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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탕을 먹으러 줄 선 싱가포르인들, 호커센터로 들어온 한국 음식

등록일
2026-08-12
수집기관
  • 해당 국가

    Singapore

  • 해당 장르

    대중문화

주요내용

2026년 7월 29일 점심시간, 싱가포르 부킷메라(Bukit Merah) 지역의 알렉산드라 빌리지 푸드센터(Alexandra Village Food Centre)를 찾았다. 1977년 문을 열어 인근 주민과 직장인들이 꾸준히 찾는 대표적인 호커센터(Hawker Centre)다. 2025년에는 약 3개월간 보수공사를 거쳐 새롭게 단장한 뒤 다시 문을 열었다. 음식점들 사이에서 이날 유독 긴 줄이 이어진 곳은 한국식 닭고기 수프를 판매하는 ‘엄마 치킨 수프(OMMA Chicken Soup)’였다. 점심 식사를 위해 호커센터를 찾은 사람들이 여러 매장의 메뉴판을 살펴보는 가운데, ‘엄마 치킨 수프’ 앞에는 주문을 기다리는 손님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대기 줄은 매장 앞에만 머물지 않고 옆 가게 방향까지 이어졌고, 음식을 받은 손님이 자리를 떠난 뒤에도 새로운 손님이 계속 줄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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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치킨 수프에 길게 늘어선 줄 - 출처: 통신원 촬영 >
매장 간판에는 ‘8시간 동안 천천히 끓인 순수 닭고기 수프’라는 설명과 함께 인삼과 콜라겐을 활용한 여러 종류의 닭고기 수프가 소개돼 있었다. 대표 메뉴는 인삼을 넣은 ‘진셍 엄마(Ginseng OMMA)’와 닭고기 육수를 강조한 ‘콜라겐 엄마(Collagen OMMA)’다. 뜨겁게 달군 검은 그릇에 닭고기와 국물을 담아 제공해, 주문이 몰리는 시간에는 한 그릇씩 데우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대기시간이 발생한다.

엄마 치킨 수프의 메뉴는 어린 닭 한 마리 안에 찹쌀과 대추, 마늘 등을 넣고 끓이는 한국의 전통적인 삼계탕을 그대로 재현한 형태는 아니다. 닭 한 마리 대신 크기가 큰 닭다리를 사용하고, 찹쌀을 닭 안에 채우지 않은 채 밥이나 면을 별도로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한국의 삼계탕에서 착안하되 싱가포르 호커센터의 가격과 식사 방식에 맞춰 보다 간편하게 바꾼 한국식 인삼 닭고기 수프라고 할 수 있다.

엄마 치킨 수프 측은 처음에는 전통적인 삼계탕처럼 찹쌀을 넣은 메뉴도 선보였지만, 지점별 고객 반응을 살펴본 뒤 모든 매장에서 찹쌀을 제외한 형태로 조리법을 통일했다고 설명했다. 국물은 약 8시간 동안 끓이며, 화학조미료와 돼지고기, 라드를 사용하지 않는다. 닭고기는 오랜 시간 저온 조리한 뒤 국물과 함께 데워 부드러운 식감을 내도록 했다. 이는 한국 음식의 특징을 유지하면서도 기름지거나 무거운 음식을 부담스러워하는 현지 고객의 입맛을 반영한 변화다. 에서는 치킨라이스와 면 요리, 볶음밥 등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호커 음식을 판매하고 있었다.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현지 매장들 사이에서 한국식 인삼 닭고기 수프를 판매하는 매장이 긴 줄을 만든 모습은 눈에 띄는 장면이었다. 과거 싱가포르에서 한국 음식은 한인 밀집 지역이나 대형 쇼핑몰의 전문 식당을 찾아가야 접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방문하는 호커센터에서도 한국 음식을 한 끼 식사로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같은 알렉산드라 빌리지 푸드센터 안에는 불고기와 밥을 함께 판매하는 한국 음식 매장도 운영되고 있었다. 불고기는 삼계탕보다 해외에서 잘 알려진 한국 음식이지만, 이곳에서는 여러 사람이 반찬과 고기를 나눠 먹는 한국식 상차림 대신 한 사람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한 그릇 또는 한 접시 형태로 제공됐다. 여러 사람이 함께 음식을 나누는 한국의 식사 문화가 개인별로 음식을 주문해 먹는 싱가포르의 호커 문화에 맞게 변화한 것이다.
불고기 전문점
< 불고기 전문점 - 출처: 통신원 촬영 >
한국 음식이 호커센터에 들어왔다는 것은 단순히 판매 장소가 하나 늘어난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호커센터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싱가포르 주민들이 중국계·말레이계·인도계 음식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음식을 일상적으로 선택하는 생활 공간이다. 한국 음식이 이곳에 입점했다는 것은 한류 팬이나 한국인 고객뿐 아니라 점심과 저녁 메뉴를 고민하는 일반 소비자에게도 자연스럽게 노출된다는 뜻이다.

