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6일부터 11월 1일에 걸쳐 도쿄 시부야의 한국문화원 한마당 홀에서 ‘한국영화 주간(Korean Cinema Week 2018)’ 행사가 개최됐다. 일본 최대 영화제, 도쿄국제영화제의 제휴 기획으로서 행해진 것으로 최근 화제를 모은 영화가 상영되기 때문에 매년 일본의 한국영화 팬들이 기대하는 이벤트다. 올해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상영되는 작품을 중심으로 6개 작품이 상영됐다. 주최 측에 따르면 올해는 예년 이상으로 입장 희망자가 많아 모두 만석이었다고 한다. 올해 영화주간에는 한국 영화 <내게 남은 사랑을>, <복수의 트릭(원제 : 석조저택 살인사건)>, <덕구>, <택시 운전수 약속은 바다를 넘어(원제 : 택시 운전사)>, <범죄도시>, <엄마의 공책>가 상영됐다.
위의 상영작들 중 특히 일본 최초 상영작 <내게 남은 사랑을>의 주연을 맡은 배우 성지루와 전미선이 상영회장을 찾아 많은 관객을 모았다. 동 영화는 매일 일에 쫓기는 남편, 그런 남편에게 불만을 가진 아내와 사춘기를 맞은 아이들의 어디에도 있을 법한 가정을 그린 이야기다. 변하지 않을 것만 같던 매일이지만 어느 날 돌연 남편이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되는 가족의 미래를 그린 애절한 스토리다. 상영 후에는 동 영화에서 부부역을 맡은 배우 두 명과 함께하는 Q&A 세션도 마련돼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2018 한국영화 주간을 맞아 상영회에 참석한 배우 성지루 씨와 전미선 씨>
<2018 한국영화 주간에 참석한 배우 성지루 씨>
한편,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은 “정말 감동했다. 다시금 나와 내 가족의 관계를 돌아보게 하는 훌륭한 영화였다.”라는 호평을 전한 가운데, 고등학생 아들과 함께 보러 온 40대의 남성은 “옆의 아들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었다. 한국 국내의 평가와 본인 가족의 반응을 알려줬으면 한다”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성지루 씨는 “등장인물을 자신에 대입해서 볼 수 있는 실제같은 내용이므로 한국의 관객들도 일본의 관객들처럼 비슷한 반응이었다. 젊은 사람들은 ‘고향에 있는 아버지에게 전화하고 싶어졌다’라는 감상평을 전했고, 나 자신도 촬영이 끝나고 아버지의 묘소에 성묘를 하고 왔다. 영화를 본 내 아이 둘과 아내는 남의 일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면서 크게 울었다”라고 전했다.
한편 전미선 씨는 “여성의 입장에서, 남편이나 아버지가 밖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알 수 없지 않은가. 영화를 본 아내분들은 적어도 오늘 하루는 남편에게 상냥하게 대해줬으면 한다. 또 12살의 아들이 있는데 이런 일은 우리 가족에게도, 그 외 다른 가족에게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나라도 문화도 다른 여러분이 이렇게 모여 같은 영화를 보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영화의 장점이다. 진심으로 이 영화를 촬영해 매우 좋았다”라고 밝히며 두 배우는 인사를 전했다. 회장에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한국영화 주간 ‘내게 남은 사랑을’ 상영회에 참석한 배우 성지루 씨와 전미선 씨>
성지루 씨는 90년대부터 많은 연극이나 드라마・영화의 촬영으로 일본의 대도시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방 도시에도 이따금 방문한 바 있다. 연극이나 영화를 통해 한일 양국 문화교류 추세의 변화 등에 대해 개별적으로 이야기 할 기회를 얻었다. 아래는 성지루 씨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인터뷰에서 답변 중인 배우 성지루 씨>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서 일본인 관객들에게 어떤 인상을 받았나.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일본 분들은 적극적이고 감성이 넘친다고 생각한다. 기쁠 때는 기쁘다고 크게 표현해주시고 사려 깊은 분들이 많다. 한국의 관객분들은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생각을 스스로 끝내는 경우가 있다. 이런 점이 양국 관객의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꽤 오래전부터 일본을 찾았다. 당시와 비교하면 현재는 어떤가.
90년대부터 연극 공연을 위해 방문했다. 당시에는 일본 방문이 간단하지만은 않았다. 표현도 어려웠다. 관객들도 존중해서 박수를 쳐줬지만, 마음 저편에는 진심으로 좋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박수를 보내고 눈물도 흘린다. ‘문화권이 비슷해졌다’라고 말하면 될 수도 있겠지만 한국문화를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으로 변한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한일 문화교류는 향후 어떻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어디까지나 내 의견일 뿐이지만 문화교류에는 받는 쪽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받는 쪽이 제대로 준비가 되어있다면 교류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최근에 중국과 영화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정치 문제로 인해 중단되고 말았다. 문화교류에 정치적인 문제가 관여되는 것은 좋지 않다. 일본과의 사이에도 조금 정도 영향이 있다. 그 문제가 해결된다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일본을 찾고 싶어할 것이라 생각한다.
한류 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금 K-Pop 분야에서 아이돌 그룹들이 상당수 일본에서 공연을 개최하지 않는가. 솔직히 공감은 어렵다. 예를 들어 포크송을 부르는 가수들이 방문 후, 그 의미는 찾기 어려울 듯하다. 영화에서도, 대부분 유명한 배우가 출연한 대작 영화가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이번 <내게 남은 사랑을>이라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영화를 상영하는 것으로 나 같은 평범한 배우를 불러주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