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여과 없는 흡수는 어릴 때일수록 강렬하게 일어난다. 어린 시절 경험했던 문화 현상에 대한 그리움은 그것이 음식 맛이 되었든, 음악이 되었든 한 인간의 일생을 내내 따라다니며 영향을 미친다. 이에 LA 한국문화원(원장 김낙중)은 지난 10월 17일 오전 10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코리안 스토리타임(Korean Story time, 아이와 함께하는 동화시간)> 행사를 마련했다. <코리안 스토리타임>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한 조이스 김(Joyce Kim) 씨는 실제 6개월 된 아이를 두고 있는 워킹맘. 출산 전, 이 행사를 진행하던 그녀는 지난 5개월 동안 출산 휴가로 잠시 문화원을 떠났다가, 더욱 사랑스러운 뽀미 언니가 되어 돌아왔다. 아래는 그녀가 밝힌 동 행사에 관한 설명이다.
<코리안 스토리타임을 알리는 포스터 – 출처 : 한국문화원 LA 제공>
코리안 스토리타임은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관심을 가진 5세까지의 미취학 아동과 부모들을 위한 행사입니다. 한 달에 한 번씩 한국문화원 아리홀에서 열리죠. 동화 구연을 듣고, 동요 부르기, 함께 율동 하기, 각 달의 주제에 맞는 그림 그리기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즐거운 시간이에요. 지난 9월에는 추석을 맞이해 부채를 함께 만들어 봤어요. 그리고 이번 10월에는 손가락 페인팅으로 가을 나무를 그렸습니다. 다음 달인 11월에는 추수감사절을 맞아 색종이로 칠면조를 만들고 감사의 글을 함께 적어볼 계획입니다. 12월에는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해서 분필로 크리스마스 불빛을 만들어보려 하고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한국어를 접한 아이들은 한국어를 친숙히 여기면서 자라게 될 거에요. 그리고 코리안 아메리칸이나 다문화 가정의 부모님들은 보다쉽고 즐거운 방법으로 자녀들에게 한국문화를 가르쳐줄 수 있게 되겠죠. |
행사 당일 아침, 조이스 김 씨는 머리에 동물 귀 모양의 머리띠를 하고, 앞치마를 입은 모습으로 어린 친구들을 맞으며 “안녕. 우리 친구들. 반가워요.”라 인사를 건냈다. 평소 크고 작은 공연이 열리는 한국문화원 LA의 3층 아리홀은 의자들이 사라진 채 다채로운 매트가 깔려,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해 있었다. 엄마와 함께 아리홀을 찾은 아이들은 또래의 아이들을 만난 것이 신기한지 서로를 쳐다보기도 하고 좋아라, 하는 모습들이었다. 조이스 김씨가 오늘 선택한 동화는 <바르바르 이발사>. 바르바르라는 이발사가 사자, 악어, 말 등 동물들을 손님으로 맞아 그들의 스타일대로 털을 깎아주는 이야기를 그녀는 여러 목소리를 연출해가며 읽어주었다. 감정 풍부한 억양, 애교 가득한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정말 타고난 뽀미언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녕. 친구들. 내 이름은 코끼리예요.’ 조이스 김씨가 동화 구연을 하고 있다.>
<오늘 친구들은 ‘바르바르 이발사’ 동화를 함께 읽을 거예요.>
<“바르바르 이발사에게 손님이 찾아왔대요!”>
<친구들. 재미있겠죠?>
<아이들과 함께 읽은 동화, 바르바르 이발사>
그녀는 “문화원에는 여러 행사가 있지만 어린 친구들을 위한 건 별로 없잖아요. 더 다양한 세대의 안젤리노들이 한국문화원을 경험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됐어요. 저 역시 6개월 된 아기가 있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이 뭘 원하는지, 아이들 엄마가 무얼 필요로 하는지를 잘 이해하게 됐습니다. 집에서 제 아기에게 동화를 읽어주면서 ‘아, 이렇게 하면 아기가 좋아하는구나.’ 하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아기가 있는 게 많은 도움이 된답니다.”라 밝혔다. 동화 구연 시간 후에는 물감을 풀어 손가락에 찍어 함께 그림을 그렸고, 동요 <그대로 멈춰라>에 맞춰 율동도 함께 했다. 그리고 마지막 행사로는 낙하산을 펼쳐 함께 움직이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그림 그리기 시간>
조이스 김 씨는 "한국인 2세와 다문화 가정의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교육하고 싶지만 어디서 정보를 얻어야 하는지 잘 몰라, 어려워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한 달에 한 번이지만 이 행사를 통해 아이들이 한국어와 한국의 정서에 익숙해졌으면 하고 바랍니다. 그리고 부모님들은 한국문화 교육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 밝혔다.