특히 엄마 치킨 수프의 빠른 매장 확장은 싱가포르에서 한국식 닭고기 수프에 대한 관심이 특정 지역에만 머물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엄마 치킨 수프는 2026년 3월 베독(Bedok) 216 푸드센터에서 첫 매장을 연 뒤, 한 달가량 지나 알렉산드라 빌리지 푸드센터로 확장했다. 이후 노스포인트시티(Northpoint City)와 홍림 푸드센터(Hong Lim Food Centre), 파야레바 쿼터(Paya Lebar Quarter), 헤이그 로드 마켓(Haig Road Market), 주롱웨스트(Jurong Werst), 코반(Kovan), 탄톡셍병원((TTSH) 등으로 지점을 빠르게 늘렸다. 7월 말 현재 엄마 치킨 수프의 공식 매장 안내에는 싱가포르 전역의 총 9개 지점이 표시돼 있다. 몇 달 만에 동부의 베독에서 남부의 부킷메라, 북부의 이슌(Yishun), 서부의 주롱웨스트까지 진출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중심 상권뿐 아니라 주거지역의 호커센터와 쇼핑몰 푸드코트, 병원 등 현지 주민의 생활 동선과 가까운 장소를 중심으로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한국식 닭고기 수프를 특별한 외식 메뉴가 아니라 자주 먹을 수 있는 일상적인 식사로 자리 잡게 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싱가포르에 있는 엄마 치킨 수프 지점들
< 싱가포르에 있는 엄마 치킨 수프 지점들 - 출처: 구글 지도 웹사이트 >
엄마 치킨 수프의 또 다른 특징은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가격이다. 알렉산드라 빌리지 매장에서 판매되는 콜라겐 닭고기 수프는 6.80싱가포르달러(한화 약 7,500원), 인삼을 넣은 닭고기 수프는 7.80싱가포르달러(한화 약 8,610원)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소개됐다. 국수와 죽 형태의 메뉴는 이보다 낮은 가격으로도 선택할 수 있다. 현지의 전통적인 호커 음식과 비교하면 다소 높은 편일 수 있지만, 일반 한국 전문 식당에서 판매하는 삼계탕이 20~30싱가포르달러를 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담을 크게 낮춘 가격이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메뉴 구성도 달라져야 했다. 전통 삼계탕처럼 닭 한 마리를 통째로 제공하는 대신 닭다리를 사용하고, 찹쌀밥을 닭 안에 넣지 않으며, 밥·미수아(국수)·죽 등 원하는 탄수화물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따뜻한 국물과 부드러운 닭고기라는 삼계탕의 핵심적인 이미지는 유지하면서도 양과 구성, 제공 방식을 싱가포르 소비자의 일상적인 식사에 맞춘 것이다.
판매하고 있는 삼계탕 메뉴의 모습
< 판매하고 있는 삼계탕 메뉴의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한국에서는 삼계탕이 여름철 복날에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먹는 보양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뜨거운 음식을 먹으며 몸의 기운을 보충한다는 ‘이열치열’ 문화와도 연결된다. 그러나 사계절 내내 기온이 높은 싱가포르에서 같은 계절적 의미를 그대로 전달하기는 어렵다. 대신 현지에서는 삼계탕과 닭고기 수프가 비 오는 날이나 에어컨이 강한 실내에서 먹는 따뜻한 음식, 운동 후 또는 몸이 지쳤을 때 찾는 건강식과 편안한 한 끼로 소개되고 있다.


