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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이슈] 말레이시아 독립기념일을 통해 본 한-말 문화 교류 미래

2018-09-03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831, 독립기념일을 맞아 말레이시아 전역에서 기념행사가 열렸다. 말레이시아는 1957831일에 뚠구 압둘 라흐만(Tunku Abdul Rahman) 초대 수상이 독립(Merdeka)'이라고 7번 외치면서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다. 하지만 이는 서말레이시아 지역에 한정된 말라야 연방의 독립으로, 당시 말라야 연방에 속하지 않은 동말레이시아는 1964년부터 이날을 기념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동말레이시아와 서말레이시아 모두의 독립을 기념하기 위해 916일을 말레이시아의 날(Hari Malaysia)로 지정해 8월부터 9월까지 다양한 독립 기념행사가 열린다. 말레이시아에서는 84일 페낭을 시작으로 831일 푸트라자야를 거쳐, 916일 동말레이시아의 코타키나발루에서 불꽃 축제와 무용 공연 등 독립 기념행사가 펼쳐질 예정이다. 이외에도 인형극, 사진전 등 다양한 독립 기념행사를 열어 역사를 되새기는 시간을 갖는다. 말레이시아는 매년 독립기념일을 상징하는 슬로건과 주제곡이 소개되는데 올해는 사랑하는 나의 말레이시아(Sayangi Malaysiaku)’가 슬로건으로, ‘우리 말레이시아(Kita Punya Malaysia)’가 주제곡으로 선정됐다.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독립 기념행사 (좌), 독립 기념 행사 포스터 (우) - 출처 : 말레이메일 (좌), 통신원 촬영 (우)>

 

말레이시아의 독립 기념행사를 보면서 말레이시아와 한국 두 나라의 유사한 경험을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말레이시아는 긴 기간 동안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등의 지배를 받았고, 2차 세계대전 중인 1941년부터 약 38개월 동안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기도 했다. 일본의 말레이시아 식민 역사는 19411283만 명의 일본 군사가 뜨랑가누를 시작으로 페낭, 타이핑 등 주요 도시를 차례대로 점령하면서 시작됐다. 일본의 말레이시아 식민 지배 당시에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15만 명 이상의 화교가 학살되는 숙칭(Sook Ching) 대학살이 일어났으며 많은 말레이시아인들이 강제 징용과 인체실험으로 죽고 위안부로 끌려가 고통받았다. 당시 말레이시아 전역에는 30개 이상의 위안부 시설이 있었으며 많은 말레이시아 여성들은 일본군이 주둔한 섬으로 끌려갔다. 말레이시아 남성들은 콰이강 다리 공사 등에 동원돼 열악한 환경 속에서 목숨을 잃었다. 또한 말레이시아를 침략한 일본군은 말레이시아 기존의 화폐를 무력화하고 경제적 침탈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새로운 화폐인 바나나 화폐(banana notes)’를 유통해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처럼 말레이시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국가를 위해 싸우고 희생됐으며 독립기념일을 통해 영웅들을 기리고 평화와 호국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쑨원 박물관에 전시된 말레이시아 위안부 기록(좌), ‘바나나 화폐’를 다룬 말레이시아 인형극(우) - 출처 : 통신원 촬영>

 

한편 말레이시아에 거주 중인 한인들은 815, 광복절 행사를 개최했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프로젝트 얼씨구글로벌풍물인스티튜트(Global Pungmul Institute)’가 주최한 행사로, 말레이시아뿐만 아니라 한국, 호주, 미국, 러시아, 맥시코, 프랑스에서도 개최됐다. 말레이시아에서는 한인 청소년 풍물 연희패 암팡또바기가 참여해 광복절을 알리고 종전을 기념했다. 해마다 거듭되고 있는 공연이지만 이는 한국인에 의한, 한국인만을 위한 행사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과거 많은 국가가 식민 지배를 받았고 전쟁에서 희생됐다는 점에서 볼 때 이러한 아픈 기억을 함께 공유하고 기리는 것 역시 필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공연 역시 한인들로만 구성된 공연에서 더 나아가 말레이시아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공연과 전시 등을 마련한다면 더 풍성한 행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올해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프로젝트 얼씨구에서는 한인 청소년풍물단과 예술가들이 무대를 선보일 뿐만 아니라 일본 공연팀 츠카사 다이코도 함께 참여해 무대를 꾸몄다. 말레이시아에서도 한국의 광복절이 아닌, 말레이시아인들과 한인이 함께 독립을 기념하고 종전을 축하하는 공연과 전시 등 행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이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함께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행사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프로젝트 얼씨구’ 포스터 - 출처 : 프로젝트 얼씨구 페이스북>

 

※ 참고 자료

https://www.malaymail.com/s/1667857/merdeka-in-new-malaysia-optimism-sense-of-achievement-in-the-air

https://www.facebook.com/ProjectUlssigu/photos/pcb.890235684509582/890234167843067/?type=3&theater


  • 성명 : 홍성아[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 약력 : 현) Universiti Sains Malaysia 석사과정(Business Administr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