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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의 색상과 의미에 반한 해나 잭슨

2018-09-05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LA 한국문화원(원장 김낙중)은 지난 831일 오후 7, 문화원 3층 아리홀에서 <한복과 자수> 세미나와 시연회를 가졌다. ‘한국문화가 있는 날행사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번 행사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89호 정정완 침선장 이수자이자, 사단법인 한국자수문화협의회 회장, 그리고 당초문 김인자 한복의 대표 김인자 씨를 초청해 전통 한복 중 혼례복 및 궁중 의상을 소개하고, 한복에 수 놓아진 문양의 의미를 소개했다. 행사 당일, 아리홀 객석은 한국의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은 한국인 동포들과 현지인들로 꽉 들어찼다. 다른 전통 문화행사보다 현지인들의 참여가 높은 것이 눈에 띄었다.

 

행사가 시작되자 김인자 회장은 무대에 올라 오늘은 기쁜 결혼식 날입니다. 오늘 우리는 아리홀 무대 위에서 한국의 전통 혼례복 착복을 직접 시연해 보이게 됩니다라고 전하며 신부 역을 맡은 모델을 무대 위로 초청했다. 모델은 분홍색 모시 적삼과 3층의 무지기 치마를 입고 등장했다. 앞으로의 시집살이가 만만치 않을 것을 준비시키기 위해 한겨울에도 차가운 질감의 모시로 적삼을 입혔다는 설명에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김인자 회장은 속옷만 입고 등장한 모델에게 금박을 넣은 청색 치마와 홍색 치마를 겹겹이 입히고 위에는 자주색 회장을 넣은 삼회장 노란 저고리를 입혔다. 그 위에 원삼을 덧입히고, 그 위에 빨간 대대(大帶)를 묶어주었다. 머리에는 커다란 비녀를 꽂고 금박을 박은 앞 댕기를 비녀 위에 둘렀고 머리 뒤쪽에는 도투락 댕기를 길게 늘어뜨렸다. 족두리를 씌우고 연지곤지까지 볼에 찍고 나니 혼례 날의 아름다운 신부 모습이 완성됐다.

 


<김인자 회장이 분홍 적삼과 무지기 치마를 입고 나온 모델을 옆에 두고 설명을 하고 있다>


<원삼을 입은 신부>

 

김인자 회장은 치마의 금박은 프린트하거나 자수를 놓았다면서 복을 의미하는 한자와 꽃구름 등의 문양을 새겨넣으며 한국인들은 새로운 부부의 행복을 빌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청색과 홍색의 치마를 겹겹이 입히는 것 역시 음양의 조화를 이루기 위함이라고 했다김인자 회장은 완성된 신부에게 짙은 청색 면사포를 씌우고 신랑을 무대 위로 초대했다신랑은 신부와 달리처음부터 제대로 차려입고 무대에 등장했는데 김인자 회장은 신랑의 옷을 하나둘씩 들춰가며 예복 아래에 어떤 것을 입었는지를 설명했다.

 

바지저고리 등 평상복을 입은 후 그 위에 두루마기나 도포를 덧입은 후겉에 예복으로 남색 또는 자주색 단령(관복)을 입고 벼슬과 품계에 따라 그에 맞는 흉배(胸背)를 달았다고 하면서 무대 위 대형화면에 흉배를 확대하여 보여주었다문관의 관복에 부착하는 쌍학흉배무관의 관복에 부착하는 쌍호흉배는 옷의 장식으로도 그만이지만 확대해 보니이미지의 단순화와 화려한 색깔 배합이 어우러진 멋진 예술 작품이었다이에 김인자 회장은 한국에서는 예전에 왕족들과 고관대작들의 옷인 궁중 예복을 평생 한 번혼례 때입는 것을 허락했습니다그만큼 두 가문이 합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의례를 매우 중요하고 경사스럽게 여긴 것이죠라는 설명도 곁들였다이날 행사에서는 혼례 한복 외에도 남녀를 위한 전통 한복과 현대 한복을 보여주는 미니 패션쇼가 있었다.



<원삼의 가운데 장식을 설명 중인 김인자 회장>



<원삼을 입은 신부와 신랑, 그리고 활옷 입은 신부>


행사를 마친 후에는 이벤트에 참여한 미국 현지인 해나 잭슨(Hahnah Jackson)을 몇 마디를 나눴다. LA 한국문화원에서 한국어 강좌를 듣고 있는 그녀는 포스터를 보고 한복 관련 이벤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돼 행사에 참여했다고 한다. 아래는 이번 행사에 참가한 해나 잭슨의 소감이다.

 


<행사에서 만나 한복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해나 잭슨>

 

혼례 한복을 그렇게 몇 겹씩 입는 줄 몰랐어요흥미진진하던데요전 의상에 관한 일을 하고 있다 보니 남들보다 더 깊게 이 행사를 지켜보게 됐어요어떤 속옷을 입어야 한복처럼 풍성하고 화려해 보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궁금했었는데알게 되어 너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한복의 천과 색채가 혼합되는 방식에 매혹되었어요한국인 여성들의 체형을 잘 보완해주는 한복은 서양의 옷과는 매우 다른 심미적인 요소가 있는 것 같아요행사를 지켜보면서 옷 전반에 대해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하지만 혼례 한복은 입을 때 좀 불편해 보였어요색채문양자수입는 방식 하나하나에 그렇게 많은 의미가 있는 줄 몰랐습니다한복은 그저 옷이라기보다는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저는 예술이란 디자인과 함께 의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그 점에서 한국인들과 같은 입장입니다.

 

만약 제가 한국인 남성과 결혼을 하게 되고 그의 가족들이 전통 혼례를 원한다면 저도 혼례 때 한복을 입을 것 같아요하지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입는 게 아니라색깔의 의미문양의 의미입는 방법의 의미를 모두 이해하면서 입고 싶어요의상 관련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저는 제 손으로 한복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창조적인 도전이 될 것 같기 때문이에요또한 제가 한복을 입으면 어떤 모습일까도 확인하고 싶어요저는 제가 입은 옷에 저만의 무언가를 더하기를 좋아하거든요한복을 가지고도 디자인에 변화를 주는 식으로 창작품을 만든다면 무척 재미있을 것 같아요저는 일상생활에서도 입을 수 있는 한복 몇 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한 가지 마음 쓰이는 것이 있기는 합니다요즘 한국 문화는 많은 미국인들이 알고 있고 문화적 도용에 대해서도 민감하죠그래서 코케시언인 제가 한복을 입고 다닐 경우이를 보는 사람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사극 캐릭터를 코스플레이 하는 건가?’라고 생각할 것 같아 그게 걱정돼요저는 정말 한복의 아름다운 선과 색채가 좋아서 입지만 사람들이 잘못 생각할까봐그게 마음 편치 않은 것이죠.

 

해나 잭슨의 한국문화 사랑은 한국 드라마로 시작됐다고 한다. 그녀는 한국 드라마의 스토리텔링과 캐릭터가 할리우드의 영화나 시트콤보다 훨씬 앞선다고 생각한단다. K-Pop도 좋아하지만 아이돌 그룹보다는 조용한 발라드곡들을 선호한다. 그녀는 ‘I Heart Korean Movies and Dramas’라는 온라인 오프라인 취미 동호회 모임인 밋업(Meetup)을 운영하고 있고 현재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한국을 방문하게 된다면 사적과 함께 영화와 TV 산업을 돌아보고 싶다고 전했다.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


  • 성명 : 박지윤[미국(LA)/LA]
  • 약력 : 현재) 라디오코리아 ‘저녁으로의 초대’ 진행자.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