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제니와 미니소 팝업 행사로 본 중국 내 소비문화 재편
상하이의 메종 마르지엘라(Masion Margiela) 패션쇼 참석부터 미니소(MINISO) 팝업 행사에서 220만 위안(약 4억 7,580만 원)의 매출에 이르기까지. 블랙핑크(BLACKPINK) 제니의 이와 같은 행보는 한국 아이돌이 중국의 젊은 세대의 취향, 소비, 정체성과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2026년 3월 말, 패션 브랜드인 메종 마르지엘라는 창립 38년 만에 처음으로 파리 밖에서 컬렉션(collection)을 공개했다. 장소는 상하이의 컨테이너 부두. 선택지는 런던도, 뉴욕도 아닌 중국 최대 도시였다. 사실 메종 마르지엘라의 이러한 선택 자체는 하나의 전략적 메시지로 볼 수 있다. 아시아 시장, 특히 중국의 Z세대 소비력을 얼마나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제니는 이 자리에 참석했는데, 이는 단순히 브랜드 제품을 입고 이를 홍보하기 위해 참여한 것이 아니다. ≪NSS 매거진(NSS magazine)≫은 제니가 메종 마르지엘라를 "언어로서 채택한다"며, "제니는 마르지엘라의 '대중화'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이 브랜드가 자신의 모호함을 포기하지 않고도 주류의 상상력 속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이번 행사에 참여했다."고 표현했다.
특히 메종 마르지엘라 브랜드는 전통적인 케이팝 여성성에서 벗어난 날카롭고 거리감 있는 제니의 이미지를 통해 자연스럽게 브랜드 미학을 녹여냈다. 게다가 마르지엘라가 상하이에서 컨테이너가 가득한 선거를 무대로 삼고 오트쿠튀르(haute couture)와 기성복(ready to wear)를 하나의 브랜드 서사로 합친 것처럼, 제니 역시 럭셔리(luxury)와 스트리트 패션(street fashion), 오트쿠튀르(haute couture)와 K-pop의 경계를 허무는 존재로 여겨질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두 상징이 같은 시공간에 놓인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2026년 3월 20일, 상하이의 그랜드 게이트웨이 플라자(上海港汇恒隆广场)에서 '미니소 × 제니 루비(Ruby)' 팝업 행사가 열렸다. 제니의 솔로 앨범인 ≪Ruby≫의 주된 색깔인 빨강색과 검정색을 살린 이 공간은 총 220만 위안(약 4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미니소(MINISOO)에서 열린 2025년 팝업 중 최고의 매출 성적이다. 통신원이 평일 오후에 직접 방문했을 때도 거의 모든 상품이 매진된 이후였고, 그렇기 때문에 많은 팬이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상하이에서의 팝업 행사 인기가 뜨거워지면서 베이징과 광저우로 행사 확장은 사흘만에 이루어졌다.
< 미니소(MINISOO)의 샤오홍슈(Xiaohongshu, 小红书) 공식 계정에 게시된 제니의 팝업 행사의 홍보 포스터
– 출처: 샤오홍슈 계정(@miniso名创优品) >
그렇다면 왜 미니소에서 제니와의 협업 행사가 일어났을까?
