필러에 이르기까지 의료와 맞닿은 제품군으로 바이어들의 관심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통신원이 현장에서 만난 바이어 가운데는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활동 중인 있는 피부과 의사도 적지 않았다.
< 코이코(KOECO) 조완수 대표와 인터뷰 - 출처: 통신원 촬영 >
해외 뷰티 전시회 한국관 주관사인 〈코이코(KOECO)〉 조완수 대표는 통신원과의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스킨 제품이 위주였다면 이번에는 앰플이나 피부미용, 보톡스 같은 기능성 제품을 많이 찾는다"며 "시술과 연계된 더마 코스메틱과 수술 후 사용하는 피부 재생·진정 제품에 대한 관심이 확실히 늘었다"고 말했다. 공식 명단상 지난해 카이로에서 개최된 ‘2025 이집트 뷰티 아프리카’에는 한국 기업이 1개사만 참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조 대표는 “파일럿 성격으로 10여 개 한국 기업을 이집트 시장에 시험적으로 소개한 것이 2026년 통합 한국관 확대의 출발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폴란드나 튀르키예는 이미 시장 기반이 형성됐고, 아프리카 역시 본격적인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바이어 발굴 플랫폼 기업 〈케이몬즈(KMONDS)〉 임대환 이사 역시 비슷한 흐름을 짚었다. 임 이사는 “바이어 흐름이 중동·동유럽·중앙아시아·아프리카로 이동한 지는 이미 오래됐다”며 “인디 뷰티 브랜드라면 이미 포화 상태인 큰 나라보다 중동·유럽·아프리카를 공략하는 편이 더 적은 비용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바이어를 움직이는 핵심은 ‘한국산’이라는 이름이 아니라 더마·저자극·피부 고민 해결 같은 뚜렷한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 ‘화장대를 넘어 약국’으로... 코스메디컬이 끌어올린 위상 이번 박람회에서 이 같은 흐름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사례는 스톨존 바이오였다. 철갑상어를 원재료로 식품·화장품·의약품 원료를 직접 개발·제조하는 이 회사는 상처와 욕창, 건선 등 피부 질환과 재생 시장을 겨냥한 코스메디컬 제품으로 현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용광 스톨존 바이오 대표는 “첫날 샘플을 써본 바이어들이 다시 찾아와 단순 화장품이 아니라 의약품과 접목된 화장품이라고 평가했다”며 현재 약 20개국에 수출 중이라고 밝혔다.
< 스톨존 바이오 이용광 대표 - 출처: 통신원 촬영 >
스톨존 바이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의약품 원료 등록을 통해 상처와 욕창 치료제 신약 승인까지 추진하고 있으며, 철갑상어 원료 기반 제품에 대해 할랄 인증도 보유하고 있다. 이미 사우디와 두바이 등에 수출하고 있는 이 회사는 이번 ‘2026 뷰티 이스탄불’을 통해 튀르키예뿐 아니라 주변 국가 바이어들의 관심도 함께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 한국 뷰티, 이제는 ‘메이드 인 코리아’를 찾는다
이 같은 변화는 더마와 의료 연계에만 머물지 않았다. 주식회사 로크는 프로바이오틱스 기반 스킨케어 브랜드 ‘닥터바이오(Dr.Bio)’와 차(Tea)를 베이스로 한 퍼퓸·바디 라인 ‘티블리스(TBLISS)’를 선보이고 있다. 로크 해외영업팀 임지은 씨는 두바이와 사우디, 이탈리아, 이스탄불 전시를 두루 경험한 뒤 “지금 해외 바이어들은 한국 뷰티를 값싼 유행 상품이 아니라 성분과 품질 경쟁력을 갖춘 제품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브랜드마다 콘셉트와 스토리가 분명하다는 점이 한국 브랜드의 강점”이라며 “로크 역시 전 제품에 프로바이오틱스 성분을 사용하고, 바디 라인 역시 단순 바디 로션이 아니라 차를 베이스로 한 티 퍼퓸 콘셉트로 차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주식회사 로크 해외 영업팀 임지은 씨 - 출처: 통신원 촬영 >
특히 눈에 띠는 대목은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에 대한 수요였다. 임 씨는 “해외 브랜드조차 제조는 한국에서 하고 제품에는 자사 브랜드와 함께 ‘Made in Korea’ 표기를 넣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건·오가닉 제품과 영유아도 사용할 수 있는 저자극 바디 라인, 클린 뷰티 콘셉트에 대한 문의도 꾸준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에서는 여전히 페이셜 라인 선호도가 높지만 향수와 바디 제품 역시 안정적인 수요가 있어 향과 사용감을 차별화 요소로 삼아 바디 라인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전시장 밖 이스탄불, 매대에서 확인되는 한국 뷰티의 일상화 통신원은 박람회 기간 이스탄불 도심에서 한국 뷰티의 위상이 실제 소비 공간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 주요 매장을 둘러봤다. 먼저 방문한 곳은 튀르키예 전역에 800개 이상 매장을 운영하며 '튀르키예의 올리브영'으로 불리고 있는 H&B 드럭스토어 체인 그라티스(Gratis)였다. 이곳에는 2024년 12월 25일 첫 입점한 뒤 주요 상권으로 판매망을 확대하고 있는 한국 스킨케어 브랜드 '주미소(JUMISO)'가 자리하고 있었다.
