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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이슈] 아시아의 반란, 싱가포르 작가의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

2018-08-24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출연진 전원이 아시안으로 캐스팅돼 화제가 되고있는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Crazy Rich Asians)’가 개봉 첫 주말 미국 박스오피스 톱 성적을 올리며 흥행 대박을 기록하고 있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는 지난 15일 개봉 후 누적 4400만 달러의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배급사인 워너브라더스측은 개봉일 관객의 44%가 아시안이었으나 주말 관객의 경우 41%가 백인으로, 38%를 기록한 아시안보다 많았다고 밝혔다. 할리우드에서는 25년 만에 처음으로 전원 아시아계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로, 양자경, 젬마 찬, 콘스탄스 우, 소노야 미즈노, 켄 정 등이 출연했다. 또한 '저스틴 비버: 네버 세이 네버', '나우 유 씨미 2', '.아이.2', '스텝업 2-더 스트리트' 등을 연출한 존 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 영화는 경제학 교수 여주인공 레이첼 추(콘스탄스 우)가 남자친구 닉 영(헨리 골드윙)의 고향 싱가포르를 방문했다가, 닉의 가족이 엄청난 싱가포르 재벌가임을 알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는 코믹하게 과장된 부유한 아시아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풍자하고, 싱가포르의 엘리트 사회 계층을 묘사한다. 이 영화의 성공으로 인해서 세계가 아시아의 부자와 또 그들의 문화에도 관심을 크게 쏟게 되었다. 사실, 중국 경제의 급성장에 따라 최근 아시아에서 부호가 크게 늘어난 바 있다. 타임 잡지의 기사에 따르면 이 영화의 성공과 함께 아시아의 부자들이 주목되고 있으며, 사실 '지난 4년간 100만 달러(한화 약 112천만 원) 이상의 투자 가능한 자산을 보유한 사람의 숫자는 전 세계 어디보다 아시아에서 많았다고 했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의 성공을 다룬 기사 출처 : Time>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가 이렇게 전 세계적 인기를 끄는데에 싱가포르 사람들은 크게 열광하고 있다. 이는 싱가포르인인 케빈 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이고, 실제 케빈 콴의 싱가포르 부자 친구들을 모델 삼아 실제 그들의 모습과 가깝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배경이 싱가포르를 바탕으로 하는 데다가, 부자 배우로 나온 주인공들의 모습은 싱가포르인들이 이름만 대면 익히 알만한 현지 재벌 2세 자녀들의 실제 모습을 그대로 빼다 박았다. 그동안 주류 미디어가 아시아의 부자 가문을 새롭게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영화는 실제 싱가포르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의 생활 모습을 소재로 한다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가 발표한 ‘2017 세계 부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에는 152천여 명의 백만장자(자산규모 100만 달러 이상)가 살고 있다. 560만 명인 싱가포르 인구의 2.7%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들은 반짝이는 장신구와 화려한 옷을 온몸에 두르는 건 기본. 비행기 좌석은 고급 와인바가 차려진 일등석을 이용한다. 저택의 크기는 가늠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하고, 집안 수족관에는 애완 상어가 헤엄친다. 싱가포르의 크레이지 리치 아시아인은 실제로도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긴다. 희귀한 예술 작품이나 명품·보석·와인 등을 수집하고, 해외 부동산에도 활발히 투자한다. 일부는 전용 제트기를 소유하고 있다. 이 집단은 보통 연예계, 사교계, 경영계 세 그룹으로 나뉜다고 알려져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액자산가 개인 코치는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이하 SCMP)'연예계 집단은 자신이 하는 일을 소셜 미디어에 게시하고 알리는 것을 좋아한다. 사교계는 눈에 띄는 행사에 참석하는 걸 즐기며, 경영계는 사업 목적의 모임에 참석한다'고 설명했다. ‘그냥도 아닌 어마무시하게부유한 아시아인의 존재 자체가 미국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다. 원작자 콴은 SCMP와의 인터뷰에서 '대중이 이 이야기를 통해 ()’ 자체에 매료될 뿐만 아니라, 부자가 살아가는 방식에도 끌릴 것이다'라면서 '문화가 다르면 돈을 다루는 방식도 서로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영화 출연진을 인터뷰하고 있는 여러 매체들 출처 : 미국 Today(), 싱가포르 Channel News Asia()>

 

출연진 전체가 아시아인이라는 점에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의 박스오피스 1위 데뷔는 흔치 않은 사건이다. 개봉 첫 주에 제작비 3천만 달러를 회수한 점도 고무적이다. 로튼토마토 신선도지수 93%, 메타크리틱 메타스코어 74, 시네마 스코어 A로 평단과 관람객 모두에게 높은 만족도를 끌어냈다. 무엇보다 유명 아시아계 미국인을 중심으로 ‘#골드오픈(Gold Open)’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지면서 영화 외적인 지지가 높은 상황이다. ‘골드오픈은 영화의 개봉 첫 주 성적을 끌어올려 이후 상영관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다. 박스오피스 모조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의 최종 성적을 1억 달러 수준으로 예측했다.

 


<가수 에릭남의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영화 지지 관련 소식, 사진 출처: Channel News Asia>

 

이러한 인기에 더불어, 애틀랜타 출신 가수 에릭남은 아시안 계 100%로 이루어진 이 영화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지난 17일 싱가포르 최대 언론지인 채널 뉴스 아시아(Channel News Asia)는 한국계 미국인 에릭남과 형제인 에디남, 브라이언남이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의 흥행을 돕기 위해 미국 애틀랜타의 한 극장 전체 좌석 표를 구매했다고 보도했다. 에릭남은 자신의 SNS를 통해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의 한 극장 전체를 구매했고, 팬들과 친구들, 가족들을 위해 무료로 나눠주겠다고 알렸다. '주류 미디어에서 잘못 그려지는 아시아인의 모습에 지쳤다'고 표현한 에릭남은 '우리가 여기 있고, 어떤 것을 할 수 있고, 얼마나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 우리는 기계광이나, 수학을 잘하는 괴짜거나 닌자 자객이 아니다. 우리는 똑똑하고 멋지고, 아름답고, 섹시하고, 그 이상이기도 하다'고 아시안 계의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어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의 성공은 바로 우리와 우리 사회에 대한 것이다. 25년 만의 전체 아시안 배우 캐스팅이라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일 아닌가. 이제 우리가 뭉쳐서 보여주자'며 특별 이벤트를 진행한 된 이유를 밝혔다.

 

기존 할리우드 영화들이 흑인이나 히스패닉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고, 점차 그들이 목소리를 찾아가고 있는데, 아시아계를 중심으로 하는 영화는 많이 뒤쳐진 것이 사실이다. 아시아계 배우들이 주인공이 되어 할리우드 영화판을 휩쓸고 있는 것을 보니 무척이나 감회가 새롭다. 에릭남이 언급한 것처럼 아시아인은 정형화된 모습으로만 소비되었고, 그동안 주류 미디어에서 현시대를 사는 아시아인 이야기는 잘 다뤄지지 않았다. 개봉 전부터 북미 평단으로부터 역대급 로맨틱 코미디라는 극찬을 받으며, 주류 미디어에서 아시아의 새로운 모습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 반갑다. K-Pop이 세계를 뒤흔들며 아시아인의 새로운 저력을 보여주는 것처럼, 이 영화도 새로운 돌풍이 되어 아시아의 비상에 힘을 실어주기를 바란다.


  • 성명 : 신지은[싱가포르/싱가포르]
  • 약력 : 현) 싱가폴국립대학교 박사 과정(Information Syste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