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는 한류의 꽃이다.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으로 한류 열풍이 시작됐을 때, 그 바람이 한국산 화장품에까지 미치게 되리라고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었다. 참 오랜 세월 동안 한국인들은 물론, 전 세계인들은 ‘화장품 하면 프랑스’라고 알고 살아왔었다. 화장품 업계에 서서히 불기 시작한 한국 바람은 어느날부터인가, 프랑스를 제쳐버리기에 이르렀다. 실용성을 가장 큰 미덕의 하나로 여기는 미국에서도 K-뷰티는 통했다. 이는 한국 화장품의 기능성에 힘입은 덕이다. 지난 10월 29일(월) 저녁 7시, LA한국문화원(원장, 김낙중)에서는 <한국 문화가 있는 날> 행사로 ‘K-뷰티의 밤(K-Beauty Night)’ 이벤트를 개최했다. K-뷰티에 관심이 많은 현지인 참가자들로 인해 문화원 3층 아리홀은 꽉 들어찼다. 이들에게는 한국 화장품을 직접 써볼 기회가 주어졌고, 한국 뷰티 트렌드에 대해 배우는 시간도 있었으며, 한국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직접 메이크업을 받아보는 순서도 있었다.
<행사 안내 포스터>
이날 행사의 진행을 맡은 조이스 김(Joyce Kim) 씨는 무대에 올라 K-뷰티의 독특한 점들에 대해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했다. 시트 마스크, 쿠션 파운데이션, 비비크림 등 전 세계 뷰티 산업계를 뒤바꾸어놓은 K-뷰티의 제품들을 설명하자 객석에서는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듯, “아!” 하는 목소리들이 새어 나왔다. “시트 마스크, 한 번이라도 해보셨던 분?” 하는 질문에 객석은 거의 모두가 손을 들었다. 남성 참가자도 손을 든 모습을 보고 손을 든 이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시트 마스크의 인기를 다시 한번 확인해볼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바쁜 아침 시간에 쿠션 파운데이션은 정말 너무 요긴하고 고마운 제품이에요. 한국인들은 한 가지 제품에 여러 기능을 담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이 제품은 선블록, 파운데이션, 컨실러 등 여러 기능이 모두 들어 있어요. 이것만 쓰면 출근 준비 끝이죠.” 조이스 김 씨는 또 사과, 복숭아 등 과일을 활용해 자연 향기가 나는 제품들을 소개하며 K-뷰티 제품들이 자연 소재로 만들어져 피부를 더욱 촉촉하게 만들어준다고 강조했다. 또한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얼굴이 그려진 핸드크림 등,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 역시 K-뷰티의 특성 가운데 하나라고 얘기했다.
<참가객들에게 소개된 K-뷰티 제품들>
<이것이 시트 마스크에요. K-뷰티 제품을 설명하는 조이스 김 씨>
조이스 김의 K-뷰티에 대한 설명에 이어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박성 씨가 무대에 올라 직접 메이크업 시연을 하면서 한국 화장품에 대해 설명했다. 메이크업 강사 겸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20년 이상 활동해온 박성 씨는 광고 및 영화와 드라마에서 이민호, 한석규, 싸이 등 여러 연예인들과 함께 작업한 바 있다. 박 성씨는 이날 저녁, 아이돌 스타들의 스모키 메이크업과 한국을 대표하는 매끈하고 투명한 피부표현을 선보였다. 객석에서 젊은 현지인 여성 브리아나 다우(Brianna Dau)를 만나 행사가 끝난 후, 대화를 나눴다.
<메이크업 시연>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올해 24세이고 베트남과 미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심리학을 전공했고 2016년에 졸업했어요. 코네티컷에서 LA로 이사 왔고요. LA 다운타운 지역에 있는 비영리기관의 비즈니스 개발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업무는 저소득층과 노숙자들이 고용기회를 찾도록 도와주는 일이에요. 저는 2009년부터 한류 팬이었습니다. 케이팝을 좋아했어요. 유튜브에서 빅뱅의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즉각적으로 그들과 사랑에 빠졌죠. 그러면서 점점 빅뱅, 2NE1, 슈퍼주니어,샤이니 등 케이팝 제2세대에 완전 빠졌었습니다. 요즘에는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Day6, 제이박, 아스트로, NCT, 레드 벨벳에 꽂혀 있어요.
그러다가 2010년경 한국 드라마와 한국 영화를 만나게 됐죠. 그다음은 다른 한류팬들이 겪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음식을 좋아하게 되고 한국의 역사에까지 관심을 갖게 됐어요. 저는 한 학기 동안 서울에서 공부할 기회를 갖게 된 걸 정말 기쁘게 생각해요. 짧은 기간이었지만 한국에서 기초 한국어를 배우고, 서울시 구석구석을 다녀보고, 낯선 한국 음식들을 맛보고, 역사와 문화가 풍부한 한국에 대해 배우면서 정말 멋진 시간을 보냈답니다. 앞으로도 LA 한국문화원에서 여는 이벤트와 워크숍에 자주 참여할 계획입니다.
