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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저씨〉 중국 리메이크, 원작의 정서와 중국 시청자 반응

2026-03-19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한한령(限韓令) 이후 한국 드라마의 중국 직접 방영이 막힌 지 오래다. 그러나 한국 콘텐츠에 대한 중국 시청자들의 수요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수요는 '리메이크'라는 우회로를 통해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 중국 스트리밍 플랫폼 유쿠(优酷)를 통해 공개된 〈추설만과적동천(秋雪漫过的冬天)〉은 그 흐름을 보여주는 가장 최근의 사례다.
한국 원작 〈나의 아저씨〉와 중국 리메이크작 〈추설만과적동천〉 비교한국 원작 〈나의 아저씨〉와 중국 리메이크작 〈추설만과적동천〉 비교

< 한국 원작 〈나의 아저씨〉와 중국 리메이크작 〈추설만과적동천〉 비교- 출처:'더우반(豆瓣)' >

이 작품은 2018년 방영된 한국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중국판 리메이크다. 제목을 직역하면 '가을 눈이 겨울을 덮는다'는 뜻으로, 원작이 지녔던 쓸쓸하고 시적인 정서를 중국식 표현으로 풀어낸 이름이다. 총 30부작으로 제작된 이 작품에서, 이선균과 아이유가 맡았던 역할은 각각 배우 자오위팅(赵又廷)과 장쯔펑(张子枫)이 연기한다. 제작 과정에서 원제는 '谢谢你,听见我(들어줘서 고마워)'였으나 최종 방영 시 제목이 변경됐다.

베이징에서 중국 OTT 반응을 살펴보면, 두 작품을 둘러싼 여론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원작 〈나의 아저씨〉는 지금도 꾸준히 언급되며, ‘최근 바이두(百度) 인기 한국 드라마 순위(近期热门韩剧榜)’에서 2위에 오를 만큼 여전히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수치 역시 이러한 인기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원작 〈나의 아저씨〉는 더우반에서 약 18만 6천 명이 참여한 평가에서 9.4점을 기록하며 ‘전체 드라마 상위 2%’에 이름을 올린 작품이다. 반면 이번 리메이크는 현재까지 6.8점에 머물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점수 차이를 넘어, 원작이 중국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깊이 각인되어 있는지가 담겨 있다.
중국 포털 사이트 한국 드라마 평점 순위에서 2위를 기록한 〈나의 아저씨〉

< 중국 포털 사이트 한국 드라마 평점 순위에서 2위를 기록한 〈나의 아저씨〉 - 출처:'바이두(百度)' >

작품의 서사적 골격은 원작과 유사하게 유지된다. 직장과 가정 사이에서 지쳐가는 중년 남성과 이른 나이에 삶의 무게를 홀로 짊어진 청년 여성이 같은 회사에서 얽히며 서로를 위로해가는 큰 틀은 그대로다. 그러나 배경과 인물의 맥락은 중국 사회 현실에 맞게 상당 부분 재구성됐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공간이다. 서울의 회색빛 도심 대신 서남부 대도시 충칭(重庆)이 무대로 선택됐다. 안개 낀 언덕과 계단식 주거지, 도심을 가르는 경전철과 케이블카로 상징되는 충칭의 입체적 도시 풍경은 드라마 특유의 무겁고 우울한 정서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더우반의 한 이용자가 "충칭과 한국 드라마 속 거리 풍경이 꽤 닮아 있다"고 쓴 것처럼, 충칭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이 드라마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기능한다.
드라마 <추설만과적동천(秋雪漫过的冬天)>주요 장면 스틸컷드라마 <추설만과적동천(秋雪漫过的冬天)>주요 장면 스틸컷

< 드라마 <추설만과적동천(秋雪漫过的冬天)>주요 장면 스틸컷 - 출처:'더우반(豆瓣)' >

인물 설정도 중국 직장 현실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조정됐다. 남주인공 장자치(姜家齐)는 회사 내 권력 다툼 속에서 점점 변방으로 밀려나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중국 사회에서 '내권(內卷)'으로 통칭되는 과열 경쟁 현실과 맞닿아 있다. 한 이용자가 "장자치는 단순한 허구의 캐릭터가 아니라, 무게를 짊어진 채 살아가는 우리 보통 사람들을 비추는 거울 같다"고 평한 것은 이 인물 설정이 얼마나 현실적인 공감을 이끌어냈는지를 보여준다.
원작 〈나의 아저씨〉(9.4점)와 중국 리메이크 〈추설만과적동천〉(6.8점)의 더우반 평점 비교원작 〈나의 아저씨〉(9.4점)와 중국 리메이크 〈추설만과적동천〉(6.8점)의 더우반 평점 비교

< 원작 〈나의 아저씨〉(9.4점)와 중국 리메이크 〈추설만과적동천〉(6.8점)의 더우반 평점 비교 - 출처:'더우반(豆瓣)' >

여주인공 장쯔펑(张子枫)에 대한 시선은 흥미롭다. 아이유와의 비교가 불가피했지만 반응은 의외로 유연했다. "아이유와 똑같이 연기할 필요는 없다. 장쯔펑(张子枫)이 보여주는 지친 듯하면서도 모든 것을 부숴버릴 것 같은 기운은 나름의 매력이 있다"는 평가처럼, 원작과의 단순 비교를 넘어 자체적 해석을 인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비판도 분명히 존재한다. "리메이크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의미 없이 1대 1로 베끼는 것에 반대한다"는 지적, 원작의 핵심 장면이 변형되거나 생략된 것에 대한 아쉬움도 더우반 곳곳에서 확인된다. 단편 드라마와 자극적 콘텐츠가 범람하는 오늘날, "감정 표현이 이토록 절제된 작품이 드물다"며 반기는 시청자가 있는가 하면, "핵심을 놓친 채 겉모습만 바꿨다"는 냉정한 평도 공존한다. 한국 원작을 인생 드라마로 꼽는 한 누리꾼은 "원작의 감동을 90점은 재현했다. 중국 현실에 맞게 개편하면서도 원작의 정신을 잃지 않았다"고 완결 이후 평을 수정하기도 했다.

〈추설만과적동천〉이 던지는 질문은 드라마 한 편의 완성도를 넘어선다. 한국 IP가 중국에서 리메이크되는 방식이 단순 모방에서 현지화 재해석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 과정에서 중국 시청자들이 한국 콘텐츠의 정서를 여전히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있다는 점은 한중 문화 콘텐츠 교류의 현주소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다. 직접 수입이 막힌 자리를 리메이크가 채우는 구조가 공고해지는 지금, 한국 콘텐츠 산업은 이 흐름을 단순한 우회로로 볼 것인지, 새로운 협력의 통로로 볼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유쿠 홈페이지《优酷》,https://youku.tv/
-더우반《豆瓣》홈페이지,https://movie.douban.com/subject/27602137/
-소후《搜狐》(2026.2.27)赵又廷《秋雪漫过的冬天》掀热议!这次没有煽情,只靠真正的实力
https://yule.sohu.com/a/990571292_122385790
-소후《搜狐》(2026.1.10)《秋雪漫过的冬天》:零宣发带来的惊喜与挑战 ,https://yule.sohu.com/a/974659242_1219245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