< 튀르키예의 올리브영으로 불리는 그라티스(gratis)에 입점한 ‘주미소(JUMISO)' - 출처: 통신원 촬영 >
불과 2년 전만 해도 현지에서 낯선 이름이었던 주미소(JUMISO)는 현재 그라티스 공식 온라인몰과 오프라인 매장 양쪽에서 판매되고 있다. 그라티스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은 주미소 신제품을 소개하는 공동 콘텐츠를 게시하는 등 파트너십도 강화하고 있다. 모든 점포에서 동일 상품을 취급하지 않는 그라티스 운영 방식을 고려하면 이는 현지 최대 유통사가 주미소 제품의 경쟁력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2025년 10월 튀르키예 1호점을 연 한국 뷰티 전문 멀티숍 엠클럽(MCLUB)이었다. 유럽과 아시아 문화·패션·역사가 교차하는 이스탄불 이스티크랄 거리에 한국 뷰티 전문 매장이 들어섰다는 사실은 한국 화장품이 단순한 수입 상품을을 넘어 도시의 일상문화 일부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입과 통관 절차가 까다롭기로 알려진 튀르키예에서 엠클럽은 2026년 3월 기준 25호점 개장을 발표했으며, 취재 당시에도 신규 매장 준비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매장 직원은 본사 추가 출점 계획 자료를 보여주며 “2027년까지 50개 매장 확대가 목표”라고 설명했다.
< 이스탄불 이스티크랄 거리에 입점한 한국 뷰티 전용 멀티숍 '엠클럽(MCLUB)'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처럼 빠르게 확장 중인 엠클럽은 그라티스 입점 사례와는 또 다른 방식의 성장 모델을 보여준다. 이스탄불 중심 상권에서 한국 뷰티 제품만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멀티숍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박람회장에서 논의되는 B2B 계약이 실제 도시의 소비 구조 변화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 이스탄불이라는 관문, 한국 뷰티의 다음 장이 열리다 이번 ‘2026 뷰티 이스탄불’이 보여준 핵심은 분명하다. 한국 뷰티가 드디어 전시장 안 계약서를 넘어 전시장 밖 도시의 소비 지형까지 실제로 변화시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더마 코스메틱을 찾는 바이어와 그라티스 매대에 자리 잡은 한국 스킨케어, 이스탄불 대형 상권을 빠르게 채워가는 한국 뷰티 전용 멀티숍까지 박람회장 안팎에서 목격한 장면들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유라시아의 관문 이스탄불에서 한국 뷰티의 다음 성장이 이미 시작된 셈이다. 끝으로 이번 박람회에서 만난 한국 기업인들이 공통으로 전한 바람을 소개하고자 한다. 현장참가자들은 “대부분 뷰티 박람회에는 자본력이 충분하지 않은 젊은 기업들이 참가하는데, 참가비만 수백만 원이 필요하다"며 "정부 차원에서 박람회 참가 비용 일부라도 지원한다면 더 많은 유망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해 한국 뷰티의 새로운 흐름과 위상을 더욱 빠르게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뷰티는 이제 단순 미용을 넘어 피부 의료와 과학 기술 영역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이번 이스탄불 현장은 그 변화가 이미 현실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코스인코리아(COSINKOREA)》 (2026.05.11). 2026 뷰티 이스탄불 개최∙∙∙ K-뷰티, 튀르키예 거점으로 유럽∙중동 시장 공략, https://www.cosinkorea.com/news/article.html?no=57415 - 《전자신문》 (2026.01.09). 2025년 K뷰티 114억불∙∙∙역대 최대치 갱신, https://www.etnews.com/20260109000233 - 《글로벌이코노믹》 (2026.04.01). K-뷰티의 중심축이 이동한다... 美, 中 제치고 韓화장품 ‘최대수출국’ 등극, https://buly.kr/3CQ7D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