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9항소법원, 잘못된 평결 지침에 따른 지방법원 판결 파기 환송
김혜성*
전설적인 록밴드 Led Zepplin의 히트 곡 ‘Stairway to Heaven’이 다른 밴드의 곡을 표절한 것인지가 문제된 사안에서 제9 항소법원은 2018년 9월 28일 캘리포니아 중앙 지방법원의 배심원 평결지침은 오류가 있고 편파적이므로 이에 따른 배심원의 판단에 기초한 지방법원의 판결 또한 오류가 있다고 판단하여 이를 파기함. 이 판결은 저작권 보호를 받기 위해 요구되는 창작성은 최소한의 것으로 충분하고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하는 요소도 다른 요소와 창작적으로 결합되면 저작권 보호를 받는 요소로서 실질적 유사성 판단을 위한 외부적 테스트의 비교 대상이 됨을 분명히 한 것임.
□ 사실 관계
○ 밴드 Spirit의 멤버인 Randy Wolfe(이하 ‘Wolfe’)는 1966년 후반에 ‘Taurus’라는 곡을 작곡함.
○ 밴드 Spirit은 1967년 8월 녹음 계약을 체결하고 1967년 후반에 ‘Taurus’가 수록된 앨범 ‘Spirit’을 발표함.
○ Hollenbeck Music은 1967년 12월 Wolfe를 작곡자로 명시하여 ‘Taurus’의 저작권 등록을 마침.
- 저작권 등록 당시 ‘Taurus’의 악보가 저작권청에 예탁됨.
○ 1968년에 결성된 록밴드 Led Zepplin은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 사이에 밴드 Spirit와 여러 차례 활동 시기가 겹친바 있음.
- Led Zepplin은 투어 공연에서 Spirit의 ‘Fresh Garbage’라는 곡을 부른 적이 있음.
- Led Zepplin과 Spirit은 1968년 덴버에서 열린 콘서트 등에서 함께 공연한 적도 있음.
- 비록 Spirit 멤버는 두 밴드가 덴버에서 함께 공연한 날 밤에 Led Zepplin이 ‘Taurus’를 연주했다고 진술하였으나, 두 밴드의 활동 시기가 겹친 기간 중에 Led Zepplin 멤버들이 Spirit의 연주를 들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음.
- 그러나 Led Zepplin의 멤버 Robert Plant는 1970년 2월에 Spirit의 공연에 참석했던 사실이 있고, Jimmy Page는 언제 갖게 된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Taurus’가 수록된 Spirit 앨범을 가지고 있다고 말함.
○ 1971년 후반, Led Zepplin은 Jimmy Page와 Robert Plant가 작곡한 ‘Stairway to Heaven’이 수록된 4번 째 앨범을 발표함.
○ Wolfe가 1997년 사망하자, 그의 모친은 Randy Craig Wolfe Trust(이하 ‘재단’)을 설립한 후 ‘Taurus’ 저작권을 포함한 Wolfe의 모든 지식재산권을 이 재단으로 양도함.
○ 재단 측은 Led Zepplin의 ‘Stairway to Heaven’의 도입부가 ‘Taurus’와 실질적으로 유사하므로 Led Zepplin이 ‘Taurus’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캘리포니아 중앙 지방법원에 소를 제기함.
○ 캘리포니아 중앙 지방법원 배심원단은 재단 측이 ‘Taurus’ 저작권을 가지고 있고, Led Zepplin가 ‘Tausus’에 접근하였다는 점은 인정되지만, 외적인 테스트에 의하면 두 노래 사이에는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지 않음.
□ 항소 이유
○ 재단 측은 지방법원은 (1) 보호되지 않는 음악적 요소들을 창작적으로 선택, 배열한 것은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과 (2) 창작성 및 저작권 보호를 받는 음악적 요소 등에 대하여 배심원들에게 적절하게 안내하지 못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편파적인 판결에 이르렀다고 주장함.
□ 항소법원의 판단
○ 전설적인 록밴드 Led Zepplin의 히트 곡 ‘Stairway to Heaven’이 다른 밴드의 곡을 표절한 것인지가 문제된 사안에서 제9 항소법원은 2018년 9월 28일 캘리포니아 중앙 지방법원의 배심원 안내 지침은 오류가 있고 편파적이므로 이에 따른 배심원의 판단에 기초한 지방법원의 판결 또한 오류가 있다고 판단하여 이를 파기함<1 >.
○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저작권을 침해 받았다고 주장하는 권리자인 원고가 (1) 자신이 저작물에 대한 유효한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과 (2) 피고가 그 저작물의 보호받는 요소를 베꼈음을(copied) 입증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는 재단 측이 ‘Taurus’의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는 다툼이 없으므로 Led Zepplin이 ‘Taurus’의 보호받는 요소를 베꼈는지 여부만이 문제됨.
○ 피고가 원고 저작물의 보호되는 표현을 베꼈는지 여부는 (1) ‘베끼기(copying)’와 (2) ‘불법적인 이용(unlawful appropriation)’이 인정되는지에 따라 결정됨.
