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2일은 많은 싱가포르인들이 한반도의 평화 정착에 대해 누구보다 큰 기대를 보낸 날이었다. 6ㆍ12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통해 역사적인 정상 간 합의를 이루어 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두고 “남한과 북한, 미국 정상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에 대한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며 “역사적인 정상 간 합의를 토대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의 여정이 시작됐다”고 소개했다. 북미 정상회담 장소가 싱가포르로 결정되었을 때, 북한과 싱가포르의 인연이 새삼 주목받은 바 있다. 북한이 한국보다 3년 가까이나 먼저 싱가포르 통상대표부를 설치할 정도로 두 나라 관계는 좋은 편이다. 김정은의 고모 김경희가 알코올 중독 치료를 위해 머문 적도 있다. 북한은 리콴유가 사망하자 ‘우리 인민의 친근한 벗’이라는 표현을 담은 조전을 보낸 적도 있다.
이러한 싱가포르의 북한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9월 6일에 골든 빌리지에서 개봉한 영화 〈공작 (The Spy Gone North)〉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북으로 간 스파이’란 부제가 타이틀로 개봉한 가운데, 싱가포르에서는 북한과 한국의 긴장 관계에 대해서 주목했다. 〈공작〉은 실제 대북공작원이었던 암호명 흑금성의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실형을 산 그는 출소 후 역시 〈공작〉이란 제목의 수기를 내놓았다. 영화에서 흑금성이 되는 인물은 정보사 소령 출신의 안기부 요원인 박석영(황정민)이다. 1993년, 남한 정부와 안기부는 북한의 핵 개발이 어느 단계에 올랐는지에 대한 정보를 찾느라 혈안이다. 북의 고위층에게 접근해서 정보를 캐내라는 명령을 받은 박석영은 경남 마산 출신의 대북 사업가로 위장해 베이징에 들어간다. 수개월 동안 여러 사람을 만나며 북한에서 생산된 물건을 판매하는 업자들과 접촉한 박석영은 그들을 통해 베이징에 주재하는 북한의 고위 간부 리명운(이성민)을 만난다. 진짜 공작은 이제부터 시작된다. 리명운은 남한의 정보사 군인 출신인 그를 믿지 않고, 지속적으로 테스트를 벌인다. 박석영은 이 모든 테스트를 감지하고, 통과해야만 한다.
〈영화 ‘공작’ 개봉 소식을 알린 사이트 – 출처 : Hallyu SG〉
싱가포르 언론은 이러한 긴장 관계 속 작전에 투입됐던 많은 첩보원들과 이와 관련된 한국의 역사에 대해서 무척 관심이 많았다. 특히 싱가포르인들도 가기 힘든 평양의 모습을 사실같이 구현하였는데, 이는 북한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주었다. 실제 촬영은 해외에서 촬영한 소스 영상을 구한 다음, 연변의 일부 영상을 합성해 완성했다고 한다. 이런 정교한 스파이 영화가 개봉하면서 다시 한국과 북한의 관계가 주목된 만큼, 평화의 바람이 불어올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기사에서는 특히 배우 이성민이 연기한 리명운이 역사 속의 한 인물로서 실제 모델이라는 점이 무척이나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 역시 실제 모델이 된 인물이 있다. 1953년생에 김일성종합대학 경제학부 출신으로, 본명은 리철이라고 알려져 있다. 리명운과 일하는 흑금성은 안기부가 광고 회사에 전무로 위장 취업시킨 박채서 씨의 암호명으로, 그를 통해 대북사업과 관련한 공작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베이징으로 건너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해는 1993년이다. 박씨가 평양에 들어가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났다고 주장하는 해는 1996년이다. 같은 해에 북한에서 외화벌이 목적의 대외사업 관련 기관인 광명성 경제연합회가 출범했다. 이때 리철에게 광명성 경제연합회 중국 주재 대표부 소속이라는 직함이 추가됐다. 광명성은 김정일의 호다. 이처럼 실제의 내용을 바탕으로 실감 나게 만든 스파이 영화가 개봉하면서, 다시 한국과 북한의 관계가 주목된 만큼,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어올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영화 ‘공작’를 통해 영화의 배경과 남북의 긴장 관계를 다룬 기사 – 출처 : The Straits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