엄마 치킨 수프가 호커센터를 중심으로 저렴하고 간편한 한국식 닭고기 수프를 판매하는 한편, 싱가포르 중심업무지구에서는 한국의 전문 삼계탕 브랜드가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한국에서 1991년 시작한 지호한방삼계탕은 2026년 5월 싱가포르 중심에 ‘지호 삼계탕 에스비시디(JIHO Samgyetang SBCD)’를 열었다. 한국과 해외에서 8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는 브랜드의 동남아시아 첫 진출 사례다. 기본 메뉴인 건강삼계탕과 미용삼계탕은 각각 29.80싱가포르달러(한화 약 3만 2,900원) 이며, 들깨·녹두·흑마늘 등을 활용한 삼계탕은 32.80싱가포르달러(한화 약 3만 6,210원)에 판매된다. 호커센터의 엄마 치킨 수프와 비교하면 가격뿐 아니라 식재료, 양, 식사 공간과 서비스 방식에서도 차이가 크다. 일상적으로 찾는 호커센터에서 10싱가포르달러(한화 약 1만 1,040원) 이하의 한국식 닭고기 수프를 판매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오랜 역사와 한방 조리법을 강조한 전문 식당이 30싱가포르달러(한화 약 3만 3,100원) 안팎의 삼계탕을 선보이고 있다. 이는 싱가포르의 삼계탕 시장이 하나의 가격대와 소비층에만 머물지 않고 세분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국 음식을 처음 접하는 고객은 호커센터에서 부담 없이 비슷한 맛을 경험할 수 있고, 전통적인 조리법과 전문적인 식사 환경을 원하는 고객은 프리미엄 식당을 선택할 수 있다.


싱가포르 사람들이 자주 찾는 푸드센터에서 확인한 긴 대기줄은 이러한 변화가 기사나 광고 속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다. 사람들은 한국 음식을 먹기 위해 한인타운이나 고급 쇼핑몰을 따로 찾은 것이 아니었다. 평소 점심을 먹기 위해 방문한 호커센터에서 치킨라이스, 국수, 불고기와 함께 한국식 인삼 닭고기 수프를 비교하고 그중 하나를 선택했다.


매장 주변에는 한국 음악이나 화려한 장식도 없었다. 주문 번호를 부르는 목소리와 그릇이 부딪히는 소리, 여러 매장에서 음식을 조리하며 퍼지는 냄새가 뒤섞이는 전형적인 싱가포르 호커센터의 모습이었다. 손님들은 음식을 받은 뒤 빈자리를 찾거나 다른 방문객과 테이블을 함께 사용했고, 식사를 마치면 식기를 반납대로 가져갔다. 한국에서 온 닭고기 수프도 이러한 싱가포르의 평범한 점심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었다.


물론 긴 줄이 곧바로 한국 음식의 이곳에서의 안정적인 정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매장과 메뉴에 대한 호기심이 줄어든 뒤에도 고객이 꾸준히 다시 찾을지, 임대료와 재료비가 높은 싱가포르에서 현재의 가격과 품질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전통 삼계탕과 다른 조리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적인 정체성과 현지화 사이의 균형도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과 몇 달 만에 9개 지점으로 늘어난 엄마 치킨 수프의 확장과 알렉산드라 빌리지 매장 앞에 형성된 대기줄은 한국 음식이 싱가포르에서 소비되는 장소와 방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삼계탕에서 착안한 닭고기 수프는 더 이상 한국 전문 식당에서 특별한 날에만 먹는 비싼 메뉴에 머물지 않는다. 현지 주민이 점심시간에 찾아가 줄을 서고, 밥이나 국수와 함께 먹을 수 있는 일상적인 호커 음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한국 음식이 싱가포르인의 생활 속에 얼마나 깊이 들어왔는지는 유명 식당의 예약 현황뿐 아니라 동네 호커센터의 점심시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977년부터 현지의 다양한 음식이 한자리에 모여온 알렉산드라 빌리지 푸드센터에서, 뜨거운 한국식 인삼 닭고기 수프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은 케이 푸드가 특별한 문화 체험에서 평범한 한 끼로 이동하고 있는 현재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구글 지도 웹사이트,
https://buly.kr/DwGlQ45
- 《세스루이닷컴(SethLui.com)》 (2026. 04. 25). Ex-Michelin star restaurant chefs sell Korean samgyetang from $6.80 at hawker stalls, 
https://sethlui.com/omma-chicken-soup-bedok-singapore-apr-2026/
- 엄마 치킨 수프(OMMA Chicken Soup)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ommachickensoup),
https://www.instagram.com/ommachickenso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