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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무한 리필’ 스시 열풍, 이탈리아 언론의 우려 섞인 시선

2026-03-16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이탈리아 피렌체—르네상스의 발상지이자 미식 전통으로 유명한 도시 피렌체가 최근 스시 열풍에 직면하고 있다. 단순한 일식 인기의 확산을 넘어 저가형 ‘무한 리필(All You Can Eat, 이하 AYCE)’ 식당들이 도시의 외식 지형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현지 언론과 경제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 매체 «피렌체 투데이(Firenze Today)»의 보도에 따르면, 피렌체 도심과 외곽을 가리지 않고 매달 새로운 스시 레스토랑이 잇따라 문을 열고 있다. 과거 이탈리아 전통 요리인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피렌체식 비프 스테이크)’나 파스타를 제공하던 유서 깊은 식당들이 높은 임대료와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자리를, 화려한 네온사인과 현대적인 인테리어를 갖춘 스시 뷔페들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렌체에 저가 스시뷔페 열풍에 대한 기사

< 피렌체에 저가 스시뷔페 열풍에 대한 기사 - 출처: '피렌체 투데이(Firenze Today)' >

이 현상의 핵심은 이른바 ‘가격 파괴’에 있다. 점심 15~20유로, 저녁 25~30유로 내외의 고정 가격으로 원하는 만큼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무한 리필(AYCE·All You Can Eat) 시스템은 고물가 시대 속 가성비를 중시하는 젊은 층과 가족 단위 고객들에게 강력한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현지 언론은 이러한 성장의 이면에 존재하는 경제적 불균형을 지적한다. 보도에 따르면 상당수 식당이 일본인이 아닌 중국계 자본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며, 조직화된 공급망을 통해 식재료 단가를 낮추고 자본력을 기반으로 도시 핵심 상권을 빠르게 선점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피렌체 고유의 미식 다양성을 훼손하고 장인 정신을 기반으로 운영돼 온 소규모 로컬 식당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일식을 표방한 스시 레스토랑이 빠르게 확산되는 것과 달리 한국 식당의 입지는 아직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밀라노나 로마 등 대도시에서는 케이 컬처(K-Culture) 확산과 함께 한식의 시장 진입이 점차 이뤄지고 있으나, 보수적인 미식 문화를 지닌 피렌체에서는 여전히 소수의 식당이 시장 안착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상황이다. 이탈리아 소비자들 사이에서 한식은 ‘건강하고 수준 높은 요리’라는 인식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적 접근성 측면에서는 스시에 비해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중국계 자본이 주도하는 저가 전략과 적극적인 마케팅 환경 속에서 한식은 가격 경쟁력과 인지도 측면에서 뚜렷한 시장 포지셔닝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식을 표방한 중식 자본의 저가 스시 뷔페 레스토랑이 스시와 팟타이, 볶음밥 등 다양한 아시아 퓨전 메뉴를 제공하고 있는 모습

< 일식을 표방한 중식 자본의 저가 스시 뷔페 레스토랑이 스시와 팟타이, 볶음밥 등 다양한 아시아 퓨전 메뉴를 제공하고 있는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피렌체와 같은 유럽의 관광·미식 도시에서 한국 식당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중국계 자본이 운영하는 저가형 스시 뷔페와는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첫째는 ‘경험의 질’을 강조하는 프리미엄 전략이다. 무한리필 스시 식당이 ‘양’과 ‘속도’ 중심의 소비 구조를 갖고 있다면, 한식은 ‘슬로 푸드’와 ‘발효’라는 고유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울 필요가 있다. 단순한 메뉴 판매를 넘어 식재료의 유래와 조리 과정의 의미를 설명하는 스토리텔링형 다이닝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전통과 서사를 중시하는 이탈리아 소비자 특성을 고려한 접근이다. 둘째는 로컬 식재료와의 융합 및 현지화 전략이다. 이탈리아 소비자들은 지역 식재료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만큼, 토스카나 지역의 육류와 채소를 한식의 장(醬) 문화와 결합한 메뉴 개발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거부감을 낮추면서도 한국적인 개성을 살린 메뉴가 차별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획일적인 뷔페식 구성이 아닌 ‘해당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메뉴’가 경쟁력이 된다는 평가다. 셋째는 건강성과 웰빙 이미지의 강화다. 저가 스시 확산과 함께 식재료 신선도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는 가운데, 채소 비중이 높고 영양 균형이 뛰어난 한식의 장점을 과학적 근거와 함께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많이 먹는 식사’가 아닌 ‘건강을 고려한 한 끼’라는 이미지를 구축할 경우 건강을 중시하는 유럽 중산층 소비자를 공략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소규모 하이엔드 레스토랑이나 캐주얼 바(Bar) 형태의 접근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대형 자본과 규모 경쟁에 나서기보다 셰프의 개성이 드러나는 소규모 공간이나 젊은 층을 겨냥한 ‘K-스트리트 푸드’ 콘셉트의 바 형태가 초기 리스크를 줄이면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유리하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피렌체의 스시 열풍이 외식 산업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고 본다. 자본 중심의 대량 생산형 식문화는 지역 사회의 반발과 품질 논란이라는 한계에 직면할 수 있으며, 한식은 이러한 틈새를 품질 관리와 문화적 차별성으로 공략해야 한다는 것이다. 피렌체의 유서 깊은 거리에서 ‘양’이 아닌 ‘질’로 경쟁하는 한국 식당의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피렌체 투데이(Firenze Today)»(2026. 3. 16). ‘Margini all'osso, segreti e fatturati milionari. I giganti del sushi che comandano a Firenze’, 
https://www.firenzetoday.it/dossier/economia/sushi-firenze.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