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만화 캐릭터들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만화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부스에는 작가의 대표적인 만화 캐릭터로 꾸며져 있으며 만화책은 물론 작은 스크린을 통해 만화 영상을 볼 수 있다. 다른 한쪽에는 탁자위에 많은 만화책들이 놓여있으며 그 앞에는 편하게 앉아서 만화책을 읽을 수 있도록 여러 개의 작은 의자들이 비치되어 있다. 만화책에 푹 빠져 지내던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이 공간은 추억의 만화방을 재현한 주 벨기에 유럽연합 한국문화원이다. 흑백사진으로 꾸며진 작가들의 어린 시절의 모습을 통해 관객들은 자신들의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한쪽 벽면에 걸린 거울 위에 적힌 ‘당신의 마음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Where is your heart now?)’란 문구를 통해 거울에 비친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동심’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올해로 다섯 번째로 열린 <한국-벨기에 만화 특별전시회>는 ‘어린 시절: 당신의 마음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Childhood-Where is your heart now?)’라는 주제로 7명의 벨기에 및 한국 어린이 작가들의 작품들을 11월 3일까지 선보인다.
<한·벨 만화 특별전시회 개막식 현장 모습>
지난 13일에 열린 개막식에는 전시 작품의 저자인 ‘맹꽁이 서당’의 윤승운, ‘탐정 칸의 대단한 모험’의 하민석, ‘비빔툰’의 홍승우, ‘소년의 마음’의 소복이 한국 작가와 ‘우르바누스(Urbanus)’의 윌리 린트허우트(Willy Linthout), ‘뤼도: 킴, ’무슨 일이야?(Ludo, Qu’as-tu, Kim?)‘의 피에르 바이유(Pierre Bailly), ‘토토의 농담(Les Blagues de Toto)’의 티에리 코페(Thierry Coppée) 등 벨기에 작가가 참석하여 어린이와 동심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으며 관객들의 질문에도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답하였다. 당일에는 많은 관객들이 몰려 미처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사람들이 뒤쪽에 서있어야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작가들이 말하는 어린 시절과 동심에 대해 경청하였다.
동심의 정의에 대해 윤승운 작가는 “한국에는 ‘어린이의 마음은 신선과 같다’는 표현이 있다”면서 “순수한 아이들은 천사와 같은데 그 어린이의 밝은 마음이 바로 동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였다. 어린이 만화를 그리는 자세에 대해서 하민석 작가는 “나는 어린이와 성인만화 두 가지 작업을 동시에 하고 있는데 태도에는 큰 차이는 없다”면서도 “어린이 만화를 위해서는 현재 내가 무엇을 재미있어 하는지 깊게 탐구한 것에는 아이들도 좋아하게 되어있다”고 밝혔다. 피에르 바이유는 “그림을 그릴 때 나도 다시 어린이가 되는 느낌을 받는다”면서 “어린이 만화는 나의 동심과의 연결고리이다”고 말했다. 홍승우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내 만화 제목 ’비빔툰’에서 ‘비빔’은 한국 전통 음식인 비빔밥에서 딴 것이다”면서 “비빔밥은 고추장과 버무리면 맛있는데 내 만화도 가족의 구성원이 버무려져서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태어난 아기는 제일 맛있는 고추장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하였다. 홍승우 작가는 이에 덧붙여 “비빔밥을 먹어보고 내 만화를 감상해보라”고 말해 사람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한편, 유년시절에 무엇인가 잃은 것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플란더스의 유명한 작가 윌리 린트허우트는 “어린시절에 잃은 것이 바라고 또한 잃지 않기 위해서는 어린이의 자세 즉 동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내 만화의 캐릭터는 수염도 났지만 어린이처럼 다닌다. 어린이와 어른의 세계를 합친 캐릭터이다”고 답하였다. 또한, “외아들이 21살에 자살했는데 그 이후 책을 읽거나 만화를 읽을 때 재미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 재미를 다시 찾기 위해 심리상담과 요가의 도움을 받았으며 10년이 지난 지금 그 재미를 다시 찾은 것 같다”고 비극적인 개인사를 담담하게 말하였다.
<’탐정 칸의 대단한 모험’의 하민석 작가>
<’비빔툰’의 홍승우 작가>
담화가 끝난 후 사람들은 작가들과 함께 인사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기도 하였다. 부모님과 함께 전시회를 찾은 소피아(Sofia)는 “전시 된 한국 만화 작품들 중 소복이 작가의 작품이 제일 마음에 든다”면서 “작가와 함께 사진도 찍어서 기쁘다”고 언급했다. 한국의 어린이 만화 시장에 대해 하민석 작가는 “어린이 만화 작가가 많지 않아 안타깝다”고 표현한 바 있다. 같은 주제에 홍승우 작가는 “어린이 만화 독자는 10~20대가 주 층을 이루고 있는데, 앞으로 성인 독자들이 더 많아져 어린이 만화 시장이 더욱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한국-벨기에 만화 특별전시회>를 통해 한국의 우수한 만화 작품들이 벨기에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려지기를 기대하며, 유럽을 여행 중인 KOFICE 독자는 전시회를 방문하여 한국에서도 유명한 스머프와 틴틴(Tintin)이 태어난 벨기에 만화를 감상해 보기를 추천한다.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