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로는 최초로 아르헨티나 지상파에 입성한 '천국의 계단’ - 출처 : Escalera Al Cielo – Telefe 페이스북 페이지〉
2016년 2월 10일, 아르헨티나인에게는 낯선 드라마가 지상파 채널 텔레페(Telefe)에 방영되었다. 〈천국의 계단(현지명: Escalera al Cielo)〉이 한국 드라마로는 최초로 아르헨티나 지상파에 발을 디딘 순간이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후 3시에 방송된 드라마는 예상을 깨고 동 시간대 최고 시청률인 10~15%를 기록하며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별에서 온 그대(현지명:Mi amor de las estrellas〉는 3월 10일부터 5주 동안 동 방송국에서 전파를 탔고, 현지의 유력 일간지 등에 주인공 전지현과 ‘치맥 문화’가 조명되었다.
〈'드라마 피버'는 '비키'와 함께 중남미 한국 드라마 팬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웹 사이트로 회원들을 대상으로 매년 '드라마 피버 어워즈'를 개최,
최우수 드라마 및 배우를 선정하고 있다 – 출처 : 드라마 피버 홈페이지〉
어디서 K-드라마를 볼까
중국과 동남아에서는 한국 드라마가 워낙 인기가 있다 보니 해당 지역의 언어, 영어로 된 자막이 즐비하다. 하지만 중남미는 아시아에 비해 낮은 시장성으로 인해 스페인어로 된 드라마를 보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드라마 피버(DRAMAFEVER)》와 《라쿠텐 비키(RAKUTEN VIKI)》는 중남미 한국 드라마 팬들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드라마 피버》는 2009년, 재미교포 박석, 박승 두 사람이 공동 창업한 한국 및 아시아 드라마 스트리밍 서비스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남미시장에 한국 드라마를 알리는 일등 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박석 대표는 미국 내 한국 드라마 불법 다운로드 사이트가 20여 개에 달한다는 점에서 기회를 발견, 이를 합법적으로 볼 수 있는 서비스를 탄생시켰다. 《드라마 피버》의 월 시청자 수는 2천만 명에 이른다. 무엇보다 고화질 영상에 영어, 중국어는 물론,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까지 자막 지원이 가능해 중남미 한국 드라마 팬들에게는 소중한 사이트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실제로 소비자 중 25%가 중남미 출신으로 집계되고 있다.
《라쿠텐 비키》는 재미교포 벤처인 호창성, 문지원 대표가 2007년 설립한 드라마, 영화 등에 다국어 자막 번역을 넣은 스트리밍 플랫폼이다. 2013년 일본 라쿠텐에 2억 달러에 인수되었고 《드라마 피버》에 비해 2년 정도 앞선 시작과 다양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받는 것은 사용자들이 실시간으로 자막을 달 수 있게 한 ‘크라우드 소싱’ 기술이다. 이용자들은 전 세계서 올라온 TV 프로그램을 각 나라에 맞는 언어로 자막을 만들어 달고 공유할 수 있다. 중남미의 핵심 언어인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 역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생성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세계 최대 OTT 플랫폼 《넷플릭스(NETFLIX)》를 통해 최신 한국 드라마를 중남미 지역에서 즐길 수 있다. 물론, 위 두 사이트와 달리 유료지만 스페인어 자막은 기본이고 고화질, 스마트TV,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자유자재로 기기를 변동하면서 편하게 시청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팬 케이드라마'는 한국드라마 및 배우 소식은 물론, 남북한 상황까지 전달하고 있다 – 출처 : 팬 케이드라마 홈페이지〉
K-드라마 정보는 어떻게 공유될까?
우선적으로 중남미 각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류 팬 사이트 및 팬 페이지 등에서 최신 한국 드라마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이밖에 한국 드라마를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스토리를 분석하고 출연 배우들의 근황 등을 소개하는 곳도 있다. 《팬 케이드라마(Fan KDramas)》는 아르헨티나인 2명과 멕시코 출신 1명이 만든 사이트로 최신 한국드라마와 배우에 대한 소식을 전하고 있다. 또한, 한국식 시스템인 월화드라마, 수목드라마, 주말드라마 별로 섹션을 구분하고 팬들이 평가하는 ‘레이팅’도 진행하고 있다. 2004년부터 방영된 주요 한국드라마의 리스트를 작성, 예전 작품도 알리고 있다. 아르헨티나 및 중남미 지역에서 나오는 한국에 대한 뉴스도 볼 수 있으며 남북한의 분단 상황에 따라 한국 청년들이 왜 군대를 가야하는지 설명하는 점은 이색적이다.
‘드라마를 이야기합시다’라는 뜻의 유튜브 채널 《아블레모스 데 도라마스》는 멕시코 출신의 타니아 찬(Tania Chan)이 2011년 7월 11일부터 운영하고 있으며, 운영자가 한국에 머물며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 드라마를 소개하고 배우 동향을 알려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글을 배우는 팁, 한국 생활 중 겪었던 경험담, 멕시코와 다른 문화적 차이와 같은 콘텐츠를 담고 있다. 구독자 수는 42만 명(7월 10일 기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자체 홈페이지를 운영해 유튜브에서 못 다한 이야기를 한류 팬에게 풀어내고 있다.
이처럼 한국 드라마는 중남미 지역에서 꾸준한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여전히 일반 대중에게 생소한 점은 분명 하지만 예전에 비해 주요 방송국에서 노출되는 빈도수가 빈번해 지고 있으며 특히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인지도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케이팝과 함께 한국 드라마를 통해 중남미에서 다양한 한국 문화가 발현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