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공연된 영산대학교 팀의 '파우스트 코리아' - 출처 : 에딘버러 프린지 웹사이트>
해마다 8월이면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딘버러에서 3주 동안 세계적인 축제들이 열린다. ‘에딘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Edinburgh International Festival)’과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Edinburgh Festival Fringe)’이 그 주역이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은 지난 8월 3일 금요일부터 시작되어 성황리에 진행 중이며 오는 주말인 27일에 종료될 예정이다.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뒤인 1947년, 전쟁으로 얼룩진 유럽을 문화예술로 재통합하자는 기치 아래 시작된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을 모태로 탄생했다. 70년 이상의 유서 깊은 전통을 지닌 제71회 에딘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과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은 매년 8월에 3주 동안 진행되며, 이 기간동안 에딘버러는 전 세계에서 출품된 공연 예술 작품들로 성황을 이루고 관계자들, 관광객들이 모여 공연 예술을 축하하고 즐기며 새로운 흐름을 구축해가는 공연 예술의 집합 장소이자 말 그대로 '축제'의 장으로 변신한다.
춤, 오페라, 음악과 연극 등 전 세계에서 최고라 할 만한 공연 예술가들과 앙상블들로 구성된 프로그램으로 선보이는 에딘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은 단지 세계적인 고급 예술의 향연 장소로서뿐만 아니라 연중 내내 스코틀랜드 지역의 경제적인 발전과 창조적인 교육, 각종의 전문적인 프로그램들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가능한 한 폭넓은 청중들을 얻고자 노력한다. 또한 에딘버러와 스코틀랜드 전역의 풍부한 문화적, 사회적 삶에 기여 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해왔다. 1947년 처참했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난 후 훌륭한 예술을 통해 민중을 재통합하고 인문학적 정신의 개화를 위한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을 추구해온 것이다.
전쟁이 끝난 직후였던 페스티벌 역사의 초기, 스코틀랜드 국민들은 페스티벌 정신을 꽃피우며 전후의 어두움과 분열, 빈곤을 극복하고자 했다. 이후 수 세기에 걸쳐 에딘버러 국제 페스티벌은 전 예술 영역에 걸쳐 풍부하고 신선하며 경이로운 문화적 경험을 매개하고자 주력해 왔다. 에딘버러 페스티벌이 추구하는 인문학적 정신을 실현하는 데에는 다양한 협업과 후원이 뒷받침했기 때문에 가능했는데. 예를 들어 스코틀랜드 정부의 페스티벌 엑스포 펀드(Scottish Government’s Festival EXPO FUND)는 올해에도 주요 행사 중의 하나였던 ‘Light on the Shore with Edinburgh Gin Seaside’를 협찬했다. 《BBC》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도 매년 참가하는 단골손님으로 페스티벌 발전에 기여 해온 중요한 문화 및 예술단체다.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사이먼 래틀은 꾸준히 에딘버러 페스티벌을 빛내온 영국인 명사 중의 한 명이다.
2018 에딘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의 개막 작품으로는 ‘에버딘 스탠더드 인베스트먼트(Aberdeen Standard Investments)’의 후원으로 청소년의 해(Scotland’s Year of Young People)를 축하하고 2차 세계대전의 종말을 기념하는 야외 디지털 퍼포먼스 작품 ‘Five Telegrams’가 선정되었다. 상기 작품은 1918년 젊은 군인들이 보냈던 전보들을 포함하는 등 ‘통신 및 소통’이란 주제의 영향을 받아 최근에 제작됐다. 주최 측은 관현악 작품, 디지털 예술 작품, 라이브 공연 등을 통합한 무료 공연 행사로 기계, 코드, 검열, 프로파간다와 화해 등 현재의 삶에서도 강력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홍보한 바 있다. 개막작 외에 59편의 공연 예술 작품들이 초청된 에딘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과 동시에 진행되는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는 11편의 한국, 또는 한국과 관련된 작품들이 공연됐다. 지난 11일에는 'Bilingual Korea/UK Producers Workshop'이라는 제목하에 한국 관련 워크숍 또한 개최되었다.
에딘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 공식으로 초청을 받지 못한 8개 공연 단체가 극장이 아닌 소규모 공간을 극장으로 개조해 공연했던 것이 프린지 페스티벌의 시초다. 프린지(주변)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런 탄생 배경은 페스티벌의 성격을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참가작을 엄선하는 인터내셔널 페스티벌과는 달리, 프린지 페스티벌은 누구에게나 문호를 개방한다. 지금도 프린지 협회에 약간의 참가비만 내면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축제에서 공연할 수 있다. 상기 특성은 시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운영을 가능하게 했다. 시 지원 예산은 전체 수입의 4%인 4만 5천 파운드(한화 약8,100만 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하지만 프린지 페스티벌은 에딘버러 시의 지원이 없어도 충분히 자생력이 있는데, 입장권 판매와 호텔이나 레스토랑 등 관광 산업을 통해 올린 수입을 포함한 부가적인 경제효과가 지난해에만 해도 7500만 파운드(약 한화 약 1,350억 원)에 이르렀다. 주민들의 참여 또한 자발적이다. 2017년 한 통계에 따르면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관객의 30%는 에딘버러 시 주민이며, 이들이 입장권의 50% 정도를 구매한다. 이 밖에 영국에서 오는 사람이 39%, 런던에서 오는 이들이 9%, 외국인이 22%이며, 7%는 에든버러를 제외한 스코틀랜드 지역 사람들이다.
작년에 이어 2018년에도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는 한국 팀들이 다수 참가했다. 젊은 관객들이 많이 찾는 브러쉬 극장(Brush Theatre)에서는 한국계 미국인 신인 코미디언 Olivia Rhee의 무대가 올려졌다. 카자흐스탄에서 온 Anatoliy Ogay와 Tatyana Kim은 스탈린과 관련된 한국인의 이야기를 다룬 ‘믿을 수 없는 사람들(Unreliable People)을 이번 무대에 올렸다. 광주관현악단(Gwangju Metropolitan Korean Traditional Orchestra)은 지난 16일에 무대에 섰다. 한류 문화 콘텐츠를 창조한다고 자부하는 영산대학교의 연기 뮤지컬 학과 팀 '와이즈유'는 지난 8일 독일 문학의 대가 요한 볼프강 괴테의 파우스트를 번안한 ‘파우스트 코리아’를 무대에 올렸다. 이 밖에 순천향대학교의 팀(EDP Soonchunhyang University)의 두 편의 셰익스피어 번안극, 호암 극단(Theatre Hooam)의 극작품 ‘Black and White Tea Room – Counsellor’, ‘Theatre Group The Stranger’, ‘YVUA ARTS Youngsan University’ 등의 무대는 한국 공연 예술을 대표한다.
<이번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무대에 오른 한국계 미국 코미디언 ‘올리비아 리(Olibvia Rhee)’>
지난해에 이어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재능있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돋보이는 공연 예술 작품들이 많이 출품되는 현상은 참으로 반갑고 바람직한 현상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한류가 텔레비젼 드라마와 K-Pop, 영화, 게임뿐만 아니라 공연 예술 세계에서, 나아가 프린지가 아닌 주류 에딘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 사진 출처 :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공식 웹사이트 (https://www.edfring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