여러 참가자들 가운데 비 한인 어머니가 있어 다가가 만나봤다. 바네사 올만(Vanessa Ohlmann)이라는 한국인 남편을 둔 미국인 여성이었다. 그녀는 20개월 된 딸 소라 클레어벨 곽(Sora Claribel Kwak)을 안고 이 행사에 참가했다. 바네사 올만은 "저는 코리안 마미(Korean Mommy) 페이스북 그룹의 멤버인데요. 이런 행사가 있다는 안내를 보고 참가하게 됐어요. 또한 한국문화원의 행사 안내 이메일도 받아보고 있어서 행사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었죠."라 언급했다.
<그림 그리기 시간, ‘소라’의 그림>
<소라, 그림 그리는 중>
<김가온 양의 그림>
<같은 재료, 다른 느낌>
바네싸는 5년 전, 타주에서 LA로 이사를 오면서 현재 그녀의 남편이 된 한인, 제이콥 곽(Jacob Kwak)씨를 만나게 되었다. 대학 때부터 K-Pop에 노출되었던 그녀는 한국 가요와 한국 드라마를 즐겨듣고 보면서 한국문화에 점차 빠져들었고 자연스레 한국인 남성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2년 전까지 한국인 시부모님들께 인사를 드리기 위해 한국문화원 LA에서 진행되는 한국어 클래스를 3차례 등록해 수업을 들었단다. 하지만 일주일에 두 시간 남짓 배우는 한국어로는 딸 소라에게 조기 한국어 교육시킬 정도의 실력을 키우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던 가운데 <코리안 스토리 타임> 행사에 대해 알게 되면서 첫 회 때부터 참여해왔다. 지난 5개월 동안 조이스 김 선생님의 출산 휴가로 휴강을 해서 아쉬웠었는데 클래스가 재개돼 너무 기쁘다고 전했다.
<다 같이 춤을...>
<춤을 추는 소라>
저와 소라는 이 시간을 너무 좋아해요. 저는 한국어가 익숙지 않다 보니 제 딸 소라에게 영어로만 말을 하거든요. 그나마 남편이 소라에게 한국어를 말하면서 들려주려 노력하지만 제이콥 역시 이민 2세대인지라 이 역시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제이콥의 경우, 말은 잘 하는데...(웃음). 책을 읽을 때, 보면 초등학교 수준이죠. 그래서 이곳에서 조이스 김 선생님이 책 읽어주는 시간을 너무 좋아합니다. 소라가 원어민이 말하는 한국어를 들을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니까요. |
바네사의 시부모는 한인타운에서 40분 거리인 세리토스에 사신다고 한다. 신혼 초기, 연령차에 더한 문화적 차이로 쉽지 않은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모두 지나갔다고 한다. 또한, 바네사는 한국 음식에 대해 "한국 음식, 먹는 것은 너무 좋아하죠. 몇 가지는 저도 만들 줄 알아요. 그런데 한국 음식을 잘 만드는 게 그렇게 쉽지만은 않네요."라 이야기 했다. 한편 행사가 진행되며, 딸 소라가 한국어를 들으며 자라고, 한국문화 속에서 커가기를 바라는 그녀의 바램은 <코리안 스토리 타임>으로 구체화되고 있었다.
<낙하산 놀이>
<소라와 엄마 바네사>
※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