미니소는 중국 본토에서 시작한 라이프스타일(lifestyle) 브랜드로, 10~30대 중국의 젊은 소비자가 핵심 고객이다. 예를 들면 한국의 다이소와 비슷한데, 이 곳은 작은 화장품부터 생활용품까지 일상을 아우르는 모든 것을 판매하는 브랜드다. 그러므로 고가의 명품 브랜드가 아니라, 미니소와 이루어진 이번 협업은 제니의 영향력이 단순히 '팬심'의 영역을 넘어 중국 내 소비자들에게 일상 영역에서의 소비로 침투했음을 의미한다. 즉 팬이 아닌 일반 소비자도 협업 행사를 통해 해당 상품을 '예쁜 일상용품'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K-pop IP의 대중화 전략이 점차 정교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중국 MZ세대에게 샤오홍슈(小红书)는 인스타그램(Instagram)과 핀터레스트(Pinterest)를 합친 것과 유사한 플랫폼(platform)으로 기능한다. 그들에게 샤오홍슈는 패션, 미용, 라이프스타일과 같은 취향의 교류 공간이자 물품을 구매하기로 결정하는 출발점이다. 최근 샤오홍슈에서 제니는 하나의 기준점이나 참조점(reference point)로 기능하고 있다. 중국 현지 언론인 ≪징 데일리(Jing Daily)≫에 따르면, 과거 제니가 비브람 파이브핑거스 브랜드의 신발을 신고 나타난 직후, 샤오홍슈에서 해당 제품에 대한 검색량과 관련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른바 '제니 이펙트(Jennie Effect)'이다. 샤오홍슈 속 제니의 이미지는 전통적 케이팝의 '친근하고 청순적인' 이미지와 달리, 독립적이며 패션 감각이 풍부한 인물로 인식되며, 이는 자아 표현을 중시하는 중국 Z세대의 가치관과 정확히 일치한다.
< 이미 상당수의 상품들이 매진된 '미니소 x 제니 루비(Ruby)' 팝업 행사의 상품 안내판 – 출처: 통신원 촬영 >
제니의 이번 협업 사례는 케이팝 아이돌이 중국 시장에서 가진 구조적인 강점을 잘 드러낸다. 첫째, 세계관의 완성도다. ≪루비(Ruby)≫라는 제니의 솔로 앨범은 음악을 넘어 색상, 시각적인 언어, 라이프스타일 코드(code)를 포함한 하나의 집약된 세계관이다. 미니소 팝업 행사와 모든 상품이 빨간색과 검은색을 중점으로 설계된 것은 이러한 세계관의 물리적이고도 시각적인 구현으로 볼 수 있다.
둘째, 플랫폼 친화성이다. 샤오홍슈, 웨이보(微博), 더우인(抖音) 등 중국 SNS(social network service)에서 K-pop 콘텐츠는 자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팬 계정들이 생산하는 콘텐츠의 양과 질이 기업의 마케팅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
셋째, 팬덤 소비 문화의 성숙이다. 중국 K-pop 팬들은 '덕질'을 개인의 취향을 표출하는 일종의 표현으로 인식하며, 관련 상품 구매와 팬심 표현에 있어 매우 적극적이다.
그러므로 현재 K-pop은 음악 콘텐츠를 넘어 일상 소비재 영역의 IP로 진화하고 있다. 고가의 브랜드와 대중적인 브랜드 사이의 간극을 메우면서, 다양한 소득 수준의 팬들에게 동시에 흥미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제니가 상하이에서 보인 이 같은 행보는 개인의 활동이면서도, 동시에 이러한 흐름의 상징이기도 하다.
< '미니소 x 제니 루비(Ruby)' 팝업 행사가 열리고 있는 상하이의 그랜드 게이트웨이 플라자 중앙 로비 – 출처: 통신원 촬영 >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징 데일리(Jing Daily)≫ (2025. 08. 19). Why Vibram FiveFingers are viral on Xiaohongshu,
https://jingdaily.com/posts/what-xiaohongshu-s-trending-vibram-five-fingers-says-about-gen-z
- ≪NSS 매거진(NSS MAGAZINE)≫ (2026. 01. 22). Maison Margiela is dressing K-pop idols now
Blackpink Jennie's latest looks raise questions about the cult brand's strategy,
https://www.nssmag.com/en/fashion/44017/jennie-maison-margiela-anonymity-mainstream
- 위챗(WeChat) (2026. 03. 28). 名创优品联手 BLACKPINK 成员 Jennie,推出限定快闪店,
https://mp.weixin.qq.com/s/NRE5DjrotouEJDGWFVT4Pg
- 샤오홍슈(小红书) 계정(@miniso名创优品), http://xhslink.com/o/HE2kMyFxo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