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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버닝', 아카데미 최우수 영화 될까?

2018-11-01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영화 <버닝(Burning)>이 지난 1026일 금요일, 북미 지역에서 개봉됐다. 보통 한국 영화가 개봉될 때에는 가장 먼저 한국 영화를 전문적으로 상영하는 CGV 시네마에서 오픈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버닝>은 할리우드의 아크라이트 극장(Arclight Theater)에서 개봉됐다. 개봉 첫 주말, 2개 개봉관에서 상영된 <버닝>은 총 26130달러를 벌어들였다. 극장당 수익은 1365달러이다. 개봉 첫 주의 박스오피스 순위는 45위였다. 지난 주말 1위를 차지한 호러 영화, <할로윈(Halloween 2018)>이 총 3,928개의 개봉관에서 상영돼 평균 극장당 수익 19405달러로, 첫 주말 총 수익 128546510달러를 벌어들인 것을 비교해 볼 때, 결코 떨어지지 않는 성적이다. 지난 주말의 경우, 미국에서 가장 많이 영화관을 찾는 연령대인 젊은 세대들이 1031, 할로윈을 앞두고 호러 영화를 선택했기 때문에 <할로윈>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구글에서 영화 <버닝>을 검색하면 장르와 상영시간 등 기본적인 정보에 더해, 줄거리와 여러 영화 평가 사이트의 성적이 나온다. 미국인들이 영화 <버닝>에 관심이 있어 검색을 했을 경우, 접하게 되는 정보는 아래와 같다.

 

정수는 한때 이웃에 살던 여성혜미와 조우하고 혜미는 정수에게 자신이 여행 가 있는 동안 고양이를 돌봐달라고 부탁한다혜미는 돌아와서 정수에게 여행지에서 만났다며 벤(Ben)을 소개한다벤은 정수에게 그의 취미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한다.

 


<영화 버닝의 주인공, 유아인과 스티븐 연(Steven Yeun) - 출처 : min/Vértigo>

 

이어지는 정보는 여러 영화 평가 사이트에서의 성적이다.

 

IMDb 성적: 10점 만점에 7.6

팝콘 싱가포르(Popcorn Singapore) 성적: 5점 만점에 3.4.

로튼 토마토즈(Rotten Tomatoes) 성적: 100퍼센트 만점에 92퍼센트.

구글 사용자의 82%가 이 영화를 좋아했음.


아크라이트 극장과 같은 개봉관
1곳에서만 오픈했다는 것은 한국 영화 마니아층, 또는 미스터리 장르 마니아층을 공략한 소프트 오프닝이고 그 결과에 따라 좀 더 개봉관 수를 늘려나가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개봉 첫 주의 성적은 매우 훌륭한 편이다. 한주 더 지나면 미국 내에서의 흥행 가능성까지 지켜볼 수 있을 터이다. 이런 가운데 영어권 웹매거진인 벌처(Vulture)에서는 조심스럽게 <버닝>의 아카데미 외국어 상 수상에 대한 의견을 펼쳤다. 1026일 자로 포스팅된 이 기사는 한국계로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알렉스 정(E. Alex Chung) 기자가 작성했다. 아래는 ‘<버닝>한국에게 첫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영화상 지명을 안겨줄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 원문을 번역한 내용이다.

 


<‘벌처에 실린 영화 버닝에 대한 기사 출처 : 온라인 Vulture판 스크린샷>

 

30번째라는 수가 매력적일 수 있을까올해까지 한국은 총 29회째아카데미에 최우수 외국영화상 후보작을 출품했다희한하게도 이제까지는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의 후보로 지명되는 것조차 매번 실패했었다이는 한국보다는 아카데미의 수치이긴 하다전 세계에 있어서 한국의 영화 산업의 실제를 고려해볼 때 이런 역사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1990년대한국의 민주화와 함께 출현한 영화감독들의 목록들을 보자. <괴물>의 봉준호, <올드보이>의 박찬욱,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홍상수, <곡성>의 나홍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김기덕 감독그 외 리스트는 계속된다하지만 이창동 감독의 <버닝>으로 올해 한국이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지명될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이창동 감독은 이제껏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에 두 작품을 제출한 바 있다. 2002년의 <오아시스>와 2007년의 <밀양>이 그것이다.

 

<버닝>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한다하기야 하루키의 단편소설은 윌리엄 포크너의 동명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다영화는 삼각관계를 다루고 있다시골에서 온 도시의 방랑자인 종수(유아인)는 어린시절의 친구 해미(전종서)와 조우하면서 성관계를 갖게 된다이후해미는 케냐로 여행을 떠나고 종수에게 자신의 고양이를 돌봐달라고 부탁한다이후 해미는 도시적인 분위기에 조용하며 엄청나게 부자인 벤(스티븐 연)과 함께 돌아온다.

 

영화 중 무척 도드라지는 한 장면이 있다세 주인공이 DMZ 인근의 시골에 있는 종수의 어린 시절 집 주변에 함께 있는 장면이다해미는 춤을 추기 시작하고 태양이 붉어지는 가운데 벤은 종수에게 그가 선택한 유일한 취미즉 온실 방화에 대해 이야기한다이 장면은 기가 막히게 아름답다영화 평론가인 마놀라 다르기스(Manohla Dargis)는 뉴욕타임즈(New York Times)에 실린 그녀의 평론에서 이 장면을 올해 개봉된 영화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장면” 가운데 하나라고 격찬한 바 있다.

