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 '세계 책의 날' 속 한국 문학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세계 책의 날(Día del Libro)'을 기념하는 다양한 문화 행사가 도시 전역에서 펼쳐진 가운데, 한국 문학 역시 주요 행사를 통해 현지 독자와 관객들에게 소개되며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스페인 대학생들이 김수영 시인의 문학 작품을 낭독하는 장면은 한국 문학이 현지 문화 공간 속으로 깊이 스며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인상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매년 4월 23일 전후로 진행되는 '세계 책의 날'은 스페인 전역에서 독서와 문화를 기념하는 대표적인 행사로, 마드리드에서는 도서관과 문화센터, 공공 광장 등 다양한 공간에서 시민 참여형 행사가 진행된다. 올해 역시 시 낭독회, 작가와의 만남, 강연, 공연 등 다채로운 활동들이 마련되며 도시 전체가 하나의 문화 플랫폼으로 기능하는 모습을 보였다.
<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대학교(Complutense University of Madrid)에서 진행된 '문학 주간' 시간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 문학은 단순한 작품 소개를 넘어 실제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확장되고 있다.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대학교(Complutense University of Madrid)에서 열린 '문학 주간(Semana de las Letras)'에서는 김수영 시인의 작품을 중심으로 한 시 낭독 행사가 진행됐다. 한국학을 담당하는 양은숙 교수의 주도로 마련된 이번 행사는 현지 학생들이 직접 한국 시를 낭독하며 작품의 의미를 해석하고 이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학생들의 태도였다. 참가자들은 단순히 발음을 따라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시의 리듬과 감정을 이해하려는 진지한 태도로 낭독에 임했다. 언어적인 한계를 넘어 시의 정서를 전달하려는 태도는 한국 문학에 대한 진지한 이해와 몰입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 스테파나 폽(Stefana pop) 시 낭송 행사 우승자의 김수영 시인의 '폭포' 작품 낭송
- 출처: 스테파나 폽(Stefana pop) 본인 제공 >
특히 이 날 시 낭송 행사에서 우승을 차지한 스테파나 폽(Stefana pop)은 작품을 완전히 암기한 상태에서 낭독에 임했으며, 단순한 발화가 아닌 시의 리듬과 감정을 살린 표현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익숙하지 않은 언어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정서를 전달하려는 노력은 한국 문학에 대한 깊은 관심과 존중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는 스페인에서 한국 문학이 번역된 외국 문학을 넘어, 현지 독자들에 의해 능동적으로 수용되고 재해석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같은 시기 마드리드에서는 국제 문학 행사 '콘 아센토 2026: 제5회 중남미 스페인어권 작가 회의(Con Acento 2026: V Encuentro de Escritores Hispanoamericanos)'가 개최되며 한국 문학의 존재감이 또 다른 방식으로 드러났다. 이번 행사는 '이동하는 글과 목소리(Letras y voces en tránsito)'를 주제로 인간의 이동과 이주, 정체성, 탈영토성 등 현대 사회를 관통하는 주요 문제들을 문학적으로 탐구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스페인 내 주요 문화 기관인 주멕시코한국문화원과 콘데 두케 현대문화센터를 중심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다양한 국가의 작가들이 참여해 문학을 통한 국제적인 대화를 이어갔다.
이 자리에는 『저주토끼』로 잘 알려진 정보라 작가도 참여해, '현대의 탈정착성(Desarraigos contemporáneos)'을 주제로 한 부문에서 다른 작가들과 함께 논의를 나눴다. 해당 부문에서는 개인과 사회가 경험하는 이동, 정체성의 변화, 새로운 환경 속에서의 적응과 상실 등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공유됐으며, 이는 한국 문학이 다루고 있는 문제의식이 세계 문학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 콘데 두케(Conde Duque) 현대문화센터에서 정보라 작가가 참여한 문학 행사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처럼 마드리드에서 진행된 '책의 날' 관련 행사들은 한국 문학이 단순히 번역을 통해 소개되는 수준을 넘어, 현지 문화와 학술 담론 속에서 적극적으로 소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학과 문화 기관을 중심으로 한 참여형 프로그램과 국제 문학 행사에서 한국 작가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은 한국 문학이 현지 독자와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제공하는 동시에 상호 이해를 넓히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 시 낭송 행사 참가자들과 교수진 및 학생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결과적으로 이번 행사를 통해 확인된 김수영 시인의 시 낭독 행사와 정보라 작가의 참여는 한국 문학이 스페인에서 다양한 층위로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한쪽에서는 학생들의 낭독을 통해 문학이 직접 체험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국제적인 담론 속에서 한국 문학이 논의되고 있는 구조는 한국 문화콘텐츠가 점차 문화 교류의 심화 단계로 나아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한국 문학이 단순한 문화 소비를 넘어, 현지 사회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재해석되고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는 과정에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사례로도 평가된다. 앞으로도 마드리드와 같은 다문화 인종의 도시에서 한국 문학이 어떠한 방식으로 확장되고 자리 잡아 가는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스테파나 폽(Stefana pop)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