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 살고 있는 통신원은 한국인만큼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미국인들을 꽤 보게 된다. 친구들끼리 한국 음식점을 찾는 것이야 말할 것도 없고, 한식집에 ‘혼밥’하는 현지인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들은 넓고 물건 가짓수 많은 랄프스(Ralphs), 홀푸드마켓(Whole Food Market) 등, 미국 현지의 마트를 놔두고 굳이 한인 타운에 위치한 한국계 슈퍼마켓을 방문해 장을 본다. 한국 음식에 들어가는 양념들을 구입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미국이라는 전체 지도를 놓고 볼 때, LA는 미국 서부에 위치한, 국제적인 분위기의 도시 중 하나일 뿐이다. 과연 미국 전체적으로 한국 음식은 얼마나 알려져 있고 얼마나 사랑받고 있을까. 이를 가늠해볼 수 있는 기사가 발표됐다. 《미 전국 레스토랑 뉴스(Nation's Restaurant News)》라는 매체에서 9월 5일 자로 발표한 ‘소비자 성향(Consumer Trends)’ 분석 기사가 바로 그것이다. 《미 전국 레스토랑 뉴스》는 음식 서비스 업계를 이끌어가는 비즈니스 뉴스 전문지다. 업계 최대 규모의 편집 인력을 갖춘 상기 매체는 음식 서비스 업계 종사자들에게 가장 빠르면서도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왔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 펀 글레이저는 2003년부터 주로 소비자 경향에 대한 분석 기사를 기고해 왔다. 아래는 기사의 전문을 통신원이 번역한 내용이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 펀 글레이저(Fern Glazer) – 출처 : ‘미 전국 레스토랑 뉴스(NRN)’>
한국 문화를 향한 미국인들의 관심이 증가 추세다. K-Pop에서부터 K-뷰티, 그리고 2018년 초 개최됐던 평창올림픽까지, 한국 문화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은 미국 레스토랑 메뉴에 한국식 바비큐 등 한국의 맛과 향을 시험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는 미국 마켓 리서치 기관 ‘NPD 그룹(NPD Group, Inc.)’의 연구 결과가 증명한 바 있다. NPD 서플라이트랙(NPC Supply Track®)의 부사장 애니 로버츠(Annie Roberts)는 “요즘 미국에서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요. 그 때문인지 한국 바비큐 소스도 날개 돋힌 듯 팔리고 있고요”라 언급했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에서 배에 실어 미국의 식당으로 운송되는 바비큐 소스의 물량이 최근 엄청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전에는 바비큐 소스의 운송 업체 수가 15개 정도였다면, 지난해 무려 120%나 증가한 것이다.
강렬한 맛의 한국 바비큐 소스는 주로 아시안 캐주얼 식당, 바(Bar)와 그릴(Grill) 전문식당들로 배달된다. 한국식 바비큐는 여러 업소에서 성장세를 보인다. 스테이크, 갈비, 패스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햄버거 및 치킨, 바비큐, 피자와 이탈리안, 대학 주변의 식당들모두 한국식 바비큐를 기존 메뉴에 더해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바와 그릴 전문식당에서 한국식 바비큐 메뉴의 성장은 46%를 달성했다. 예전에는 뉴욕이나 LA 등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서만 한국식 바비큐를 선보였지만, 최근에는 보스턴, 필라델피아, 휴스턴 등 대도시는 물론이고, 이제는 켄터키주의 루이빌(Louisville), 펜실베니아주의 윌스베리 스크랜튼(Wilkes-Barre-Scranton) 같은 시골 마을에서도 코리안 바비큐를 맛볼 수 있게 됐다. 이에 NPD의 애니 로버츠는 “젊은 세대들은 점점 더 독특한 맛의 경험을 원하죠. 그래서 이국적인 진짜 문화의 체험을 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다니는 것”이라 분석했다.
<기사에 함께 게재된 ‘코리안 바비큐’ 사진 – 출처 : nrn.com Tham KC/ iStock/ Getty Images Plus>
위와 같은 이유로 더 많은 레스토랑들이 자신들의 메뉴에 코리안 바비큐의 강렬한 향을 더하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플로리다 템파(Tampa)에 위치한 레스토랑 ‘다츠(Datz)’의 셰프 자크(Zach)와 웨스트(West), 그리고 시카고에 위치한 레스토랑 ‘크록시(Proxi)’의 셰프 앤드류 짐머맨(Andrew Zimmerman)은 자신들의 레스토랑이 한식당이 아니지만, 한국식 바비큐를 메뉴에 성공적으로 접목했다. 상기 메뉴에 열렬한 반응을 보인 고객들은 다음번에는 어떤 한국 음식을 맛볼 수 있을지를 그들에게 물어온다고 한다.
