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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은 디자이너, '내 책에 하나의 구덩이가 생겼다' 뉴욕과 서울을 잇는 팝업 전시회 개최

2018-08-02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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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 32가에 위치한 코리안 컬처 센터(Korean Culture Center)에서 지난 7월 24일부터 26일까지 한국인 비주얼 아티스트 황상은(Saneun Hwang)의 개인전 <내 책에 하나의 구덩이가 생겼다(A pit pops up in my book)>이 열렸다. 황상은 작가는 2017년 5월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School of Visual Arts)를 졸업하고 현재 비주얼 아티스트 및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오랜 시간 리서치를 하고 제작한 아티스트 북이자, 아트의 연장된 형태를 띠고 있는 오브젝트 잠실 집(Jamsil.Zip)을 메인으로, 비디오 설치와 드로잉 다수를 선보였다. 

 

잠실(Jamsil)은 작가가 한국에서 살던 곳 도시 이름이고 Zip은 이를 압축시켜 아카이브를 만들었다는 유니코드 확장자 명이다. 한국어로는 집, 영어로는 우편번호, 한자로는 모음집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자를 보면 세 마리의 새가 나무에 모여 있는 모양인데, 이 책은 바로 이 잠실을 떠도는 새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정착한 도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으며 이후 어디로 향할지 탐구한다. 새들이 곧 작가 본인과 서울의 한 부분을 상징하는 매개체인 것이다. 작가는 본인이 오랜 시간 거주했던 ’잠실’과 한국 집을 주제로,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한 도시의 현재와 과거를 ‘뉴욕’에서 찾은 이미지들로 재구성했다. 황상은 디자이너는 “햇수로 따지면 어느새 3년째 이어진 작업이에요. 이 책으로 전시도 하고 아티스트 토크도 하고 피처 아티스트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업을 하는 선생님에게 요청을 해서 1:1로 독립적인 공부(Independent study)를 하기로 했고 여기서 전반적인 북메이킹을 배우며 책의 첫 샘플을 만들었죠. 이후 학부 때 이 작품을 좀 더 발전시켰고 졸업 후 최종적으로 마무리해서 여러 출판사에도 콘택트를 했고요. 소호의 맥닐리 잭슨(McNally Jackson), 첼시의 프린티드 매터(Printed Matter), 그리고 온라인 드로다운 북스(Draw-Down Books)에서 연락이 와서 현재 이 세 군데에 제 작품이 올라와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황상은 디자이너 팝업 전시회 작품 모습>

 


<황상은 디자이너의 작품전을 구경하는 뉴욕 시민들>

 


<황상은 디자이너의 뉴욕 팝업 전시회 전경>

 

잠실은 한국전쟁 이후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전까지는 양잠을 생산하던 한강 언저리의 ‘섬’마을 이었다. 대규모 매립을 통해 강이 메워지고, 주거 단지가 들어서면서 급속히 도시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렇게 물 위에 세워진 마을에 최근 무작위로 발생하고 있는 싱크홀에 대해 영감을 받아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는 작가는 그 거대한 구멍의 기원을 쫓는 하나의 서사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인류는 더 높이, 많이 무언가를 추구하는 반면, 자연은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책에 하나의 구덩이가 생겼다. 이 구멍은 책을 넘나들며 수가 불어나기도, 줄어들기도 하면서 오브젝트의 미장센을 바꿔놓는다. 작가는 이처럼 주로 시간과 공간의 기억에 관한 비주얼 아카이브를 만드는데, 단순히 표지를 넘기고 책을 읽는 것이 아닌, 하나의 오브젝트트로서 다양한 각도에서 접하고 해석될 수 있도록 보다 심화시킨다. 유리 넘어 전시되는 작품이 아니라, 직접 만져보고 탐구하거나 보물찾기처럼 힌트를 발견해야 하는, 일종의 관객들의 직접 참여가 필요한 실험적인 인터랙티브 장르인 것이다.

 

작가는 이 전시를 통해 서울에서의 기억 일부분을 뉴욕 한복판에 옮겨놓아 눈길을 끈다. 황상은 디자이너는 “개인 작업은 주로 시간과 공간의 기억에 대해 작업을 하는데 아무래도 디자인 쪽을 계속 해와서인지 제 작품에는 항상 내러티브가 들어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짜임이 있는 하나의 서사를 집어넣는 거죠. 예를 들면 졸업 작품으로 첫 학기 때는 제가 살던 곳에 발견된 싱크홀에서 영감을 받아 그 거대한 구멍의 기원을 쫓는 책 <잠실 집>을 만들었고, 마지막 학기 때는 이 싱크홀을 학교 층층이 설치해 관람객으로 하여금 이 흔적을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찾아가며 생각해보게 하는 <더 깊게 더 멀리(The Deeper The Further)>를 전시했어요.”라고 했다. 나아가 “말하고자 하는 스토리가 비주얼 언어로 구현되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이끌듯 제 작품도 하나의 서사가 관람객들을 끌어들이며 이미지를 형성하죠. 비주얼 아트에서는 화려한 비주얼로 이목을 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서사가 중심이 되는 접근 방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외 사진에 흥미도 있어 열심히 카메라도 들고 다니고, 전시기획도 관심이 있어 괜찮은 장소를 물색하는 중이에요. 관심 있고 좋아하는 것들은 다 시도해봐야 하는 성격이라 그동안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항상 많은 것을 접하고 트렌드를 빠르게 읽어야 하는 이쪽 분야 특성상 그간의 경험들이 다방면으로 쓰임이 되고 있어요.”라며 젊은 디자이너다운 열정을 내비쳤다. 

 

황상은 디자이너는 현재 한식 세계화 추진 위원회를 비롯한 다양한 작업을 뉴욕에서 이어가고 있다. 그녀의 <내 책에 하나의 구덩이가 생겼다> 전시회처럼, 향후 서울과 뉴욕을 잇는 독특한 작품이 기대감을 높인다.

 

※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


  • 성명 : 강기향[미국(뉴욕)/뉴욕]
  • 약력 : 현) 패션 저널리스트 및 프리랜서 디자이너 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 대학교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