○ 이 사건과 같이 피고가 원고의 저작물을 베꼈다는 직접 증거가 없는 경우, 원고는 피고가 원고의 저작물에 접근하였고 베꼈음을 입증할 수 있는 유사성이 두 저작물 사이에 있음을 입증하는 방법을 시도할 수 있음.
○ 베꼈음(copying)이 인정되기 위해서 두 저작물 사이에 광범위한 유사성이 있거나 피고 저작물이 원고 저작물의 저작권 보호 받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을 필요는 없고, 단지 두 저작물이 서로 독립적으로 창작되었더라면 기대될 수 없는 유사성이 두 저작물 사이에 있으면 충분함.
○ 반면, 불법적인 이용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어야 하고, 피고 저작물은 원고 저작물 중 창작적이어서 저작권 보호를 받는 부분을 포함하고 있어야만 함.
- 피고의 저작물이 원고의 저작물과 실질적으로 유사한지 여부는 외부적 테스트(extrinsic test)와 내부적 테스트(intrinsic test)를 통해 판단됨.
- 외부적 테스트는 저작물의 저작권 보호 받는 부분을 각 구성 요소들로 분해해서 그 요소들을 객관적으로 비교하는 방법으로, 저작권 보호를 받는 요소들만이 비교대상이 됨.
- 내부적 테스트는 두 저작물을 주관적으로 비교하는 방법으로, ‘통상의 합리적인 사람(the ordinary, reasonable person)이 두 저작물의 전체적인 컨셉과 느낌이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느낄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게 됨.
○ 지방법원이 평결 지침(jury instructions)<2 >에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하는 요소들을 창작적으로 선택, 배열한 것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시키지 않는 오류를 범하였고, 배심원들은 그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실질적 유사성에 대해 판단함.
- 이 사건에서 배심원들은 외부적 테스트를 한 후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없다고 보아 내부적 테스트까지 나아가지도 않은 채 재단 측의 저작권 침해 주장을 배척하였으므로, 여기서는 외부적 테스트 측면만이 문제됨.
- 음 또는 음계와 같은 음악 저작물의 개별적 요소들이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요소들이 결합된 것은 저작권 보호를 받아 외부적 테스트의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여러 선례에서 인정되어 왔음.
- 따라서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음악 요소들의 창작적인 결합은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고 이 사건에서는 특히 그러한 측면이 문제되고 있음에도, 지방법원은 배심원들에게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하는 요소들을 창작적으로 선택, 배열한 것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설명하지 않았음.
○ 지방법원이 (1) 평결 지침 16번에서 저작권은 ‘반음계, 아르페지오 또는 세 음으로 이루어진 짧은 시퀀스’는 보호하지 않는다고 잘못 설명하고, (2)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되는 저작물의 ‘창작적’인 부분은 새롭거나 참신한 것일 필요는 없다는 제9 항소법원의 배심원 설시문과 달리, 20번에서 기존 저작물(prior works) 또는 공유 저작물(public domain)의 요소들은 창작적인 부분으로 여겨지지 않고 저작권 보호를 받지 않는다고 설명한 것은 배심원들에게 판단의 기초가 되는 정보를 잘못 제공한 것임.
- 창작성(creativity) 요건은 매우 낮은 수준의 창작성만으로 충족되는 것으로, 저작물의 독립적으로 창작된 최소한의 창작성이 인정되는 부분은 저작권 보호를 받는다는 것은 여러 선례를 통해 인정되어 오고 있는 것임.
- 제9 항소법원은 이미 음 하나는 저작권 보호를 받기 어렵지만 몇 개의 음을 배열한 것은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보고 7개 음의 배열은 저작권 보호를 받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한 바 있음.
- 몇 개의 음의 배열도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음을 설명 받지 못한 상태에서, 배심원들은 지방법원의 배심원 설시문 16번과 20번으로 인하여 ‘음 3개의 배열이나 하향 반음계는 창작적인 방식으로 다른 요소들과 결합되더라도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믿게 됨.
- 실제로, 지방법원 배심원 설시문 16번과 20번으로 인하여 배심원들은 ‘Taurus와 Stairway to Heaven은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하는 요소들의 결합 때문에 유사하다’는 재단 측 전문가 증언에 주목하지 않게 되었음.
□ 평가
○ 이 판결은 저작권 보호를 받기 위해 요구되는 창작성은 최소한의 것으로 충분하고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하는 요소도 다른 요소와 창작적으로 결합되면 저작권 보호를 받는 요소로서 실질적 유사성 판단을 위한 외부적 테스트의 비교 대상이 됨을 분명히 한 것임.
<1 > Michael Skidmore v. Led Zepplin, No. 16-56057 (9th. Cir. Sep. 28, 2018).
<2 > 국민참여재판에서 재판장이 배심원들에게 사실 판단에 필요한 최소한의 법적 지식을 전달하는 문서
□ 참고 자료
*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학석사, 이화여대 법학전문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