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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터키 서점가를 평정하다.

2018-09-28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얼마 전 한국의 교보문고와 유사한 터키 내 대형서점 ‘D&R’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가장 인기 있는 도서들을 진열해 놓는 가판대에는 터키 공화국 설립자 '아타튀르크(Ataturk)'의 전기가 있었고, 그 바로 옆에 방탄소년단의 사진을 표지로 한 책이 수십 권 놓여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래픽 소설과 대중문화 아이콘들의 전기를 펴내온 미국 작가 카라 J. 스티븐즈가 집필한 신간 Rise of Bangtan이었다. 이 책은 한국에서는 '우리 함께하는 지금이 봄날'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고, 터키에서는 원제를 직역한 'BTS-Kursun Gecirmez Izcilerin Yukselisi'라는 제목으로 지난 8월 처음 서점에 선보여졌다. D&R의 판매량 기록을 살펴보면 이 책은 9월 첫째 주부터 9월 셋째 주까지 줄곧 전체 도서판매 순위 5위권 내에 자리해왔고, 현재는 2쇄까지 나온 상태다. 그 두 책이 나란히 놓여있는 풍경은 마치 터키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아타튀르크와 방탄소년단이 어깨를 나란히 하는 듯한 묘한 느낌도 주었다. 게다가 늘 역사서나 자기계발서, 소설로만 가득했던 베스트 셀러 가판대에 어쩐지 신선한 기운도 도는 듯했다.

 


터키 대형서점 베스트 셀러 매대에 진열된 방탄소년단 관련 서적 - 출처 : 통신원 촬영

 

방탄소년단이 터키 서점가에 바람을 일으킨 것은 Rise of Bangtan보다는 아드리안 베슬리가 집필한 BTS : Icons of K-Pop; 터키 번역서 제목 K-Pop Mucizesi-BTS이 먼저였다. 이 책 역시 7월 말 터키에서 번역, 출간되어 8월 초부터 말까지 줄곧 베스트셀러 목록에 머물러 있었다. 아드리안의 책이 방탄소년단의 성장 과정과 성공비결을 분석하는 보다 대중문화 평론적인 성격을 띤다면, 카라의 신간은 대중문화 아이콘들을 이미 여러 차례 다뤄본 경험이 있는 그녀답게 그야말로 '아미의, 아미를 위한, 아미에 의한' 하나의 선물 같은 인상을 준다. 아래 Rise of Bangtan의 한국어 번역서의 목차를 살펴보면 통신원이 왜 이러한 인상을 받았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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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책은 그러면서도 아드리안과 마찬가지로 방탄소년단이 미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더불어 방탄소년단을 K-Pop이라는 큰 그림 안에 품으며 K-Pop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현재까지 판매량은 Rise of Bangtan이 훨씬 높게 나타난다. 터키어 번역서를 출간한 베야즈 발리나(Beyaz Balina) 출판과의 통화에서는 정확한 판매량은 담당자가 부재한 관계로 알려줄 수 없으나, 3쇄까지는 거뜬히 낼 수 있을 것이라 예측한다고 답하였다. 이 책이 아드리안의 BTS : Icons of K-Pop보다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단지 책이 담고 있는 내용뿐만은 아닌 듯하다. 사실 평점은 아드리안의 책이 더 높게 나타난다. 진정한 아미라면 아무래도 두 책 모두를 구입하겠지만, Rise of Bangtan'대형 포스터 증정'이라는 전략으로 독자들을 유혹한다. 한국어판을 구매하면 스티커와 메시지 카드까지 증정된다는 사실을 알면 터키 아미들이 상당히 서운해 할 것 같다.

 

방탄소년단이 서점가에 몰고 온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자 터키 최대 인터넷 서점 idefix방탄소년단, 누구도 막지 못할 성장(BTS'nin Onlenemeyen Yukselisi)'라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모션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두 책 외에도 케이티 스프린켈(Katy Sprinkel)의 저서 BTS: K-Pop's International Superstars; 터키어판 ‘BTS-K-POP Uluslararasi Superstarlari’도 포함되어 있다. 케이티 스프린켈은 저스틴 비버, 엘리자베스 테일러 등 월드 스타들의 전기를 다수 집필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녀의 저서는 앞선 아드리안과 카라의 책과 유사하게 방탄소년단의 역사와 성장기를 주로 다루고 있지만, 여기에 멤버들 간의 우정, 아미와의 관계, 음악적 특징 그리고 소셜미디어의 존재 등과 같은 내용들도 적절히 언급하고 있다. 원서와 번역판 표지에 모두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한글 이름이 한글로 또박또박 적혀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터키 인터넷 서점 idefix에서 진행되고 있는 방탄소년단 프로모션 - 출처 : idefix.com

 

해당 프로모션에는 방탄소년단의 Face Yourself도 포함되었다. 이 앨범은 방탄소년단이 일본에서 낸 3집 앨범의 리패키지판으로, 터키에서는 유니버설 뮤직이 수입과 배급을 맡았다. 판매가격이 74.90리라(한화 약 14천 원)로 터키의 물가를 고려하면 결코 저렴한 가격이 아니다. 게다가 터키의 국내, 국외 아티스트들의 앨범이 보통 20~30TL(한화 약 3,700~5,600) 사이에 판매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니버설 뮤직이 앨범의 판매를 자신들의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알리자마자 해당 글은 2,600회 이상 리트윗되며 큰 반응을 일으켰고, 921일부터 온,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를 시작한 2천 장의 1차 수입분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그야말로 완판되었다. 터키의 아미들은 방탄소년단의 앨범을 터키 음반매장에서 살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거나, 방탄소년단의 다른 앨범들 또한 조만간 터키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드러내는 글들을 SNS에 연달아 게재했다. 현재는 2차 수입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며, 이는 1011일 입고되어 예약 주문분부터 차례로 판매될 예정이다.

 




방탄소년단의 앨범 ‘Face Yourself’를 터키에서 직접 구매하고 후기를 공유한 아미들 - 출처 : 유니버설 뮤직 공식 트위터 계정

 

하지만 앨범에 수록된 대부분의 곡들이 일본어로 되어있다는 사실은 상당한 아쉬움을 남긴다. Face Yourself가 터키에서 공식 판매된 K-Pop 아티스트의 첫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실 얼마 전, 방탄소년단의 월드투어 콘서트 일정이 공개된 직후 터키의 아미들은 굉장히 절망했다. 지난해부터 K-Pop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몇 차례 있었고, 그 반응도 현지 언론에 보도될 만큼 뜨거워 나름 방탄소년단의 이스탄불 콘서트를 기대한 이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참고로 10월에는 VIXX의 멤버 라비와 M. Fect의 이스탄불 콘서트가 예정되어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방탄소년단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일본까지 원정을 떠난 터키 팬들의 사연까지 알려졌었다. 터키의 문화 산업계가 방탄소년단에 진지한 관심을 보이고, 현실적으로도 이런 저런 시도를 해오고 있는 만큼 한국에서도 터키의 K-Pop 팬들이 보다 편리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K-Pop을 즐길 수 있도록 애써주길 바란다.


  • 성명 : 엄민아[터키/앙카라]
  • 약력 : 현) 터키 Hacet tepe 대학원 재학, 여행에세이 작가, 주앙카라 한국문화원 번역스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