<화장을 마친 브리아나, 인스타그램 모먼트>
어떻게 오늘 행사에 참여하셨나요? 제가 한국문화라면 사족을 못 쓰는 걸 아는 한 친구가 해시태그 ‘KCCLA’의 인스타그램 포스트를 보내왔는데 그게 바로 오늘 저녁 행사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전 K-뷰티의 스킨케어 시스템과 화장품에 대해 관심이 있었고 좀 더 알고 싶어했거든요. 그래서 오늘 저녁 행사에 참가했습니다.
오늘 저녁 이전에도 한국 화장품에 대해 알고 계셨나요? 네. 행사에 오기 전에도 한국 화장품의 명성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습니다. 2-3년 전쯤, 친구로부터 <피부 관리에 대한 작은 책(Little Book of Skincare)>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이 책은 화장품에 대한 저의 관심에 불을 지폈어요. 그리고 이 책으로 인해 저의 피부관리 습관은 근본적으로 바뀌었답니다. 저는 케이팝 뮤직비디오와 한국 드라마를 수년 동안 보면서 한국 연예인들의 아름답고 빛나는 피부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저는 2014년 가을 학기에 서울에 유학을 갔었는데요. 그때 한국인들의 촉촉하고 투명한 피부에 매혹됐어요. 제가 한국에서 사귄 친구들은 그들이 매일 밤마다 하는 몇 단계의 피부관리법이 그들의 빛나는 피부의 비법이라고 말해줬어요. 과거에 저는 페이셜 클린저와 모이스처라이저만을 사용했었지만 이제는 세안을 할 때 오일 클린저와 페이스 워시 두 가지로 이중 세안을 철저히 합니다. 그 후에 에센스와 세럼, 아이크림을 바르죠. 피부가 좀 드라이해졌다고 느끼는 날에는 시트 마스크를 사용합니다.
예전에 사용해본 K-뷰티 제품이 있겠네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한국에 있는 동안 한국의 스킨케어 제품들을 구입해서 매일 피부를 관리하는 단계를 반복하고 있었어요. 오늘 K-뷰티 프리젠테이션에서 선보인 제품 가운데는 토니 몰리 애플 핸드크림을 써봤었습니다. 최근 써본 제품은 네이처 리퍼블릭(Nature Republic)의 캐모마일 오일클린저(Chamomile Oil cleanser), 캘리포니아 알로에베라 에센스가 있어요. 아 참, 엊그제 아리따움에서 허니, 알로에, 티트리 등 마스크 팩을 종류대로 샀습니다. 캐모마일 클린저, 정말 좋아요. 전 캐모마일이 피부에 부드러운 영향을 주는 재료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클린저는 제 피부에 하루 동안 쌓인 기름기와 노폐물을 제거해주죠. 예전에는 세인트 이브(St. Ive) 사에서 나온 그린티 데일리 스크럽(Green Tea Daily Scrub)을 사용했었습니다. 이번에 구입한 네이처 리퍼블릭의 캐모마일 클린저는 촉촉함과 부드러움을 유지하면서도 피부를 정말 깨끗하게 세안해줘요. 피부를 촉촉하게 만들어주는 알로에 제품도 너무 좋아해요. 겨울철 메마른 제 피부에는 캘리포니아 알로에 베라 에센스가 최고의 제품이에요. 시트 마스크는 일주일에 한 번 또는 이주일에 한번 정도 사용해 피부의 수분을 관리합니다.
오늘 저녁 행사는 어땠나요? 조이스 김 씨가 테이블 위에 다양한 K-뷰티 제품들을 디스플레이해놓고 그 제품들에 대해 개괄적으로 설명해준 시간이 정말 좋았어요. 또한 조선시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에서의 미의 기준와 유행의 변화에 대한 설명도 흥미로웠습니다. 저는 그동안 한국 드라마를 많이 봤어요. 그래서 사극에서의 다양한 메이크업 스타일도 많이 봤거든요. 그 옛날부터 자연물로부터 메이크업 재료를 추출하고 스킨케어 제품을 개발해 사용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에요.
메이크업 데모 때는 저와 다른 참가자가 모델로 나갔었는데 정말 재미있었어요. 메이크업을 받으면 바르는 순서, 바르는 테크닉을 좀 더 주의력을 가지고 지켜볼 수가 있거든요. 화장할 때는 블렌딩과 부드러운 붓 터치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오늘 저녁 참가해서 알게 된 중요한 사실 하나는 우리들이 화장품을 바를 때, 주름과 피부 처짐을 막으려면, 아래에서 위로 훑듯이 발라줘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디스플레이 된 제품들을 발라보는 기회는 이날 저녁 행사를 마치는 아주 좋은 방법이었어요. 또한 밖에 마련된 사진 찍는 행사도 재미있었고요.
