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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이슈] 62회 런던 영화제 개최

2018-10-29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1010일부터 12일 동안 런던 시내 사우스뱅크에 위치한 브리티쉬 필름 인슈티튜트(BFI/British Film Institute)에서 개최된 622018 런던 영화제(BFI London Film Festival 2018)가 성황리에 폐막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BFI가 공동 주최한 이번 영화제는 독특한 스토리 텔링과 참신한 방식으로 제작된 영화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여러 부문을 구성해 수상해오고 있다. 올해 영화제에는 한국의 이창동 감독을 비롯,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감독, 작가, 배우 및 스텝들이 대거 참석해 런던의 10월을 화려하게 빛냈다.

 



62회 런던 영화제의 갈라쇼 - 출처 : 런던 영화제 공식 웹사이트

 

62회 런던 영화제에서 눈에 띄는 점은 글로벌 영화 산업계에서 특별히 깊이가 있고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재능있는 영화인들이 초청되었다는 점이다. 또한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을 제외한 3개 경쟁 부문에 초청된 감독들의 절반 이상이 여성 감독 및 조감독이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특히 첫 번째 장편 경쟁(First Feature Competition)’ 부문에 오른 후보작의 60% 이상은 여성 감독들이 제작한 영화였다. 이는 영화 산업계에서 여성들의 활약이 눈에 띄게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여성 영화인들의 작업이 드디어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JOY'의 한 장면 - 출처 : 런던 영화제 공식 웹사이트

 

한편, ‘공식 경쟁 부문(Official Competition)’의 최우수 영화상(Best Film Award) 수상작으로 수다비 모르테짜(Sudabeh Mortezai) 감독의 JOY가 선정됐다. 동 작품은 나이지리아에 거주하는 가족들을 부양하고,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있는 딸의 삶이 나아지기를 바라며 유럽의 거리에서 성을 파는 주인공 조이의 삶을 페미니즘 관점에서 다룬 영화다. 모르테짜 감독은 허스트 영화제(Hearst Film Award)에서 최고 여성 감독상, 유로파 시네마 레이블상(Europa Cinemas Label Arard)을 수상한 바 있다.

 

첫 번째 장편 경쟁 부문에서는 칸 영화제에서 수상 경력이 있는 루카스돈트(Lukas Dhont) 감독이 제작한 GIRL이 수상했다. 이 영화는 트랜스 젠더 소녀가 발레리나를 꿈꾸는 과정을 그렸다. 특히 복잡한 내면세계에 초점을 맞추어 제작됐다.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에서는 역시 베니스 영화제의 공개 경쟁 부문에 초청되었던 로베르토 미네르비니(Roberto Minervini) 감독의 WHAT YOU GONNA WHEN THE WORLD’S ON FIRE?가 수상했다. 동 영화는 미국 내 인종 문제를 다룬 영화다. 단편 경쟁 부문에서는 찰리 린(Charlie Lyne) 감독의 LASTING MARKS가 선정됐다. 동 영화는 마가렛 대처 수상의 집권 시기를 배경으로, 영국 내 16명의 남성들이 사도마조히즘적인 성적 욕망을 나누는 과정을 그렸다.

 

이번 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영화제 역사상 처음으로 상기 수상자들이 20일 토요일 런던 시내 중심가인 레스터 광장에서 엘리트 영화인들만이 아닌 일반 관객들 앞에서 공개되었다는 점이다. 더욱이 단편 영화를 제외한 세 편의 수상작들은 깜짝 상영으로 공개되었고 시상식도 일반 청중들을 위해 마련된 무대에서 진행되었다. 또한 동 영화제에 출품된 한국 영화 중 윤종빈 감독의 공작(The Spy Gone North)과 이창동 감독의 버닝(Burning)의 상영에 입장권이 매진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공작1012일 금요일에는 픽쳐하우스 센트럴, 13일에는 리치 믹스 시네마에서 세 차례 상영되었고, 이해영 감독의 독전(Believer)16일 화요일에는 BFI IMAX, 17일 수요일에는 오데온 토튼햄 코트 로드, 19일 금요일에는 프린스 챨스 시네마에서 세 차례에 걸쳐 상영되었다. 신동석 감독의 살아남은 자(Last Child)13일 토요일에는 뷰 레스터 스퀘어, 14일 일요일에는 프린스 챨스 시네마에서 상영됐다.

 

62회 런던 영화제를 빛낸 한국 감독은 단연 이창동이었다. 이창동 감독은 제71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해 올해 516일 뤼미에르 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가져 이미 꽤 알려진 148분 길이의 영화 버닝, 주연 배우 스티븐 연과 함께 내영했다. 버닝1019일 금요일 저녁 815분부터 임뱅크먼트 가든 시네마, 20일 토요일에는 시네 월드 레스터 스퀘어에서 오후 2시에 상영됐다. 두 차례에 걸친 상영은 모두 입장권 매진을 기록했다. 이 영화는 칸 영화제 기간동안 비평가들 사이에서 최고 평점을 얻어 화제를 모았으나 본상이 아닌 국제 영화비평가 연맹상을 수상해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버닝>에 참가한 신점희 미술감독은 뛰어난 기술적 성취를 보여준 아티스트에게 수여하는 벌칸상을 수상했다. 20일 토요일 12시에는 이창동 감독과의 대담회, Screen Talk: LEE CHANG-DONG이 진행됐다. 대담회 입장권 또한 영화제 개막 전 매진을 기록했다.

 


일찌감치 매진된 'Screen Talk: Lee Chang-dong' - 출처 : 런던 영화제 공식 웹사이트

 


청중들의 질문에 응답하는 이창동 감독과 배우 스티븐 연 - 출처 : 통신원 촬영

 

통신원은 대담회가 열리기 1시간 전부터 줄을 서서 대기하며 간신히 표를 구할 수 있었다. 19일 밤 버닝상영 후 이루어진 이창동 감독과의 질의 시간에는 그의 영화 세계를 잘 이해하는 관중들의 뜨거운 열기와 관심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창동 감독이 이미 세계 영화계에 거장으로 자리를 굳힌 감독임을 의심할 수 없는 자리였다. 무라카미 하루카의 번안 영화와의 차별점을 강조하는 질문이 많았던 이 자리에서 스티븐 연과 함께 참석한 이창동 감독은 “<버닝>은 현실과 비현실, 있는 것과 없는 것,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탐색하는 미스터리이자 오늘날 한국 젊은이들의 고통뿐만 아니라 겉으로는 번지르르하고 세련된 당대의 모든 사회의 이면에서 주목받지 못한 고통과 고뇌의 세계를 미스터리를 통해 관중에게 사색의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 성명 : 이현선[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영국/런던 통신원]
  • 약력 : 현)SOAS, University of London 재직. 독일 도르트문트 대학교 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