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마지막 주말, 앙카라 힐튼 호텔 일대에서는 평범하지 않은 향기가 퍼졌다. 주터키 한국문화원과 힐튼호텔이 공동 주최한 ‘한국 음식의 날’ 때문이었다. 힐튼호텔은 지난 8월부터 매월 특정 국가의 음식을 선정하여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며, 첫 달 ‘멕시코 음식의 날’을 시작으로 2회째로 한식을 선정하였다. ‘한국 음식의 날’은 일반 고객들에게 선보이는 한식 뷔페 석식 메뉴와 소수 정원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한식 워크숍 두 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으며, 한식 뷔페는 9월 25일부터 29일까지 총 5일간, 워크숍은 9월 26일과 27일 양일간 수강생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제공되었다.
<앙카라 힐튼 호텔 프로모션, '한국 음식의 날' 포스터 - 출처 : 주터키 한국문화원>
<프로모션 기간 중 호텔 레스토랑 입구의 전경 - 출처 : 통신원 촬영>
워크샵에는 회당 약 10명의 수강생이 참여하였고, 여기에는 터키인뿐만 아니라 앙카라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과 동남아시아 지역 출신의 외국인도 포함되었다. 워크샵 강사로는 부산 힐튼호텔에서 2명의 한식 전문 셰프가 초빙되었고, 수강생들은 2인 1조로 구성되어 구절판, 편수 그리고 불고기의 조리과정을 실습하였다. 첫날 워크숍에는 터키 제1의 국영 언론사 《Anadolu Ajansi》와 《TRT TV》에서도 취재를 올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고, 외국인 참가자는 자신의 실습 전 과정을 페이스북 라이브로 중계하기도 했다. 전 문화가 없는 터키인 수강생들이 가장 어려워한 것은 구절판의 핵심인 밀전병을 얇게 부치는 일이었다. 한국인 남편을 위해 워크샵에 참가하게 되었다는 한 터키인은 수강 경험에 대하여 “밀전병을 만들 때 반죽의 양과 불을 조절하고, 반죽이 익기 전에 숟가락으로 얇게 펴내는 일이 매우 짧은 시간 내에 한꺼번에 이뤄져야 했기 때문에 매우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완성된 구절판에서 다양한 재료들이 만들어 내는 색상과 균형미를 보고는 만족했다”고 평가하였다. 한 외국인 참가자의 경우 앙카라에서 요식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동남아시아 음식을 좋아하는 이들은 대게 한국 음식 또한 선호한다며, 자신의 사업에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참가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한식 워크샵에 참가 중인 다양한 수강생들. 우측은 첫 째날 워크숍을 이끈 부산 힐튼호텔 강민구 셰프 - 출처 : 통신원 촬영>
한편, ‘편수’는 터키인들이 가장 즐겨 먹는 가정식 ‘만트’와 아주 유사하게 생겨 주목을 받았다. 만트와 우리가 먹는 만두는 모두 중국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지는데, 만트의 경우 야채가 전혀 들어가지 않고, 소고기 또는 양고기가 아주 소량으로 들어가며, 요거트와 함께 먹는다는 것이 우리 만두와는 다른 점이다. 북한 개성에서 전래 되어 온 편수의 경우 남한의 일반적인 만두와는 달리 돼지고기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고기가 사용될 수 있다는 것과 네 귀를 붙여 사각형을 만든다는 것이 중요한 특징이다. 1년에 수백 개의 만트를 빚는 터키인들에게는 아무래도 편수 만들기가 가장 수월했다. 이번 워크숍에서 시연된 음식들은 모두 터키에서 생산되는 재료들로 쉽게 만들 수 있고, 무슬림이 먹기에도 거부감이 없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었다. 게다가 구절판과 편수는 담백하고 향신료가 거의 들어가지 않아 일반적으로 한국 음식의 강한 마늘 향과 단맛에 거부감을 느끼는 터키인들에게는 최선의 선택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상당히 유사한 형태를 띠는 터키식 만두인 만트(manti)(좌), 개성 음식 편수(우) - 출처 : gurmefrost(좌), 리브레 위키(우)>
한편 한식 뷔페에서는 고사리나물, 백김치, 떡갈비 등 20여 종의 한식 상차림과 송편, 시루떡, 식혜 등 한국 전통 후식이 다양하게 선보여져 마치 한국의 잔칫집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고 한다. 이 음식들은 주터키 한국문화원에서 수년간 한식 강좌를 운영해 온 강사진과 터키인 스텝들에 의해 마련되었다. 식사 요금은 128리라(한화 약 24,000원)으로 터키의 1인당 외식 비용이 평균 30-40리라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비쌌지만 한식에 관심이 있는 터키인들을 비롯하여 한국인 교민, 외국인 주재원들에게도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더불어 앙카라에는 최근 첫 한국 식당이 문을 열면서 앙카라와 인근 지역의 시민들이 한식을 더욱 쉽게 체험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주터키 한국문화원 또한 한식의 홍보와 터키에서의 한식 전문인 양성을 위해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다른 행사들에서도 한식 체험의 기회를 종종 마련하여 무슬림 인구가 절대 다수인 터키에서 외국 음식에 대해 가지고 있는 반감을 경감시키고, 한식에 친밀감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터키 지방 도시에 거주하는 교민들도 한식의 인기가 더욱 확산되어 굳이 이스탄불까지 가지 않아도 대도시에서는 쉽게 한식을 맛볼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길 내심 바라고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는 '한국 음식 = 스시'로만 알고 있는 터키인들이 훨씬 많으니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터키 내 한국 교민들을 통해 한국 음식의 특징과 우수함을 알리려는 시도가 민간차원에서도 함께 이뤄진다면 누군가 '스시코(Sushico; 터키 내 스시 레스토랑 프랜차이즈)', '퀵차이나(터키 내 중국음식 레스토랑 프랜차이즈)'와 같은 한국 음식 전문 프랜차이즈를 시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