오늘 행사를 마치고 나서 K-뷰티제품들을 구입할 예정인가요? 만약 그렇다면 어떤 제품인가요? 절대적으로 선스크린 제품에 좀 더 투자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예전에는 별 생각 없었지만 앞으로 제 피부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태양 빛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것이더라고요. 전 클린징도 철저히 잘 하고 피부관리도 잘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햇살 따가운 LA에 사는 만큼, 매일 선스크린을 잘 발라줄 필요가 있어요. 2017년 케이콘에서 구입한 쿄쿄(Qyo Qyo) 오렌지 젤 선스크린 제품을 정말 좋아해요. 하지만 올해 케이콘 때에는 그 제품을 구할 수 없어서 얼마나 실망했는지 몰라요. 온라인으로 구입했는데 제법 비쌌답니다. 젤 타입으로 된, 잘 스며드는 선스크린 제품을 하나 발견했으면 좋겠어요. 제 피부에 다른 선스크린 제품들은 잘 스며들지 않고 오일리해요.
K-뷰티 업계에서 특별히 좋아하는 제품이나 브랜드가 있나요? 네이처 리퍼블릭, 더 페이스 샵, 이니스프리, 올리브영, 미샤 제품을 좋아해요. 서울에서 한 학기를 사는 동안, 한국의 풍부한 스킨케어 제품과 집 앞에도 있는 매장 덕에 스킨케어에 관한 한 완전한 호사를 부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가격은 또 얼마나 저렴해요. 세포라, MAC 같은 미국의 메이크업 스토어들은 수준 높은 메이크업 제품들을 취급하고 있긴 하지만 가격이 비싼 편이죠. 또한 스킨케어보다는 메이크업에 더 치중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까 케이콘 얘기를 하시던데, 물론 다녀왔겠죠? 거기에서도 K-뷰티 제품을 만났었나요? 물론이죠. 2017년, 2018년 두 차례 다녀왔어요. 케이콘에서 다양한 K-뷰티 제품들을 직접 구경하고 직접 체험도 해봤죠. 또 샘플을 받아와서 집에서 사용해볼 수 있었어요. 올해 샘플로 받아온 이니스프리와 올리브 영의 세럼과 에센스는 정말 너무 좋아요.
미국인들이 일반적으로 K-뷰티에 대해 충분하게 접하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아니면 좀 더 많은 노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약 2년 전부터 미국에서 한국 스킨케어 제품들에 대한 노출에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LA로 이사오기 전, 코네티컷에 살 때에는 K-뷰티 제품을 사려면 온라인으로 구매를 해야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LA에 살고 있어서 LA 한인타운의 윌셔(Wilshire)와 웨스턴(Western)코너에 있는 네이처 리퍼블릭이나 더 페이스 샵에 가면 됩니다. 쇼핑을 하고 싶을 때마다 가서 물건을 구입할 수 있게 됐죠. 네이처 리퍼블릭과 더 페이스 샵 말고도 언제 어디에서나 한국 스킨케어 제품이 튀어나오고 있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에요. 울타(Ulta)나 세포라(Sephora)에서도 시트매스크를 구입할 수 있고, 드럭스토어(Drug Store, 약과 화장품 등을 판매하는 소매점)에서 메이크업 쿠션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는 건 정말 신나는 일이에요. CVS에서 K-뷰티 섹션을 처음 발견했던 순간이 기억나요. K-뷰티 제품은 미국 사회에 천천히이긴 하지만 확실하게 노출되고 있어요.
한국 여성들의 피부가 좋은 것이 K-뷰티 제품 때문이라고 생각하세요? 네. 그런 것 같아요. 한국 여성들이 특별히 유전적으로 좋은 피부를 타고 태어났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요. 그보다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주의력을 피부에 들이고 있는지, 얼마나 깨끗이 닦아내고 있으며 수분을 공급하고 햇볕으로부터 보호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K-뷰티 제품들은 스킨케어 제품들 중 최상의 퀄리티이니 지속적으로 바르는데 피부가 나빠질리는 없겠죠.
가장 좋아하는 여자 연예인들은 누가 있나요? 씨엘, 수지, 에일리, 아이유를 좋아해요. |
여러 한국 화장품 브랜드가 미국 대표 화장품 쇼핑몰인 세포라(Sephora), CVS 등에 출시되었지만 미국 현지인들은 어떤 제품이 자신에게 적합한지 아직 몰라, 선택을 망설이고 있던 터였다. 이런 가운데 열린 이번 행사는 현지인들에게 K-뷰티 제품들을 소개하고 데모를 보임으로써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었다. 계절 따라 새로운 메이크업 유행을 창조하고 유튜버들과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신제품들을 소개한다면 K-뷰티에 대한 수요는 끝없이 창출될 것 같다.
※ 사진 출처 : LA 한국문화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