 

이제껏 평론가들이 극찬했던훌륭한 외국 영화들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인정받지 못했던 경우는 너무나 많다일본의 아키라 구로사와 감독의 <8월의 광시곡>, 독일의 톰 티크베어 감독의 <런 롤라 런(Run Lola Run)>, 프랑스의 마르잔 사트라피와 뱅상 파로노 두 감독의 <페르세폴리스(Persepolis)>로부터 가장 최근에는루마니아의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의 <4개월, 3... 그리고 2>, 그리고 프랑스의로뱅 캉필로 감독의 <120 BPM>에 이르기까지뛰어난 영화였지만 수상으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했었다.

 

이는 구조적인 문제들 때문이었다오스카의 외국어 영화상 부문은 아마데미 회원들이 영화를 스크리닝하는데 긴 시간을 내야 하고선정 기간 동안 한 장소에(올해까지는 모두 LA에 거주하는 멤버들이어야 했다있어야 했었다감독상을 선정하는 위원회처럼 외국어 영화상 선정 분과 위원회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아카데미 멤버들이 수많은 영화를 보고 점수를 메겨야 하는 것이다그런데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영화를 볼 수 있는 이들은 나이가 많고 은퇴한 멤버들일 경우가 많다보수적 성향을 띈 이들 멤버들은 동성애 작품이나실험정신이 강한 영화들을 좋아하지 않는다게다가 그들은 서부 유럽 작품들에 대해 지나친 편견을 갖고 있다그동안 아카데미 최우수 영화상을 수상했던 영화의 80퍼센트가 서부 유럽 영화라는 것이 이를 증명해준다.

 

아카데미 외국어 상 후보는 국가당 한 작품을 제출해야 한다는 법칙이 있고 영어로 된 영화는 안 된다올해에는 총 87편이 제출됐다한국은 종종 강렬하고 국제적인 사랑을 받았던 작품을 놔두고 중도적인 작품을 제출하는 경향이 있었다예를 들어 지난해에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처럼 확실히 상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영화가 있었지만 한국은 좀 더 보편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밀정>을 후보로 제출했다. <아가씨>가 어떤 카테고리에서도 지명받지 못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한국에서 아카데미 후보용 영화를 선택하는 것은 영화진흥위원회(KOFIC)’의 업무인데이 때문에 수많은 스캔들이 불거져 나오기도 한다올해 초영화진흥위원회는 보수 정권을 비판하는 정치적 시각을 가진 배우와 제작자의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수사 내용이 밝혀지면서 뜨거운 논란에 휩싸였었다그 블랙리스트에는 무려 1만 명의 영화 관계자 이름이 적혀 있었고 그 가운데는 박찬욱 감독의 이름도 있었다공교롭게도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영화진흥위원회가 한 번도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로 제출한 적이 없었다.

 

올해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에 지명될 것이란 짐작을 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올해에는 아카데미 멤버들이 87개의 영화 가운데 12편만 보면 된다투표를 LA 거주자 멤버로만 제한하지도 않는다그리고 역사상 첫 번째로 온라인 투표가 실시될 예정이다하지만 모든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그 말은 아직까지도 투표자들에게 있어 스크리닝을 하고 자신이 투표할 영화를 정한다는 것은 긴 시간적 충성을 요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버닝>이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영화상 후보로 지명되리라 짐작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버닝>은 올해 초칸 영화제에서 초연되면서 평론가들의 찬사가 이어졌고 Screen(스크린)의 평론가들로부터 최고 스코어를 받기도 했다미국에서는 10월 26일부터 극장에서 상영되기 시작했다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버닝>에 스티븐 연이 출연했다는 사실일지도 모른다스티븐 연은 드라마, <워킹 데드(The Walking Dead)>에서 글렌(Glenn) 역을 맡아 좋은 연기를 펼쳤었다더 나아가 그는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수많은 매체와의 인터뷰에 참가했고 인터뷰 때마다 사려 깊은 말들을 해왔다. <굿모닝 아메리카(Good Morning America)>에 나와서는 <버닝>을 홍보하는 한편 함께 <워킹 데드>에 출연했었던 앤드류 링컨(Andrew Lincoln)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눴다스티븐 연이 한국의 아트 하우스 스릴러를 미국에 팔 수 있다면 아카데미 회원들 역시 그의 매력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김칫국부터 마실 일은 없지만, 내년 초 열리게 되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적어도 한국 영화가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에 지명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아카데미상을 받은 영화가 꼭 좋은 영화란 법은 없지만 그래도 그 타이틀을 단 영화들은 더 많은 이들에게 노출됐었고 더 많은 이들이 시청했었다. 이창동 감독의 빼어난 솜씨가 빛을 발한 <버닝>, 미국인들에게 친숙한 배우, 스티븐 연도 합세했으니 그의 인지도로 인한 영화 홍보 효과를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참고자료

박스오피스 기록 링크. https://www.boxofficemojo.com/movies/?id=burning.htm

위키피디아 참고 링크 , https://ko.wikipedia.org/wiki/%EB%8C%80%ED%95%9C%EB%AF%BC%EA%B5%AD%EC%9D%98_%EC%95%84%EC%B9%B4%EB%8D%B0%EB%AF%B8_%EC%99%B8%EA%B5%AD%EC%96%B4_%EC%98%81%ED%99%94%EC%83%81_%EC%B6%9C%ED%92%88%EC%9E%91

벌처기사, http://www.vulture.com/2018/10/burning-steven-yeun-oscar-chances.html


  •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 약력 : 현재) 라디오코리아 ‘저녁으로의 초대’ 진행자.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