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회를 맞이한 LA 한인 축제가 10월 4일부터 7일까지 나흘 동안, LA 서울국제공원에서 수많은 인파가 참가한 가운데 막을 내렸다. 올해 축제의 주제는 성별, 나이, 문화적 배경을 초월해, 모두 하나가 되자는 의미로 ‘투게더 LA(Togetherness LA)’로 정해졌다. 축제의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 LA 서울 국제 공원 인근 거리의 교통은 꽉 막 막혔다. 수많은 인파가 찾아드는 바람에 자동차들은 계속 거북이 걸음을 해야만 했다. 여러 문화행사와 공연도 마련됐지만 참가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졌던 것은 장터에서 판매하는 한국의 전통 먹거리와 한국의 지방자치정부에서 가져온 특산물들이었다. 약 5년 전만 하더라도 장터를 찾는 대부분은 한인들이었지만 요즘엔 축제 참가객의 구성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한인 타운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라틴계 미국인들이 상당수 축제를 찾아오고 있고, 코케시언(Caucasian)과 아프리칸 아메리칸(African American)들도 매해 점점 더 많은 수가 참가하고 있다.
<장터에서 앞치마를 입고 갈비를 줍고 있는 타이슨>
장터 입구에서 앞치마를 입고 갈비를 굽고 있는 ‘럭키 바비큐’의 아프리칸 아메리칸 직원, 타이슨(Tyson)은 “너무 바빠요. 고기를 굽는 즉시 바로바로 팔려나갑니다. 저도 우리 식당이 판매하는 것은 모두 다 맛봤는데요. 너무 맛있죠. 한인들도 많이 사 먹지만 요즘에는 비 한인 고객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의 안젤리노들이 ‘코리안’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처럼 하나가 되어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기쁩니다.”라고 말했다.
<엘리타 마르띤과 딸 미셸. 먹을 것을 한 보따리 구입했다>
엘리타 마르띤(Elita Martin)은 자신의 딸인 미셸 무르기아(Michelle Murguia)와 그 외 여러 가족들과 LA 한인 축제 현장을 찾았다. 손에는 바비큐 꼬치를 들고 다니며 가방에 한가득 쇼핑한 것을 들고 다니는 그녀에게 통신원은 무엇을 구입했느 지 물었다. 그녀는 “내 딸, 미셸의 남자친구가 이 지역에 살아요. 그래서 LA 한인 축제가 열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가족 모두와 함께 왔습니다. 볼거리도 많고 먹을거리는 더 많네요. 딸이 K-Pop을 좋아해서 방탄소년단의 사진을 구입했고요. 저도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긴 하는데 배우들의 사진은 안 샀어요. 이것저것 많이 사긴 했는데… 사실 다 먹는 것들이에요. 삼겹살 구이도 사 먹었고, 갈비구이, 수박 슬러시, 이것저것 군것질을 많이 했네요. 그리고 특산물 코너에 가서 말린 생선도 구입했습니다. 한국에서 직접 들여온 것이라고 해요. 코리아 타운에 가서 한국 음식을 먹어봤을 때, 소스를 만드는 재료들이 좋아야 제맛이 난다고 들었어요. LA 한국의 날 축제에 참가해서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라 답변했다.
<떡볶이는 멈출 수가 없는 맛이에요. 아나와 록사나 코르도바 모녀>
축제 현장의 바닥에 앉아 시뻘건 떡볶이를 아무렇지도 않은 듯 먹고 있는 두 여성이 있어서 다가가 맵지 않은지 물었다. 아나 코르도바(Anna Cordova)와 딸 록사나 코르도바(Roxana Cordova)는 웃으면서 “뭐, 이 정도쯤이야…”라고 응답한다. 이어 “떡볶이를 좋아해요. 맵고 단 맛이 일품이죠. 이번 축제에 와서는 코리안 바비큐도 먹었고 감자튀김도 사 먹었어요. 한국 음식은 한번 먹으면 멈출 수가 없어요. 정말 중독성이 있는 맛이에요. 어제도 왔었는데 내일도 또 올 예정입니다. 아직 먹어보고 싶은 음식 가짓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에요.”라고 말한다.