가장 최근, 다츠에 더해진 메뉴는 유대인들의 육류 요리인데, 실제는 한국식 바비큐라고 해도 될 만큼 한국적인 맛이 강하다고 한다. 이에 자크는 “전 한국 음식을 항상 사랑해왔어요. 김치의 열렬한 팬이랍니다. 그리고 모든 종류의 한국식 바비큐를 다 좋아해요”라 밝혔다. 한식에서 영감을 받아 다츠에 더해진 메뉴로는 ‘김치 퀘사디야(Kimchi Quesadilla)’가 있다. 달달한 맛이 우러날 때까지 오랜 시간 볶은 김치, 페퍼잭 치즈, 구운 옥수수, 검은 콩, 파, 라임 크림, 피코 데 가요(Pico de gallo – 토마토와 양파, 실란트로를 잘게 썰어 만든 멕시코 요리의 소스)를 밀가루 반죽을 구워 만든 또띠야(밀전병처럼 생긴 멕시코 요리 소재)에 넣은 것이다. 이 요리는 2달 전부터 다츠의 고객들에게 선보여지기 시작했다. 한식에서 영향을 받은 또 다른 요리로는 훈제 스팸 샌드위치가 있다. 한국식 바비큐 소스를 더해서 아메리칸 치즈, 베이컨, 파인애플 구이로 만든 슬로우(Slaw – 다져서 드레싱을 넣어 무친 것), 그리고 럼을 더한 겨자를 섞어, 단맛이 나는 사워도우빵(Sourdough – 신맛이 나는 빵)과 함께 내놓는다.
셰프 웨스트 역시 한국식 맛을 자신의 레스토랑 메뉴에 잘 조합시켰다. 2년 전, 그는 ‘염염 윙즈(Yum Yum Wings)’라는 메뉴를 더했다. 한국식으로 바삭하고 달달하게 튀긴 바비큐 닭 날개에 땅콩과 파인애플, 매운 소스를 더한 음식이다. 이 메뉴는 내놓자마자 대박 아이템이 됐다. 새롭게 한국의 영향을 받아 개발한 요리들은 웨스트(West)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잘 팔린단다. “한국 요리들은 대부분 엄청나게 맛이 강해요. 고객들은 자신들이 한 번도 이전에 맛보지 못한 것들, 그들의 미각을 깨워주는 살아 있는 무언가를 원하죠. 그래서 한국 음식에 영향을 받은 메뉴들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웨스트는 한국식 불고기 스타일의 음식을 메뉴에 더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불고기란 얇게 썬 쇠고기를 간장, 마늘, 참기름 등의 양념에 재어 놓았다가 구워 먹는 요리이다. 웨스트는 “늘 깨어서 유행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늘 성장하고 변화해야 해요”라 언급했다.
한편, 시카고 내 식당 프록시의 셰프 앤드류 짐머맨은 전 세계를 여행하던 중 영감을 받은 요리를 강한 향과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해 만들어냈다. 그러면서도 미국 현대식 레스토랑에서 먹어도 편하게 느껴지는 맛의 선을 지키고 있다. 짐머맨은 요즘 숯불에 구운 굴에 쌈장을 찍어 먹는 것으로 한국 음식의 향을 전하고 있다. 쌈장이란 되직하며 매운맛도 나는, ‘쌈’이라는 한국 음식에 사용되는 소스다. 예전에 립 아이 스테이크를 선보이면서 쌈장 버터를 개발해낸 그는, 쌈장 버터가 고기뿐만 아니라 어떤 음식에도 잘 어울린다는 발상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의 고객들 역시 그의 의견에 동의하는 듯하다. 짐머맨은 “이곳 프록시에서는 고객들에게 한국 음식의 영향을 받은 요리들을 선보였는데요, 첫날부터 지속적으로 인기가 많았습니다”라 전했다. 짐머맨이 한국 음식의 요소를 다른 요리에 섞은 또 다른 메뉴는 참치회에 코코넛 비네그레뜨(Vinaigrette – 식초와 오일을 이용해 만든 드레싱 같은 것)와 달래 김치 퓨레를 더한 것이다. 그는 가끔 김치볶음밥도 만들어 선보인단다. 짐머맨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한국 음식의 다양한 맛을 이런 저런 요리로 만들어보려 시도할 계획이다. 특히 갈비를 이용한 요리에 많은 관심을 갖고 개발하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
LA의 레스토랑, ‘하이 엔드(High End)’에서도 김치와 갈비, 고추장 등 한국 요리의 요소들을 이용해 퓨전 음식을 만드는 경우를 종종 봤었는데 그 열기가 미 전국으로 확산된 지는 잘 몰랐었다. 한 번 맛보면 거의 중독성을 보이게 되는 한국 음식. 영양도 완벽하고 건강한 한식이 미 전국에서 더 많은 이들에 의해 사랑받기를 기대해본다.
※ 참고자료 - https://www.nrn.com/consumer-trends/consumers-embrace-bold-flavors-korean-cuis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