<전구 컨테이너의 음료를 즐기고 있는 달린 오티즈와 산타마리아 오티즈>
전구처럼 보이는 컨테이너에 담긴 음료를 마시고 있는 달린 오티즈(Darline Ortiz)와 산타마리아 오티즈(Santa Maria Ortiz) 자매도 LA 한인 축제를 흠뻑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들이 사 먹은 음료는 망고 슬러시와 수박 슬러시. 특이한 전구 모양의 잔은 다 마시고 난 후에도 집에 가져가 이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들은 “붕어빵도 정말 맛있어요. 누텔라 초콜릿이 들어간 것이 와플 비슷한 맛있데, 두 개나 먹었네요.”라며 축제와 함께 먹거리를 즐겼다.
떡볶이, 순대, 바비큐 꼬치구이, 어묵꼬치, 회오리 감자튀김, 붕어빵 등 장터에서 맛볼 수 있는 길거리 음식의 종류는 정말 다양했다. 그 중 10미터 정도의 줄이 서 있는 코너가 있어 기웃거려 봤더니 슈크림이 들어간 ‘델리 만주’ 부스였다. 우리로서는 고속버스 터미널에서도 익히 맛봤던 거라 별 감흥이 없었는데 비 한인들의 입맛에는 이게 완전 쩍쩍 들러붙을 정도로 맞았던 모양이다. 전 세계 한인 축제를 기획하는 이들이라면 염두에 둘 만한 정보다. 중국계, 베트남계 등 아시안 아메리칸들은 비슷한 식생활 문화를 가진지라 특산물 코너에서 많은 양의 건어물들을 구입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빠른 속도로 팔려나간 K-뷰티 제품들>
K-뷰티의 인기를 입증이라도 하듯, 화장품 부스에서도 많은 현지인들을 만났다. 매장보다 저렴한 가격의 제품들을 쌓아놓고 판매하는 장터인지라 제품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가히 빛처럼 빠르다.
방탄소년단, 엑소 등 K-Pop 아티스트들의 대형 사진과 음반을 판매하는 코너에도 많은 현지인들이 찾았다. 이 부스에서는 한국어 교재, K-Pop 사전, 한국어 작문법, 한국 음식 요리책 등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책자도 여러 종류 마련해놓고 판매하고 있었다.
<하이틴 선발대회 무대>
<하이틴 선발대회의 꽉 찬 객석>
LA 한인 축제의 마지막 날인 10월 7일, 오후 5시 30분부터는 LA 지역의 하이틴 여학생들이 참가하는 <하이틴 선발대회> 무대가 마련됐다. 10여 명의 참가 학생들은 한복과 드레스를 입고 싱그러운 아름다움을 뽐냈으며 K-Pop 댄스 등 자신의 탤런트를 자랑하는 무대를 꾸몄다.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노래와 블랙핑크의 노래에 맞춘 안무가 가장 많이 선보여졌는데 객석의 한인들과 비 한인들은 휘파람과 커다란 박수로 이들의 공연을 격려했다. 무대 앞쪽에 앉은 태미안 다이어(Tammian Dyer), 이다 마르티네즈(Ida Martinez), 사라비아 코팅햄(Sarabia Cottingham) 등 세 친구들은 거의 무대 위에서 하는 것과 똑같은 안무를 객석에서도 보이며 흥겹게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방탄소년단, 사랑해요.”라는 그들의 외침에서 K-Pop의 기적, 방탄소년단의 인기를 온몸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왼쪽부터 태미안, 이다, 사라비아>
올해 LA 한국의 날 축제는 공연의 유료화 등 몇몇 문제점들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안젤리노들이 즐기는 글로벌한 행사로 진화했다는 평가이다.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